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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실학’ 등 한국학 주요 용어 한 권에 정리
‘근대’ ‘실학’ 등 한국학 주요 용어 한 권에 정리
  • 조재근
  • 승인 2020.09.1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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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중앙硏, 각 개념 이해·용례·변천·연구성과 등 수록
한국학 학술 용어(한국학중앙연구원 간행).
한국학 학술 용어(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 간행).

 

‘근대’, ‘실학’, ‘민중’, ‘양반사회’, ‘식민사학’.

한국학에 관심이 전혀 없었던 사람들도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만한 한국학 학술 용어들이다. 위의 다섯 가지 개념을 비롯해 총 18개의 한국학 학술용어를 한 권으로 정리한 책『한국학 학술용어』(전우용 외 지음)이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에서 나왔다. 주요 학술 용어로는 이외에도 △한국학 △한민족 △전통 △중화체제 △민속 △한국 중세 △지주전호제 △내재적 발전론 △시민사회 △분단체제 △가부장제 △가족주의 △민족문학 등이 포함됐다.

국내 한국학 연구에서 사용하는 용어는 대부분 일제시대 이후에 형성된 것이다. 제국주의 시대에 한국학은 세계에 관한 지식의 일부가 됐고, 세계, 아시아, 동양 등 권역을 시야에 넣지 않고서는 한국학을 연구할 수 없었다. 동양과 서양, 아시아적 생산양식, 노예제와 봉건제, 중세와 근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종교와 민속 등 유럽에서 창안돼 일본과 중국에서 번역된 개념어들이 한국학을 연구하기 위한 필수 학술용어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한국학 정립과 발전 과정에서 만들어진 개념어 중 현대 한국학 연구와 심화에 필수적인 학술용어를 선정하고, 해당 용어의 사용례, 변천, 그리고 관련 논쟁 등을 객관적으로 정리한 책이 『한국학 학술용어』다.

대표적으로 ‘근대’ 개념의 변천 과정이 눈에 띈다. ‘근대’는 사회와 역사라는 주변 환경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았고, 근현대 이후로 의미가 확장된 ‘근대적’ 용어다. ‘근대’는 ‘혁명’, ‘자유’, ‘사회’, ‘개인’, ‘인권’ 등과 같은 비슷한 시기를 설명하는 용어보다 훨씬 더 변화를 겪었다. 서구어 ‘modernus’ 또는 ‘modern’의 번역어 ‘근대’는 일제강점기 한국에 1920년을 전후로 일본에서 들어왔을 당시 서구의 근대적 생활 및 학문, 예술의 양식 또는 근대사회 자체를 뜻했다. 일반인들에게는 서구의 신식 문물과 신선함을 의미했지만, 정신의 새로움을 중시하던 지식인들에게는 대체로 부정적인 개념으로 쓰였다.

시간이 흘러 해방 이후 1960년을 전후한 시점에 역사학계에서는 ‘근세’를 대체하거나 병행하는 시대구분 용어로 활용되기도 했다. 1960~1970년대에는 ‘조국 근대화’의 기치 아래 개발독재 또는 압축성장을 상징하는 용어가 됐다. 1990~2000년대에는 ‘식민지 근대화’ 담론이 전개되면서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집필자들이 꼽은 이 책의 가장 큰 목적은 한국학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다. 한국학 연구는 서구 학계와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외연이 확장되고 있으나, 주요 용어에 대한 이해나 사용례가 서로 다르다. 백과사전류에 정리된 개념도 단편적 서술에 그치고 있다.

집필자들은 특히 서구 학계가 핵심 학술용어들을 오래 전부터 가이드북이나 핸드북 형태로 정리한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자료들은 한국 인문학에서도 학문 훈련을 거칠 때 반드시 참고해야 하는 필독서이기도 하다. 한국학의 핵심 학술 용어 역시 이와 같은 가이드북이나 핸드북 형태로 정리하려는 의도로 수행한 1차 작업의 결과가 이번에 나온 책이다.

집필자들은 한국학이 정립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많은 학술용어가 창안되거나 도입됐기에 현재 사용하는 주요 학술용어 각각의 생성, 수용, 확산 및 의미 변천 과정을 점검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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