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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의 성공, ‘유교적 정치 유산’에서 기인했나
K-방역의 성공, ‘유교적 정치 유산’에서 기인했나
  • 김재호 기자
  • 승인 2020.09.09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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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2020년 가을호 '코로나19가 던진 과제들' 특집 
“K-방역 성공은 민주적·대중적 통제가 핵심”

 

“유럽중심주의가 보이듯 아시아의 사례들을 하나로 통합해서 분석할 수 없다. 
K-방역은 유교적 정치 유산에서 기인한 게 아니라 인민주권을 지닌 개인들의 협동적 창조로 나타난 것이다. 
더욱 중요한 건 예전 가치의 잔존이나 재출현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의 개척이다. 
국가라는 공동체를 공동영역의 차원에서 다시 사유하고 집단 주체성의 힘을 길러야 한다.“

 

대만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철저한 봉쇄 전략으로 확진자 수를 줄일
수 있었다. 현재 대만은 489명(퇴원 471명, 사망 7명)이 확진 판정 받았다.
/ 사진 = 연합

 

 

코로나19 논의가 주로 의료인과 환자에 집중돼 있다. 이에 <창작과비평>(통권 189호, 2020년 가을호)은 그동안 잘 다뤄지지 못했던 K-방역과 민주주의, 돌봄과 탈성장, 학교생태계의 방향, 농촌의 위기를 다뤘다. 코로나19의 확산세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가 던진 과제들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가장 주목할 글은 황정아 문학평론가(한림대 한림과학원 HK교수)의 「팬데믹 시대의 민주주의와 ‘한국모델’」이다. K-방역은 투명성과 개방성, 창의성에 더해 기술이 더해져 전 세계에서 찬사를 받았다. 허나, 이에 대한 비판적 검토는 부족하다. K-방역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성공이라고 판단하는 것마저 아직은 시기상조다. 


중국은 바이러스의 진원지로 비난을 받았으나 수치상 좋은 결과를 보였다. 대만 같은 경우는 초기부터 폐쇄적 전략을 취해 유의미한 성공 요인을 파악하기 힘들다. 그런데도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구의 관점에선 한국, 중국, 대만 등은 ‘아시아적’ 사례로 통합 분류돼 분석된다. 즉, 아시아 국가들의 성공 사례들은 ‘유교적 정치 유산’에 따라 신속히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정아 문학평론가는 태거트 머피 전 일본 쓰쿠바대 교수(국제경영)가 제기한 이 지점에서부터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아시아 국가들의 유교적 정치 유산은 첫째, 전문가에 대한 신뢰가 특징이다. 둘째, 통치의 정당성에 의한 질서의 보존과 확보라는 인식이 강하다. 서구적 해석에 따르면, 아시아인들은 팬데믹의 확산 속에서 정부의 지침이나 의료전문가들의 지침을 믿고 따르며 순응했다. 그 결과, 신속한 대처로 방역에 성공했다. 비민주적이고 순응적인 문화가 과연 K-방역의 성공 요인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다면 성공 요인이 유교라는 옛 것의 잔존이나 재출현이지 새로운 가치의 개척이 아니기에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힘들다. 


황 문학평론가는 한병철 전 베를린예술대 교수(철학·문화학)와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의 관점 역시 유럽중심주의라고 비판한다. 한병철은 중국에서 보인 디지털 치안체계가 서구에까지 도래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즉, ‘디지털 생명정치’가 허용될지 모른다는 걱정이다. 하지만 이는 아시아에서 일어난 방역조치들을 국가별로 세세하게 들여다보지 못한 결론이다. 아감벤은 이탈리아(원문은 이딸리아)의 상황을 ‘엄청난 과잉반응’으로 규정하고, 그런 예외상태가 일상적 통치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확진자와 사망자가 약 27만 명과 3만5천 명이 육박하는 지금, 오히려 약한 봉쇄 조치가 문제다. 


더욱이 황 문학평론가는 디지털 생명정치와 예외상태의 통치 패러다임이 지닌 담론 프레임이 더욱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부 비판가들이 지적하는 국가의 통제 혹은 디지털 감시는 비판의 일면성에 머문다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점은 국가를 응당 비판하고 저항해야 하는 대상으로만 간주하거나, 개인들이 국가에 반대항으로만 규정되는 데 있다. 


하지만 황정아 문학평론가는 ‘K-방역과 민주주의’ 진단을 통해 성공 요인을 사람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즉, ‘국가의 감시와 통제 대 책임 있는 개입의 구도’를 넘어서고자 한다. 민주적이고 대중적인 통제, 다시 말해 국가의 개입을 수용하고 요구하는 ‘인민주권’의 주체인 개인이 없었다면 K-방역은 성공할 수 없었다. 한국은 촛불혁명과 같은 위기에서 나타나는 집단적 고양감이 응축된 민주주의의 경험을 가졌다. 이로써 방역에 요구되는 유대와 책임을 기를 수 있었다. 물론 최근 확진자 지속세를 보면, 아직 더 많은 질문과 과제가 남은 건 사실이다. 


그래서 황 문학평론가는 대안으로 담론적 실천으로서 ‘커먼즈(공동영역)’와 자유와 평등을 가능하게 해주는 ‘우애’를 제시한다. 전자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주체 의식을 갖고 국가나 공적인 공간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말한다. 한 마디로 좋은 공동체를 만들려는 공동영역 차원의 노력이다. 후자는 일종의 동지애로서 서로를 향한 배려와 책임, 돌봄이다. 결국, 팬데믹 시대에서 중요한 건 공동체를 다시 사유하고 협동적 창조인 정치적 우애로 집단 주체성의 힘을 기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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