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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급시 필요한 개인정보, 과연 어디까지?
위급시 필요한 개인정보, 과연 어디까지?
  • 정상우
  • 승인 2020.09.17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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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교수회 회보 vol.24 2020년 제1호 핫이슈
사진 = 연합.
사진 = 연합.

 

 

감염병 예방이라는 공익적 목적과 개인의 사생활 보호는 균형을 맞추는 것이 이상적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개인의 사생활 보호의 필요성과 수준은 어느 정도 예견 가능한데, 전염병으로 인한 피해의 예측은 어렵다. 위험성에 대해 보수적으로 대비하고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의 위험성이 대단히 치명적인 것으로 예상된다면 사생활의 노출은 현재보다 더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가 유의해야 할 지점은 전염병의 위험성을 예상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개인정보를 추적하고 싶어 할 때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신용카드 보급률, CCTV 설치율,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가히 세계적일 뿐만 아니라, 위치추적 결과는 주민등록번호에 의해 쉽게 관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선의를 과연 믿을 수 있나

 

정부가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추적하고 관리할 수단들을 법적 권한으로 부여받고 있다면, 그것에 비례해서 국민들도 자신의 정보와 정부의 권한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들을 균형 있게 보장받아야 한다. 문제는 그러한 권리를 보호받고자 국민 개개인이 직접 나서기에는 현실적으로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다시 국민의 대표, 즉 정치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국민의 대표가 국가의 정보관리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2011년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에서도 “공중위생 등 공공의 안전과 안녕을 위하여 긴급히 필요한 경우로서 일시적으로 처리되는 개인정보”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물론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한의 기간에 최소한의 개인정보만을 처리하여야 하며, 개인정보의 안전한 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기술적·관리적 및 물리적 보호조치, 개인정보의 처리에 관한 고충처리, 그 밖에 개인정보의 안전한 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여야 한다.”라고 덧붙여 규정하고는 있지만, ‘필요한 범위’, ‘최소한’은 얼마 만큼일까? 우리는 전염병 앞에서 국가의 선의를 무조건 신뢰해야 할까?

 

시민성 발휘해 인권인 사생활과 개인정보 보호

 

영화적 경험과 개인적 상상력이 뒤섞인 것이겠지만 이런 세계가 오지 않는다고 장담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바이러스 침투를 인식하고 전염병 감염을 알려주는 스마트 워치가 발명되었다. 이 스마트 워치는 착용하고 있는 사람에게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중앙질병관리본부에 개인의 위치와 바이러스 등에 대한 데이터를 자동으로 전송한다. 그 사람의 정보는 국가에 의해 기록되고 병원으로 즉시 이송된다. 스마트 워치를 착용하지 않은 시민은 다른 사람들의 엄청난 비난을 감수해야 하고 차별을 받게 된다. 급기야 모든 시민은 반강제적으로 스마트 워치를 착용해야만 했다. 스마트 워치는 시민성의 상징이 되었다. 스마트 워치는 각종 전염병으로부터 우리 사회와 나아가 지구를 구했다. 하지만 이제 안전이라는 가치 앞에서 정부는 언제든지 개인정보를 열람하고, 국민들은 자신의 건강 정보와 위치를 공개해야 하는 사회가 되는 것은 아닐까?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상황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다면, 감염병과 질병을 포함한 우리의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에 대해 좀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인권으로서 사생활 보호나 개인정보보호 수준에 대해서는 개인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을 것이지만, 개인과 공동체가 함께 존속하기 위해서는 이에 관한 공감대 형성과 정보 활용의 남용 방지, 정보 관리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도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전염병이나 바이러스 침투로부터 우리가 시민성을 발휘하여 감염병 예방과 전파 억제를 위한 정부의 노력에 호응하기 위해서는 정부도 그만큼 개인정보보호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사생활과 개인정보를 보장해 주어야만, 국가의 감염병 예방 노력에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라도 시민성이 맹목으로 변하는 순간, 인권은 무시되고 사회는 통제되며 공동체 정신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깨지게 될 것이다.

 

※ 필자의 동의를 얻어 <인하대교수회> 회보에 실린 정상우 교수의 칼럼의 주요 부분을 발췌해 게재합니다.

 

정상우 인하대 교수·사회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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