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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 경력 '교수' 탄핵정국 대안 카드로
시민운동 경력 '교수' 탄핵정국 대안 카드로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4.03.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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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에 출마하는 교수들

올해 17대 국회의원 선거 2백43개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 전·현직 교수와 총장은 3월 31일 현재 86명. 지난 16대 국회의원 선거에 비해 두배 가량 많다. 시민운동 경력을 가진 개혁성향의 교수들이 '탄핵정국'을 돌파하는 대안 카드로 주목을 받았고, 장·차관과 관료, 총장을 지낸 인지도가 높은 교수출신들도 여전히 많았다. 사회 각 분야의 전문성과 직능 대표성을 고려해 선정하는 각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에도 여야 모두 현직 대학교수를 선호했다.

전직 총장으로는 올해 8월까지 임기였던 정해주 전 진주산업대 총장(통영 고성)과 양형일 전 조선대 총장(광주 동구)과 총선 '올인'전략의 케이스로 출마한 윤덕홍 전 대구대 총장(대구 수성을) 등 4명이 열린우리당 공천을 받아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고, 최인기 전 호남대 총장(전남 나주 화순)과 고재유 전 광주여대 총장(광주 광산)이 각각 새천년 민주당과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지역구 1백여명 출마...비례대표 '교수출신'가장 많아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는 열린우리당 공천을 받은 전·현직 교수가 25명으로 가장 많았는데 경기대 강길부(울산 울주)·박상철(서대문을)·최충옥(경남 진해)교수가 나란히 입후보했다.  강창일 배재대(세계지역학부·북제주갑), 김태일 영남대(정치외교학과·대구 수성갑), 지병문 전남대(정치외교학과·광주 남구)교수 등도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다.

한나라당에는 김왕석 중앙대 교수(신문방송학과·동작을)가 지난 16대 국회의원 선거에 이어 두 번째 국회 입성 도전에 나섰고, 김태기 단국대(경제학과·성동갑), 박형준 동아대(사회학과·부산 수영), 이영해 한양대(정보경영공학과·안산 상록을) 교수 등 11명이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외에도 인천지역에 출마한 ㅎ대학의 겸임교수로 있는 o씨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위로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다.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는 교수는 임래규 한서대 교수(경영학과·노원을)와 이상휘 전북대 교수(윤리교육과·전주 덕진) 등 6명이다.

특히 민주노동당 후보로 부산 금정구에 출마한 김석준 부산대 교수(일반사회교육학부)는 전국교수노조 후보로 추대돼 교수노조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김용한 성공회대 외래교수도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의 추천을 받아 같은 당 후보로 경기 평택을 지역에 출마했다.

자민련에도 김태희 동의대 교수(정치행정학부·부산진을) 등 3명이 참여하고 있다. 김병곤 남서울대 교수(디지털경영학과·충남 천안을)와 이성구 홍익대 교수(정치학과·공주 연기) 등을 제외한 8명은 전직 교수 출신으로 무소속 출마했다.
직능 대표성을 갖는 각 당의 비례대표 후보에도 전·현직 교수들의 진출이 돋보인다.

홍창선 한국과학기술원 총장이 이공계 몫으로 당선이 확실시 되는 열린 우리당 비례대표 2번을 배정받았고 박찬석 전 경북대 총장(6번)과 김명자 전 숙명여대 교수(3번)가 '전략후보'로 선정됐다. 박명광 경희대(경제학과·12번)와 강혜숙 청주대(공연영상학부·15번), 이은영 한국외대(법학과·17번) 교수 등 6명의 현직 교수가 열린 우리당 비례대표로 선정됐다.

한나라당에는 여성 첫 경제학박사인 김애실 한국외국어대 교수(경제학과)가 1번 배정을 받았고, 박세일 서울대 교수(국제대학원·2번)와 윤건영 연세대 교수(경제학과·4번), 박재완 성균관대 교수(사회과학부·10번) 등이 비례대표 상위 순위에 포진했다.

16대 도덕적이지만 전문성은 발휘못해
지난 16대 국회의원 선거에는 대학교수 및 총장이 지역구에 12명이 출마해 3명이 당선됐다. 비례대표를 포함해 이들의 16대 국회 의정활동 평가를 들어보면 다른 직업군에 비해 대체로 도덕적이고 깨끗하지만 입법활동으로 성과를 보여주는 교수의 '전문성'은 기대만큼 높게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한 정당의 출입기자는 "특별히 교수출신으로 바라보지는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4년동안 입법활동 등 뚜렷히 남긴게 없어 무기력해 보인다"라면서 "교수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정치구조적인 문제도 한몫을 차지한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지난 1988년 13대 국회의원 선거를 정점으로 전·현직 대학교수와 총장의 출마가 계속 늘고 있는데 대해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한 사립대의 ㅂ교수는 정치구조의 한계속에서도 "건강한 상식과 전문적 지식을 갖춘 지식인들의 정계진출은 바람직하다"라고 진단한 반면 다른 대학의 한 교수는 "학자로서 후학양성에 힘쓰는 것이 교수답다"면서 "굳이 국회에 진출하지 않더라도 자문, 심의 등의 간접적인 방법도 많다"라고 지적했다.

교수들의 정계진출에 대해 교수사회 내에서도 찬반의견이 이같이 분분하지만 도덕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역량있는 인물에 대한 요구도 높아 교수들의 정계진출은 계속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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