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3:10 (금)
무슬림은 왜 와인을 마시지 않을까
무슬림은 왜 와인을 마시지 않을까
  • 방성용
  • 승인 2020.09.25 16: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성용의 읽고, 느끼고 그리고 쓰다
세계사를 바꾼 6가지 음료 | 톰 스텐디지 지음 | 김정수 옮김 | 캐피털북스 | 324쪽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특히 타인을 만나기 조심스런 with 코로나 시대인 요즘, 독서는 이 시기에 잘 어울리는 취미 활동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괜찮은 책을 한 권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소개해 보자면 ‘맥주, 와인, 증류주, 차, 커피 그리고 코카-콜라’라는 6가지 음료를 통해 인류 역사에 대한 재치넘치고 지식 자랑하기 딱 좋은 알찬 이야기로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또 우리의 입술로 가져가는 음료를 통해 석기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특별한 역사 여행으로 우리를 이끌어 가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었다. 자 그럼 각각의 음료에 대한 그들의 기원과 그 속의 역사의 이야기들로 한번 재밌게 풀어보겠다. 

 

첫 번째로 ‘맥주’는 발명된 것이 아니라 발견된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맥주’는 수일 간 방치되어 있던 곡물의 옅은 죽에서 가벼운 거품이 발생했고 그것을 마시면 기분 좋게 취하게 된다는 것을 인류가 발견하면서 ‘맥주’라는 인류의 히트작이 만들어지게 됐다.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보자면 ‘맥주’는 모두가 건배를 하며 마시는 최초의 음료라 할 수 있다. 

 

음료를 다른 사람과 같이 마신다는 것은 호의와 우정을 표현하는 세계 공통의 상징적 행동을 의미한다 할 수 있는데 술을 마실 때 잔을 부딪치며 건배하는 것은 서로의 단합과 단결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위이다. 결론적으로 맥주의 대중화는 잉여 농산물이 없었다면 가능할 수 없는 것이었고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문명의 시작에는 항상 맥주가 그들 옆에 있었다. 맥주는 지금도 노동자를 위한 중요한 음료이고 건강을 기원하며 건배하는 것은 고대인으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소중한 유산으로 남아있다. 

 

두 번째 음료인 ‘와인’은 간단히 말해 으깨어진 포도 과즙이 발효된 형태라 할 수 있다.  ‘와인’은 기원전 6-5세기 고대 그리스 황금기로 거슬러 올라가 현대 서양의 정치, 철학, 과학, 그리고 법률의 초석을 놓는데 도움을 줬다고 할 수 있는데 고대 그리스인에게 있어 와인을 마신다는 것은 ‘문명’ 또는 ‘세련’과 동의어였다. 사람들은 ‘맥주’보다는 ‘와인’을 보통 ‘와인’보다는 좋은 ‘와인’을, 또 오래된 ‘와인’을 선호했다. 이처럼 ‘와인’은 부를 상징하고 음용자의 사회적 신분을 드러내면서 사회적 차별의 상징이 됐다. 

 

그렇다면 여기서 중요한 한 가지를 알아보자. 왜 기독교인은 ‘와인’을 마시는데 무슬림은 마시지 않는걸까? 성경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가 행한 첫 이적은 갈릴리 호수 근처의 혼인잔치에서 여섯 동아리의 물을 ‘와인’으로 변하게 한 것이다. 또 기독교에서 성찬 시 신자들에게 나눠주는 빵과 와인은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상징한다. 라이벌 신앙인 기독교에서 ‘와인’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무슬림이 ‘와인’을 적대하는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아무튼 대부분의 국가에서 국가 차원의 연회나 정치적 정상모임에서 맥주가 아닌 와인이 제공되었는데 이는 ‘와인’이 지위, 권력, 그리고 부와 지속적인 연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와인은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상징

 

세 번째로 ‘캐러비안의 해적’ 이란 영화를 본 분들은 럼주 또는 증류주에 대한 이해가 빠를 것이다. ‘증류주’라고 하는 새로운 음료의 등장은 마침 유럽의 탐험가들이 세계의 해양 루트를 처음으로 열었던 시기와 때를 같이 한다. 용감한 탐험가들과 다양한 해적들 심지어 노예들까지 그들이 가장 원했던 것은 강한 알코올 음료였다. 그중 브랜디는 노예무역이라는 바퀴를 굴리는 윤활유 역할을 했고 짐꾼들의 경우 브랜디 한 병으로 고정비용을 받기도 했다. 

 

그 중 브랜디의 한 종류인 럼주는 신세계에서 유럽의 식민주의자들과 그들의 노예에게 소비되는 유럽인의 모험과 비즈니스의 산물이었다. 더 나아가 유럽의 이민자들은 ‘증류주’로 노예를 사고 굴복시키고 통제수단으로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증류주’에 이용해 토착 인디언들을 지배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네 번째로 우리에게 가장 실생활에 밀접하게 다가와 있는 위대한 각성제 ‘커피’를 소개한다. 전 유럽에 계몽주의라는 새로운 이론이 확산됨과 동시에 새로운 음료가 보급되기 시작했는데 ‘커피’는 과학자, 지식인, 상인, 그리고 성직자 등 오늘날 우리가 ‘지식 노동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료가 됐다. ‘커피’는 오전에 정신이 들게 하는데 도움이 됐고 그들이 더 늦은 시간까지 맑은 정신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이 ‘커피’는 아랍권을 지나 유럽에 상륙하게 되는데 이때 만들어진 ‘커피하우스’란 곳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토론을 나누고 여러 주제에 대한 논쟁을 나누는 아고라의 장으로 커나가기 시작했다. 쉬운 예로 17세기 유럽의 비즈니스맨들은 상품의 가격을 알고 싶을 때, 정치적 소문을 듣고 싶을 때, 새로 나온 책에 대한 다른 이의 생각을 알고 싶을 때 커피하우스를 가곤 했다. 이렇듯 커피하우스에서 이뤄진 논의는 공적 세계와 사적 세계를 연결하는 독특한 다리를 형성하면서 여론을 형성하고 여론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게 됐다. 

 

프랑스 혁명의 시작의 불씨도 파리의 커피하우스에 시작됐고 여전히 ‘커피’는 사람들이 아이디어와 정보를 논하고 발전시키고 교환할 때 만나서 마시는 음료이다. 커피와 혁신 그리고 이성 거기에 무선 인터넷이 제공되는 장소, 커피는 여전히 교류와 협력을 냉철한 이성을 가지고 논할 수 있는 음료라 할 수 있다. 

 

지식 노동자들이 좋아하는 ‘커피’

 

다섯 번째로 영국인들이 유달리 사랑하는 차(Tea)이다. 최초의 ‘차’는 사치스러운 음료로 시작했지만 차츰 노동자의 음료로 부상하면서 새로운 기계들이 설치된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에너지원이 됐다. 중국이라는 광대한 제국을 윤택하게 했던 ‘차’는 영국을 거쳐 전 세계로 퍼져갔고 물 다음으로 지구상에서 널리 소비되는 음료 중 하나가 됐다. 특히 영국에서는 ‘차’ 파티가 열리기 시작했고 영국 사회의 정상에서부터 하층민까지 모든 사람이 차를 마시게 됐다. 

 

이 현상은 18세기말부터 다른 유럽인들이 주목해서 본 모습인데 ‘차’는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제국으로부터 전파되어 그 당시 세계에서 가장 새로운 제국에 뿌리를 내리게 됐다. 이제 오늘날 세계 최대의 차 생산 국가는 인도이고 소비량 역시 세계1위라 할 수 있고 뒤를 이어 중국이 16퍼센트를, 영국이 6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차’는 지금도 한 세기 이상 세계 초강대국이었던 나라의 국민이 정말 좋아한 음료였고 미국 독립전쟁과 아편전쟁의 도화선이 된 음료이고 영국 드라마의 중요한 한 장면을 만들어주는 시퀀스가 되기도 한다.  


여섯 번째 그렇다 ‘코카-콜라’이다. ‘코카-콜라’의 시작은 의약품으로 출발했지만 그러한 증상을 가진 사람만이 먹는 음료로만 시장을 제한될 위험이 있었다. 그래서 질병이나 증상을 열거하는 어둠침침한 광고를 버리고 밝고 직설적인 표현으로 바꿨고 여성과 아이들에게도 ‘코카-콜라’를 마실 것을 권유했다. 세월이 흘러 2차세계대전을 통해 미국의 이 음료는 아메리카합중국을 표현하면서 미군 덕분에 전 세계에 퍼진 ‘코카-콜라’는 남극을 제외하고 지구상의 모든 대륙 위에 확고한 기반을 구축하게 됐다. 결론적으로 ‘코카-콜라’는 미국을 연상하는 음료인 동시에 하나의 통합된 세계시장을 만들어가는 글로벌화 대표 상품이다. 

 

단일 상품으로 ‘코카-콜라’보다 글로벌화를 대표하는 상품을 없을 것이고 의심할 수 없는 20세기 음료이다. 그리고 20세기에 발생했던 미합중국의 부상, 공산주의에 대한 자본주의의 승리, 글로벌화의 진전을 상징하는 음료이자 피자에 콜라 그리고 햄버거에 콜라는 이젠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식사 메뉴라 할 수 있다. 

 

자 이 책이 말한 세계사를 바꾼 6가지 음료는 다 소개를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음료를 대표할 수 있는 음료는 바로 ‘물’이다. 선진국에서도 수돗물이 풍부하고 안전한데도 격조 높은 소비 모습이라 할 수 있는 ‘물’의 판매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식당들은 멋진 병에 비싼 ‘물’을 담아 제공하고 슈퍼모델들로부터 시작된 작은 플라스틱 생수병의 물을 마시는 습관은 이제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퍼졌다. 결론적으로 ‘물’은 인류의 역사발전에 영향을 미쳤고 앞으로의 음료들을 다시 주도할 최초이자 근본적인 음료가 될 것이다. 

 

1만년이 지나 이제 물은 다시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음료의 자리로 복귀할 것이라 조심스레 전망해 본다. 자 정리할 시간이다. 이제 맥주, 와인, 증류주, 커피, 차, 그리고 코카-콜라를 입술에 댈 때 그것들이 공간과 시간을 넘어 어떻게 나에게 오게 됐는지를 생각해 보자. 그 음료들은 단순한 알코올이나 카페인이 아닌 그 이상의 숨은 사실과 진실이 숨겨있을 것이다. 이 6가지 음료들을 마시며 이런 사실들을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면 당신이 이 책을 읽어본 보람은 충분할 것이다. 독서의 계절 2020년 가을, 당신의 학구적인 탐독을 기원한다. 

 

완벽하게 만족한 남자의 입은 맥주로 가득 채워져 있다 -  (이집트 속담 기원전 2200년경)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