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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론과 애덤 스미스의 융합 학문
국부론과 애덤 스미스의 융합 학문
  • 이혜인
  • 승인 2020.09.1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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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학술원상 사회과학부문 수상
저자 김광수 | 도서출판 해남 | 556쪽

애덤 스미스는 18세기 영국의 저명한 도덕철학자이자 정치경제학자였고, 오늘날까지 전 세계 사상과 정책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이러한 스미스의 학문과 사상은 중고교 교과서에도 언급될 정도지만, 그의 이미지는 상당히 왜곡되었다. 예컨대, 스미스는 물질적 풍요에만 초점을 맞추어 시장 중심의 무한 경쟁과 국가 개입의 최소화를 주장한 자유방임론자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창시자로 흔히 오해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삶과 행복은 변함없는 소망이다. 스미스 역시 윤리학 분야의 『도덕감정론』, 법과 정치 분야의 『법학 강의』, 경제학 분야의 『국부론』을 통해 이 주제에 대해 깊게 고민했다. 『국부론』에서 좋은 삶을 위한 물질적 풍요와 문명의 진보가 어떤 방식으로 일어났는지 면밀하게 해부된다. 하지만 물질적인 풍요는 로빈슨 크루소 같은 무연고 개체 활동이 아니라, 사회 공동체 내의 협력과 신뢰에서 비롯된다.

공감, 덕목, 협력, 신뢰가 구성원 사이에서 공고해지면 사회공동체는 번영하는 반면에 불신, 갈등, 폭력이 만연하면 당연히 쇠락할 것이다. 또한 이 단순한 원리는 법과 정치의 범주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결국 좋은 삶이란 경제만이 아니라, 사회 공동체의 덕목, 법과 정치에서 정의가 조화롭게 상호작용할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스미스에 따르면, 개개인에게 물질적 만족감은 낮은 차원의 행복에 기여한다. 하지만 정의의 제도가 뒷받침되는 여건에서, 동감에 따른 상호성의 본능이 자기이해 추구 본능, 조건부적 헌신과 참여 동기 등과 함께 작용하며 사회적 소통, 협력과 선행을 가져올 때 사회 구성원은 더불어 잘살게 되고 진정한 행복감을 느낀다. 그러므로 이러한 스미스의 사상은 자유방임주의에 귀착되는 것이 아니라,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의 변증법적 통합을 지향하는 현대 자유주의적 공동체주의(liberal communitarianism)의 기원이 된다. 즉, 인간다운 행복한 삶에서 공동선과 개체성 기반의 자유와 권리는 상호 양립 불가능한 가치라기보다는 필수적이고 상보적이다. 

21세기 들어 세계 학계에서 스미스의 여러 저술은 인류의 대표적 고전으로 다시 읽히고 조명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고도성장을 체험한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 관계와 불평등의 측면에서 미래의 불안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어느 시기보다 서로에 대한 관심, 동감, 상호성, 정의를 희망하고 있다. 스미스의 학문과 사상을 총체적, 융합적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이 책은 거대한 사회과학 체계를 정립하려는 그의 학문적 세계에 관한 성찰은 물론, 보다 행복하고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그의 열정 및 가르침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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