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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55] 양봉에 피해주는 골칫거리 등검은말벌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55] 양봉에 피해주는 골칫거리 등검은말벌
  • 권오길
  • 승인 2020.09.25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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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날씨 탓에 꿀벌이 제 먹을 꿀도 따지 못한다는데, 설상가상으로 말벌들 까지 달려드니 양봉업자들은 죽을 맛이란다. 뿐만 아니라 이래저래 지구상에서 꿀벌들이 멸종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꿀벌이 사라지는 것을 걱정하는 것은 꿀 때문이 아니라, 곡식이나 과일나무의 꽃가루받이(수분,受粉,pollination)가 되지 못하는 데 있다.

그리고 근래 우리나라에 새로 나타난 말벌이 있으니 2003년 중국 상하이를 경유해 부산에 도입된 외래종 등검은말벌이다. 그런데‘말벌’의‘말(馬)’은 ‘큰’의 뜻을 나타내므로 말벌은‘큰 벌’이란 뜻이다. 

등검은말벌(Vespa velutina nigrithorax)은 절지동물, 말벌과의 곤충으로, 북인도·파키스탄·중국·대만·태국·베트남 등 열대동남아시아가 원산(indigenous/native)이고, 프랑스·영국·스페인·포르투갈 등 유럽과 한국, 일본 등지로 유입되었다고 한다.

등검은말벌(Asian hornet/Asian predatory wasp)은 말벌의 일종으로 이름처럼 등이 검다. 여왕벌은 30mm, 수벌은 24mm, 일벌은 20mm 남짓이며, 일벌의 독침길이는 3~4mm로 중형말벌이다(제일 큰 말벌은 장수말벌임). 다리는 노랗고, 가슴(흉부)은 검으며, 머리는 검고, 얼굴은 노랗다. 몸은 검정색 바탕에 머리 아랫부분은 적갈색, 가슴은 완전히 검은 것이 무섭게 생겼다.

그리고 등검은말벌은 3,000여 마리가 살 집을 작은 나무(관목,灌木)에다, 식물의 잎에서 긁어 모운 펄프로, 지름이 50cm나 되는 둥그런 집(노봉방, 露蜂房)을 짓는다. 다른 말벌들은 비를 맞지 않는 곳에 집을 짓는데 등검은말벌은 덤불에다 매단다.

등검은말벌은 파리·잠자리·메뚜기 등 여러 곤충을 사냥하는 육식성 벌이다. 그런데 이 말벌은 곤충 중에서도 재래종(토종)꿀벌(Apis cerana)을 만나면 좋아 날뛴다. 말벌이 벌집의 위에 자리를 잡고 사냥을 이어가는데, 하루 중에서 아침과 오후에 가장 활발하다. 그리고 서양꿀벌(A.mellifera) 여러 모로 꿀벌보다 말벌에 쉽게 희생이 되고 만다.

그리고 말벌이 나타났다하면 꿀벌은 날개를 세게 떨어(wing shimmering) 경고를 보내면서 경고페로몬(warning pheromon)을 분비하고, 요리조리 말벌을 피해 조심스럽게 벌집을 들락거린다. 그런데 아무리 나약한 꿀벌이지만 막무가내로 말벌에게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 집을 지키는 늙은 일벌인 문지기꿀벌(entrance guard bees)들이 인해전술로 말벌을 공처럼 둘러싸서 죽이기 때문에 말벌도 조심한다. 

꿀벌은 집단으로 말벌에 달려들어 봉구(峰球,bee ball)를 만들어 그 안의 온도를 46℃까지 끌어올린다. 말벌들은 주변 온도가 46℃이상 되면 못 버티고 죽지만, 꿀벌은 48℃까지 버틸 수 있다. 한번 포위하여 말벌을 죽이기까지는 2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린다는데, 천하의 말벌도 조무래기꿀벌에 당하는 수가 있다. 

등검은말벌이 양봉에 큰 피해를 주면서 사람이 벌에 쏘이는 일도 많아서 지금은 상당히 성가시고 골칫거리인 곤충이다. 그런데 환경부에서는 2018년까지 위해(危害)2급 종으로 지정하였으나 2019년부터 생태교란야생생물로 지정하였다. 또 천적으로는 때까치나 직박구리, 담비가 알려졌으나 아직 등검은말벌을 제어(制御), 통제하기엔 역부족이다. 시간이 지나면 여러 종류의 천적이 생겨나서 생태계의 안정을 찾게 될 것이지만…. 

우리나라에 있는 말벌은 5속 30종인데, 장수말벌·털보말벌·말벌·등검은말벌·땅벌·쌍살벌 등이 있으며, 그중에서 장수벌이 대표적인 토종벌로 등치도 가장 크다. 그리고 특히 등검은말벌은 국내토종말벌들과 비교했을 때 꿀벌에 대한 사냥성공률이 국내 토종말벌인 장수말벌이나 털보말벌보다 현저하게 높다고 한다. 

그리고 말벌암컷일벌들은 집을 지키기 위해 무시무시한 벌침(蜂針,stinger)을 지닌다. 꿀벌은 한 방 쏘고 나면 벌침이 몸에서 빠져 죽어버리지만 말벌은 그대로 가지고 여러 번 쏠 수 있다. 

벌에 쏘였을 때 나타나는 알레르기반응이 벌독알레르기(bee venom allergy)로 대표적인 곤충알레르기이다. 특히 꿀벌과의 꿀벌 및 뒤영벌, 말벌과의 땅벌·말벌·쌍살벌 등이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벌독알레르기반응은 쇼크·두드러기·아나필락시스·호흡곤란 등 여러 반응이 있으며, 특히 아나필락시스쇼크(anaphylactic shock)는 격렬한 발작증상을 일으킨다. 무엇보다 벌에 쏘인 즉시 침을 빼고, 쏘인 부위를 얼음찜질하며, 증세가 심한 경우에는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아야 한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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