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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의 이해
종교학의 이해
  • 이혜인
  • 승인 2020.09.25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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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현대사회에서도 종교학을 연구해야 하는가?
저자 유요한 | 세창출판사 | 356쪽

종교학이란 종교를 학문적인 관점으로 이해하고, 분석하고, 설명하는 학문 분야를 말한다. 종교는 오랜 세월 동안 인류 문명의 형성과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 왔다. 과학의 논리가 절대적인 기준으로 견고히 자리 잡은 현대사회에서도, 종교 교단에 소속되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의 사고 및 행위 방식에서 ‘종교적’이라고 할 수 있는 면모들을 많이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종교’라는 범주에 포함되어 온,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고 세계 속에서 살아온 방식들에 주목하고, 특정 종교의 입장이 아닌 객관적인 관점으로 설명하는 학문이 필요한 것이다.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종교학이란 무엇인가?
왜 현대사회에서도 종교학을 연구해야 하는가?

‘종교’라는 말을 들으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다. 여러 가지 종교 상징들도 떠오르기도 하고, 절, 교회, 성당, 모스크 등 다양한 종교시설이 떠오르기도 한다. 계몽주의 시대를 지나 과학 중심의 21세기로 오면서, 합리성과 거리가 먼 종교는 점차 현대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특히나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면서, 지역 내 집단감염을 지속적으로 일으키는 종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높아지기도 했다.
과연 21세기를 사는 현대인이 ‘종교’에 대해 학문적으로 연구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종교는 인간을 비추는 거울이다

캐나다의 종교학 교수 윌프레드 켄트웰 스미스는 ‘종교’라는 말 대신 ‘신앙’과 ‘축적된 전통’으로 나누어 부르자는 제안을 한 적이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종교’는 우리가 흔히 아는 것처럼 신의 존재, 기적, 천국과 지옥 등의 신비로운 체험의 결과물이 아니라, 인류 문명의 역사 속에서 쌓인 문화적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고통을 신에게 가까워지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보거나, 죄를 지은 대가로 보거나, 혹은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등 고통에 관한 이야기가 여러 종교에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신령한 나무를 통해 영적인 존재와 만나는 전통은 한국의 무당과 시베리아의 주술사 모두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는 우연히 생긴 공통점이 아니다. 지구의 모든 인간은 자신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에 대해 끊임없이 고찰해 왔다는 증거이며, 각자가 속한 공동체의 문화에 영향을 받아 고통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나름대로 발전시킨 것이다.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는 경외의 시선도 한국의 무당과 시베리아의 주술사에게도 공통적으로 발현된 것이다.
이처럼 종교는 인류가 공통으로 가진 아주 내밀하고 근원적인 인식, 고민들이 어떤 방식으로 발현되고, 발전해 왔는지 보여 주는 가장 확실한 지표가 된다.


짧은 역사, 그럼에도 체계적인 종교학

‘종교’가 유럽에서 학술연구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이 19세기 후반이었다. 물론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철학과 과학 등 다른 학문의 역사에 비하면, 가장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 있었으면서도 가장 늦게 학문적으로 연구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근대 이전까지 서구 기독교 세계는 기독교와 이교(異敎)라는 이원론적 시각으로 종교에 접근했다. 그러나 근대 이후 세계 각국의 다양한 종교를 접하게 되면서 종교 연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하여 문화의 관점에서 여러 종교의 다양한 신앙과 풍습을 비교하는 연구가 이루어졌고, 이것이 종교학의 근간이 되었다.

초창기 비교종교학 연구자였던 코르넬리우스 틸레, 프리드리히 막스 뮐러, 에릭 샤프, 에드워드 버넷 타일러를 거쳐, 〈종교인류학〉의 앤드류 랭과 로버트 매럿, 〈종교사회학〉의 윌리엄 로버트슨 스미스와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 〈종교심리학〉의 프로이트와 카를 융, 〈종교현상학〉 〈종교해석학〉의 헤라르뒤스 반 데르 레이우와 미르체아 엘리아데, 구조주의의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현대 종교학의 윌리엄 페이든과 조나단 스미스, 웬디 도니거까지, 종교학은 그 짧은 연구 기간에도 체계적인 학문적 발전을 이루어 왔다.
‘종교학’의 발전사와 ‘종교’를 향한 학자들의 체계적인 설명을 통해 우리는 종교를 학문의 영역에서 바라보는 안목을 기를 수 있게 될 것이다.


무신론의 시대, 우리 시대의 종교?

알랭 드 보통, 유발 하라리, 슬라보예 지젝 등의 현대 석학들은 무신론자임에도 현대사회에 종교적인 요소가 존재하고, 또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종교는 단순히 한 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문화를 넘어서, 정신적인 결속력을 다지고, 심리적으로 연대할 수 있는 튼튼한 지지기반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현대 석학들은 ‘사랑으로 서로를 보살피고 연대하는 공동체’가 가진 종교적 기능을 현대사회에서도 구현하고자 한다.

이처럼 종교는 종교인들에게만 유효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대에도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하나의 대중문화가 된다. 현세의 고통을 해결하고 인간의 생로병사에 직접 개입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의사’ 역시 종교적 기능을 할 수 있다. 어떤 인물이 시련을 극복하고 민중을 구원하는 메시아로 성장한다는 종교적 서사는 〈스파이더맨〉이나 〈배트맨〉 등의 슈퍼히어로 만화에서 심심치 않게 사용된다. 이 같은 시련 극복의 입문의례는 현대 교육과정이 정착하는 데 많은 영향을 끼친 것 역시 사실이다.

무신론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해서 더 이상 종교 연구가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현대사회에도 미래사회에도 인간은 살아 있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가장 종교적인’ 우리의 속성이 함께할 것이다. 따라서 종교를 연구하는 일은 곧 인간을 연구하는 일이며, 우리 시대의 종교, 우리 스스로를 이해하는 작업이 된다.


현대 신화의 재구성, 『엄마를 부탁해』와 『채식주의자』

종교의 원형인 신화는 현대 대중문화작품 속에서도 계속해서 활용된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는 ‘어머니’로 표상되는 여신 신화를 활용하였고,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태초의 시간으로 회귀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신화적으로 재구성해 냈다.

『엄마를 부탁해』의 ‘박소녀’는 죽어서 시댁에 남는 대신 어머니의 품속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여기서 어머니는 지모신, 혹은 성모 마리아와 동일시되면서, 생명과 창조의 근원, 마치 고향처럼 돌아가야 할 근원으로 표상된다. 이는 어머니 신화가 반복해 온 주제를 소설을 통해 효과적으로 재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채식주의자』의 주인공 ‘영혜’는 폭력으로 점철된 사회에서 벗어나 다른 존재, 즉 식물이 되고 싶어 한다. 여기서 ‘영혜’가 동물이 아닌 식물로의 회귀를 갈망한다는 점에서 그녀가 동물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회복하는 단계에서 더 나아가, 태초의 신화적 시간을 회복하려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오랫동안 반복되어 온 신화의 원형적 주제들을 작품에 다시 채용하여 창조적으로 재구성해 낸 소설이 현대사회에서 신화의 기능을 감당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 책은 종교학의 개념과 발전과정을 살펴보고, 현대 대중문화에 스며들어 있는 종교적 요소들을 짚어 보며, 종교학의 필요와 전망에 대해 논의한다. 이 책을 읽는 분들이 종교가 인간과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종교의 학문적 설명은 현대인과 현대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그래서 특정한 종교의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체계적으로 설명하려는 학문적 시도가 요청된다는 것을 수긍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책 속에서

p.16 종교를 문화의 부분집합으로만 간주한다면, 종종 문화와 사회를 통제해 오고 문명을 만들어 내기도 한 독자적 범주로서의 종교의 위치는 무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교가 인류의 긴 역사 속에서 인간의 인식체계와 세계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쳐 왔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p.27 종교를 정의하려는 학자들은, 신앙을 본질로 볼 것인가, 신자들이 반복하는 행위를 중심에 놓을 것인가, 아니면 범위를 최대한 확장하여 세계를 이해하는 모든 방식들을 종교라고 할 것인가 등의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야 한다.

p.47 막스 뮐러 역시 종교와 신화는 비교를 통해서만 제대로 이해될 수 있다고 믿었고 ‘종교의 과학’과 더불어 ‘비교종교학’이라는 명칭을 자주 사용했다. 그가 종교의 연구에 비교 방법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할 때면 늘 반복했던 “하나만 아는 사람은 아무것도 모른다”라는 말은 지금도 많은 종교학도들에게 일종의 격언처럼 기억된다.

p.121 뮐러에 따르면, 종교학은 “모든 종교, 혹은 아무튼 가장 중요한 인류의 제 종교에 관한 공평하고 참으로 과학적인 비교에 기초를 두고” 있는 학문이다.

p.170 나는 종교학이 ‘종교적인 경험으로 하는 인간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엄밀한 학문의 추구’라는 두 목적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지만 종교학은 인문학의 한 분야이다.

p.209 고대의 종교적인 사람들은 물론 우리 시대의 인간을 포괄적이고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데에도 종교학의 시각이 요청된다. 특히 대중문화에 담긴 종교적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종교학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p.254 신경숙은 내 엄마의 모습 속에서 생명과 풍요의 원천이며, 우리가 나온 근원이자 결국은 돌아가 안식하게 될 고향인 어머니 여신의 속성을 보여 준다.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전승된 어머니 여신에 대한 신화가 『엄마를 부탁해』에까지 이어진 것이다.

p.265 신화들이 가장 많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단연코 인간의 죽음의 문제이다. 죽음의 원인부터 죽음의 극복, 그리고 잘 죽는 방법까지, 죽음에 대한 인간 사유의 범위는 폭넓고 깊었다. 오늘날에는 의사들이 노화의 원인을 찾아, 이를 방지하는 해결책을 제시하며, 때로는 죽음의 원인을 규명하기도 하고, 병을 이겨 내고 죽음을 최대한 미루는 역할을 담당한다.

p.285 『채식주의자』가 식물로의 회귀 신화를 담고 있다는 것은 주인공 영혜가 나무가 되려고 한다는 점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영혜에게 나무가 된다는 것은 폭력과 살해, 억압과 위선이 만연한, “오늘날 알고 있는” 이 세계를 벗어나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p.293 현대인들이 열광하는 영화나 만화의 주인공 ‘슈퍼히어로(superhero)’들도 전통 신화의 신이나 영웅들처럼 종종 엄청난 고통과 상징적인 죽음을 경험한 후에 영웅의 지위에 오른다.

p.316~317 여전히 시련과 고통의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태어나기를 소망할 때, 또한 지금까지의 삶이 실패했다고 낙담하는 사람들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을 품을 때, 이들의 삶의 변화는 입문의례의 구조를 통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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