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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의의 문학프리즘] 코로나, 그 이후의 꿈
[심영의의 문학프리즘] 코로나, 그 이후의 꿈
  • 교수신문
  • 승인 2020.09.1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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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역사적 함의나 은유로 해석됐던 질병
문학은 당대 고통에 공감하고 그 너머를 꿈꿔야

비교적 성공적으로 극복할 것처럼 보이던 코로나바이러스의 재확산이 다시금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이후의 삶의 변화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름의 진단과 예측과 대안을 내놓고 있고, 대강의 합의는 코로나바이러스 이후(AC, After Corona)의 삶은 이전(BC, Before Corona)의 삶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일 거라는 데 있다. 문학은 어떨까?

포우(Edgar Allan Poe) 소설『붉은 죽음의 가면』은 콜레라와 같은 당시(19세기) 유행하던 역병을 죽음의 사신(使神)으로, 페스트가 창궐하던 1664~1665년 런던을 배경으로 한 디포우(Daniel Defoe) 소설『전염병 연대기』는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천형(天刑)으로 여기면서 전염병에 대한 불안과 공포, 그로 인한 타인에 대한 경계와 적대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마릴린 체이스(Marilyn Chase) 소설『격리』는 20세기 초 페스트와 치열한 싸움을 벌였던 샌프란시스코의 상황을 묘사하면서, 전염병의 공포가 어떻게 인간의 사악함을 부추기는가를 살피고 있다. 소설『격리』에서 흥미 있는 것은 최초의 환자가 중국인이라는 점을 들어 중국인에 대한 혐오의 정서가 확산하고 있는 점이다. 수전 손택(Susan Sontag)은『은유로서의 질병』에서 질병을 둘러싼 은유들은 어떤 질병에 낙인을 찍으며, 좀 더 나아가서는 질병을 앓는 사람들에게 낙인을 찍어놓는다고 그 위험을 경계한다.

서구에서 근대소설의 효시로 치는 보카치오(Giovanni Boccaccio)의 『데카메론』(1349∼1351)은 페스트가 휩쓸고 지나간 뒤, 거리 곳곳에 시체들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고, 도시 전체가 폐허로 변한 피렌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보카치오는『데카메론』에서 명료하고 직설적인 문체로, 세속적인 욕망을 추구하고 그것을 인정하는 당대의 인간상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한편 날카롭게 비판한다. 특히 그는 이 소설에서 운명과 맞서 싸우고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을 배우며, 나아가 운명을 개척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처럼 문학 텍스트에서 질병은 사회·역사적 함의나 은유로 사후적으로 해석되곤 했다. 1947년 간행된 카뮈(Albert Camus) 소설 『페스트』(La Peste)가 제2차 세계대전의 비극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카뮈는 소설 『페스트』에서 재앙에 대처하는 서로 다른 태도를 극명하게 드러내 보이면서도, 생지옥으로 변해 가는 세계를 거부하며 진리의 길을 가는 인물들을 그려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페스트』가 무관심에 맞선 투쟁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 점에서『페스트』는 비인간적인 것에 저항하여 온 인류가 하나가 되어 투쟁할 수 있다는 완벽한 상황을 예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카뮈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은 페스트에 맞서 싸우는 이들 중에 단 ‘한 사람의 여성도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보이스카우트 소설이라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또한 구조적 문제를 외면하고 개인의 윤리적 선택(선의)에 기대 문제를 해결하려 한 점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있다. 그러나 알다시피 카뮈가 이 소설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것은, 현실이 아무리 잔혹하다 할지라도 희망을 놓지 않고 자신의 걸음을 이어나가는 것이야말로 이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진정한 반항이며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이라는 것이다. 

불가능한 꿈을 꾸는 리얼리스트가 되자는 체 게바라(Che Guevara)의 말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문학은 당대의 고통에 함께 울부짖고, 고통 너머로 다 함께 이동할 것을 꿈꾼다. 코로나바이러스 이전에도 그러했듯이 그 이후에도 변함없는 문학의 할 일이겠다.

심영의(문학박사. 소설가 겸 평론가.)
심영의(문학박사. 소설가 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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