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광호 지음 | 예문서원 | 520쪽
역학은 주자 철학의 세계관이다. 주자 철학은 그의 역학에 의해 설계되었다. 역학을 모르고서는 결코 그의 철학을 논할 수 없다.
흔히들 주자의 역학은 정이의 의리역과 소옹의 상수역을 접목한 것이라고 말하고, 또 북송대 역학의 성과를 집대성한 것이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주자의 역학을 ‘접목’이나 ‘집대성’이라는 말로 단순화시켜 버리는 것은 너무 안이하다. 주자는 북송대 역학의 흐름을 아울러서 자신의 성리학 체계를 도와줄 자신만의 역학 체계를 완성시켜 내었다. 이것은 하나의 재창조였다.
주자가 본 소옹의 선천역은 인간의 의지나 행위가 개입할 여지가 너무 적었고, 정이의 의리역은 무엇보다 점치는 책으로서의 『주역』이라는 본연의 의미로부터 너무 벗어나 있었다. 그래서 주자는 『주역』이 점서임을 표방하면서도 의리의 호소에 귀 기울였고, 상수가 역의 근간임을 인정하면서도 의리역의 도덕성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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