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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식 생생한 '우리학문'의 산맥을 그리다
문제의식 생생한 '우리학문'의 산맥을 그리다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4.04.14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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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특집: 우리이론을 재검토한다 Ⅱ: 우리학문을 실천하는 연구자들(인문/사회과학분야)

기획을 시작하며

지난 2002년 1월부터 2003년 3월까지 진행한 연중기획 '우리이론을 재검토한다'는 우리 학계의 이론의 흔적을 따라내며, 또 가능성을 점검하는 시도로 언론 및 학계의 호평을 받았다. 우리 이론의 가치와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을 재차 확인할 수도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이런 격려 속에서 우리신문은 또다른 부채의식에 시달렸다. 지면상의 제약 때문에 반드시 논의해야할 연구들을 언급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고, '우리학문', '우리이론'에 대한 문제의식을 이어가야 한다는 책임의식도 있었다.

이에 '우리이론을 재검토한다'의 후속작업을 준비했다. 첫 번째 기획이 학계의 대가를 중심으로 했다면, 두 번째 기획은 현재 진행중인 연구 중에서 '우리학문'을 선정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는 이것이 차후 이론으로 성장할 수 있는 그 가능성을 타진해 보겠다는 욕심도 담겨있다. 국내 이공계에서 배출한 연구에 대한 평가는 차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연구의 광범위함도 문제지만, 학문적인 특성상 '우리학문'으로 정의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문의 특성을 배제하고 기획의도에 억지로 끼워 맞춰 나가기보다는, 차후에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우수한 연구를 점검하는 기획을 따로 마련하려 한다.

논의의 출발을 위해, 우리학문으로 인정할만한 연구는 없는지 각분야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했다. "한국사회에 대한 고민을 전제로 하고, 뚜렷한 문제의식으로 연구를 수행해 나가며, 독창적인 문제의식 형성을 지향하는 연구"라는 다소 까다로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수없이 많은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풍성한 의견에 기뻐하기도 전에, 곤란한 상황에 마주하게 됐다. 몇몇의 연구자들만 조명해서는 좀처럼 우리학문의 지형도가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 연구 풍토 자체가 점차 전문화돼가고, 그룹 연구가 늘어난 것도 부분적인 이유였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현재진행형인 비슷비슷한 연구 가운데, 이른바 '대가'를 선정하는 것이 오히려 공정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것.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는 하기 위해 우리는 20개의 학문분과에 대해, 우리학문의 연구수준을 점검하고 또 주목할만한 연구를 중간평가 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물론 여기에도 문제점은 발생한다. 각 학문분과 마다 우리학문에 대한 이해도, 연구의 수준도 고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우리학문'의 취약점이 어딘지 매운 평가와 함께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무리한 선정보다는 분야별 접근 시도

'우리학문'이라는 조건 때문일까. 국사학, 사회학, 정치학 등 한국현실의 문제가 직접적으로 논의되는 학문분야에서 많은 연구들이 부각됐다. 정치학부터 훑어보면, 박명림 연세대 교수의 '한국전쟁과 한반도 평화 연구', 이삼성 한림대 교수의 '미국과 한미관계 연구' 등이 주요 추천대상이었다. 김성보 충남대 교수는 박명림 교수에 대해 "서구의 정치학 이론을 수용하되 한국적인 맥락에 적합한 개념을 설정 분석했다"라고 평했는데, 한국전쟁이라는 구체적 연구가 오히려 세계적 수준에 닿을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것이다.

서양정치사상에서 출발해 한국적 정치담론의 가능성 모색으로 방향을 전환한 강정인 교수는 유교와 민주주의의 결합을 시도하는 대표적인 연구자로 거론됐다. 자칫 잘못하면, 과거로 퇴행하기 쉬운 유교적 논의 통해 오리엔탈리즘을 극복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한 가지 더 고려해 볼 것은 강상중 도쿄대 교수(사회학), 이승환 고려대 교수(철학), 정재서 이화여대 교수(중문학) 등 역시 '서구 중심주의의 극복' 이라는 측면에서 문제의식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학계의 오리엔탈리즘 극복으로도 그 경향을 읽어낼 수 있을 듯 하다.

사회학에서는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에 대한 평가가 높았는데, 유임하 동국대 강사(국문학)는 "김동춘 교수의 연구는 한국사회과학의 방법론의 적용을 보여주는 동시에, 국가폭력에 대한 고찰이라는 점에서 특징을 가진다"라며 추천했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의 '시민사회론' 역시 물망에 올랐는데, 두 연구를 한국적 사회과학의 흐름으로 같이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한상진 서울대 교수와 김상준 경희대 교수로 이어지는 유교사회학 담론도 눈길을 끌었다. 유교 속에서 근대적 메커니즘을 읽어냄으로써, 현대사회에서 새로운 공동체적 가치 등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박명규 서울대 교수, 김필동 충남대 교수 등의 한국사회론, 신기욱 스탠포드대 교수의 식민지 한국연구, 강정구 동국대 교수, 김귀옥 성공회대 교수 등의 분단사회 연구, 등도 '우리학문'의 단초를 보이는 연구로 제시됐다.

역사학 분야는 다른 학문 분야보다 많은 연구자들이 물망에 올랐는데, 그 중에서도 이영훈 서울대 교수와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가 선두를 달렸다. 이 교수는 김용섭 교수의 '내재적 발전론'의 대척점에 서 있기도 한데 국사학계의 민족주의적 관점을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서 교수는 좌우를 포용하는 신민족주의적 시각에서 한국현대사를 연구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임경석 성균관대 교수, 방기중 연세대 교수 등 한국의 사회주의 수용사 연구하는 일렬의 흐름도 거론됐다.

김기봉 경기대 교수(서양사)는 문화사학, 미시사의 한국적 수용을 주요 흐름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교수, 주명철 한국교원대 교수(문화사)나 김택현 성균관대 교수, 윤형숙 목포대 교수, 윤택림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연구원(미시사) 등이 그 중심에 서있는데,  차후의 성과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것.

학제간 넘나드는 담론 중심의 연구들 조명

철학 분야에서는 대학 바깥의 연구 흐름에 평가들이 이어진 것이 특징이다. 김상봉 문예아카데미 원장, 이정우 철학아카데미 원장, 대안 지식공동체 등이 두루 추천됐기 때문이다. 최종덕 상지대 교수는 이 두 연구자에 대해 각각 "동서양을 넘어서 사유의 보편성을 지향하는 학자 ", "서구와 동양의 철학을 변증법적으로 엮어 자체적인 이론구조를 형성한 학자"라고 평했는데, 독창적인 사유체제의 형성 가능성이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작용한 셈이다. 홍윤기 동국대 교수는 대안 지식공동체 운동의 의미를 높이 매겼는데, "비판의 여지는 있지만, 학문적 토양의 다양화에 기여한 흐름"이기 때문이다. 이기상 한국외대 교수가 이끌고 있는 '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도 주요한 성과로 포착됐다. 탈식민성과 언어의 관계에 대한 문제의식이 뿌리내려 한국어가 학문언어로 쓰일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타진하는 노력이 자리잡았는데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중간평가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은 비교적 한국적 연구가 빨리 자리잡은 편인데, 최상진 중앙대 교수의 한국인 심리학과 조긍호 서강대 교수의 유학심리학이 고른 지지를 받았다. 최 교수의 연구는 情, 恨 등과 같은 특유의 정서를 심리학적 개념화 작업까지 나갔다면, 조 교수는 한국인 심리의 개념틀을 우리의 삶 속에 체화된 유교문화와 유학적 사상에서 끌어냈다. 둘 다 '한국인 심리학', '유학심리학' 이라는 독자적인 연구영역을 개척한 터라 그 우위를 논하기는 쉽지 않다.

국문학에서는 김재용 원광대 교수, 유임하 동국대 강사, 김성수 성균관대 교수의 '분단문학 연구'와 김철 연세대 교수, 신형기 연세대 교수 등의 '탈민족주의 문학' 등이 연구의 맥을 이어가고 있었고, 권혁범 대전대 교수, 윤해동 서울대 강사, 임지현 한양대 교수가 축을 이루고 있는 '탈민족주의 담론', 최원식 인하대 교수, 백영서 연세대 교수, 이수한 경남대 교수가 참여하는 '동북아시아론' 등과 같은 담론들도 학문간의 벽을 넘어서 구성되고 있다.

뚜렷한 흐름 없는 분야도 다수

반면에 '우리학문'의 가능성을 찾기 어려운 분야도 있었다. 예를 들면 신문방송학이나 커뮤니케이션이론과 같은 분야에서는 이렇다할 이론이 없었다. 임대식 역사비평 주간은 강준만 전북대 교수를 추천했는데, 강 교수의 저술 활동이 한국적 커뮤니케이션 담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로 보인다. 그러나 논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법학 역시 뚜렷한 흐름을 찾을 수 없다. 박병호 서울대 명예교수의 조선시대 법제사 연구나 최종고 서울대 교수의 한국법사상사 연구가 손꼽히지만, 다른 학문분야에 비하면 그 연구의 폭과 깊이가 빈약하다는 것. 서울대의 정종섭, 한인섭 교수가 주축이 돼 한국법학의 정립을 논의하고 있으나 아직은 시작하는 단계다. 교육학에서도 이종각 강원대 교수의 '한국사회 교육열 연구', 오욱환 이화여대 교수의 '한국교육불평등 연구' 등에 대한 특정 교육현상에 대한 부분적인 연구는 있지만, 이것을 아울러 낼 수 있는 교육이론의 모색을 빈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밖에도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채희완 부산대 교수(무용)의 '민족미학', '문화과학'의 '문화사회론'이, 여성학에서는 조순경 이화여대 교수의 '여성노동 연구'와 조은 동국대 교수, 조형 이화여대 교수의 '가족사회학'이, 경제학에서는 이근 서울대 교수의 '동아시아 시장경제 연구', 장하준 영국 캠브리지대 교수의 '후발 자본주의 국가 개발 모델 연구' 등이 거론됐다. 종교학에서의 한국종교 연구와 의학과 생물학 분야의 한국인 특수성 연구도 좀더 조명해야 할 분야다.

각 학문분야에서 담론과 연구는 이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 '독창성'과 '현실성'을 담보하는 '우리이론'의 옥석을 가려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학문적 가치를 재평가 받아야 하는 연구도, 새로운 조명돼야하는 연구도 많을 것이다.  다채로운 '우리학문'의 활로를 열기 위해, 우리신문은 이 기획의 문을 최대한 열어 많은 지식인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참여를 이끌 계획이다.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

도움주신 분들
강내희 중앙대(영문학), 강수택 경상대(사회학),  강신익 인제대(의사학),  김기봉 경기대(서양사), 김성보 충북대(사학), 김용호 인하대(정치학), 김호기 연세대(사회학), 류동민 충남대(경제학), 박명림 연세대(정치학), 박재영 '청년의사' 편집장, 박홍규 영남대(법학), 신광영 중앙대(사회학), 안치운 호서대(연극학), 유임하 동국대(국문학), 윤가현 전남대(심리학), 이강래 전남대(사학), 이근 서울대(경제학), 이승환 고려대(철학), 이장희 한국외국어대(법학), 이종각 강원대(교육학), 임대식 역사비평 주간, 정진홍 한림대 석좌교수(종교학), 정헌이 한성대(미술비평), 조은 동국대(사회학), 주명철 한국교원대(서양사), 최원식 인하대(국문학), 최종덕 상지대(철학), 홍윤기 동국대 교수(철학), 한규석 전남대(심리학), 황상익 서울대(의사학), 학술단체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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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2004-04-25 00:24:56
바로잡아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