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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문학’…집단적 무관심에 경고장을 던지다
‘재난문학’…집단적 무관심에 경고장을 던지다
  • 신종락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독어독문학과)
  • 승인 2020.09.25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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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 책_문학과 예술에서 재난을 말하다 | 홍덕선 외 지음 | 산과글 | 235쪽

인간은 인위적으로 재난을 끊임없이 만드는 부조리한 주체이다. 인재에 시달리면서도 눈앞의 편안함을 위해서 인재의 요소를 지속해서 만들고 있다. 인간의 욕심이 재난을 불러오는 현상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현대의 사회 질서들이 더 이상 재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렇다면 이때 재난 문학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재난 문학의 중요한 역할은 현대 사회에 불합리하고 구조적인 모순 특히 조직화된 무책임을 폭로하는 것이다. 

 

재난 문학에 대해서 규정해 본다면 다음과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재난 문학은 인간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 나서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언어 한계의 상황을 느끼게 하는 문학이다. 둘째, 재난 문학은 역사와 마찬가지로 기억을 비판적으로 검증함으로써 아직도 남아있는 과거를 성찰적으로 승화시키려는 문학이다. 도미니크 라카프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잔인했던 인재인 홀로코스트를 기억하는 것에 대해서 자기 반성적 성찰을 함으로써 떠나보내지 못한 과거를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셋째, 재난 문학은 재난이 일어났을 때 대처방안을 제시하고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숙고하게 하는 문학이다. 정여울은 정여울의 멘토링 3부 「세상의 모든 것이 한 순간에 사라진다면: 문학 속의 대재앙」에서 재난 문학은 “재난이 일어났을 때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뿐만 아니라 재난이 일어나지 않아도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언어 한계, 과거 성찰, 삶에 대한 숙고

 

넷째, 재난 문학은 현대인의 집단적 무관심에 경고장을 던지는 문학이다. 재난만큼 심각한 것이 ‘타인과의 고통’으로부터 거리두기라고 하면서 “실제로 일어나는 재난만큼이나 심각한 것은, 어떻게든 이 재난을 ‘타인의 고통’으로 거리두기 하려는 현대인의 집단적 무관심이기도 하다.” 라고 정여울은 언급한다. 

 

다섯째, 재난 문학은 치유의 문학이다. 재난 때문에 소중한 대상을 잃은 슬픔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또 기억하기도 싫은 사건이지만 비슷한 사건을 소재로 다룬 문학을 읽음으로써 아픔을 공유하고 상처를 극복하고 승화시키려고 한다. 

 

재난 문학에서 다루는 재난이란 것은 한 개인의 경험이 아니라 공동체가 경험했던 집단적 경험이기 때문에 누구나 재난의 공포와 상처에 대해서 공감한다. 재난 문학은 재난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음 세대에 경고 메시지와 교훈을 줄 수도 있고 그 사건의 본질을 올바르게 평가해서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문학과 예술에서 재난을 말하다』에는 위와 같은 재난 문학의 특징에 주목하면서 다양한 문학과 예술 장르에서 나타나는 재난 문제를 다룬다. 

 

이 책에서는 재난 문학에 대한 개념 규정이 이루어지고 모리스 블랑쇼의 재난의 경험으로서의 글쓰기가 서술된다. 재난 소설에서는 재난까지도 상품화하는 자본주의의 잔인한 속성에 대해서 파헤친다. 재난 문학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불합리하고 구조적인 모순, 특히 조직화된 무책임을 폭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글로벌 위협과 초국가적 재난을 통해 재난의 파국적 역사를 넘어서서 타자와 함께 공존할 인문학적 미래 사회의 모습을 제시한다. 

 

재난 문학, 조직화된 무책임을 폭로하다

 

재난 영화도 다루어지는데 서구 재난영화들은 재난에 대한 인간의 휴머니즘적 대응과 영웅적 생존만을 반복적으로 서사화하며 성경의 묵시론적 비전을 되풀이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한국 재난영화는 재난을 사회 비판의 장치로 활용하고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회화 분야에서도 재난 문제가 다루어지는데 예술가는 생의 한 장면을 특정 공간에 포착하고 이를 회화 예술작품의 형태로 승화시킴으로써 포착된 장면을 영원한 현재로 거듭나게 한다. 살바도르 달리의 「비키니 섬의 스핑크스」는 재난의 비참한 기억을 생의 진리로 승화시켜 그 영원성을 현재에 각인시킨 예술 작품의 예를 통해, 핵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이 체감하는 공포의 깊이를 가늠하도록 한다. 

 

우리는 지금도 코로나19라는 재난과 마주하고 있다. 이 전염병 재난은 세상에 차별과 혐오가 만연하게 했고 개인, 집단 그리고 국가를 더욱 이기적으로 변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책은 재난에 대한 인식을 실존적으로 심화하여 재난 이후 전개될 삶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데 기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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