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18:05 (토)
학이사: '디지털 리터러시'
학이사: '디지털 리터러시'
  • 이인숙 세종대
  • 승인 2004.04.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미 정보통신기술이 사회전반에 깊이 파고들어 이동전화가 없이는 전문 활동에 제약을 받고 사교생활 역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시대.  전자메일을 확인하고 간간히는 답장도 보내야 하니 아래한글 정도의 소프트웨어는 필수가 됐다.

서구에서 전화가 도입됐던 초기에 기업 CEO를 대상으로 전화사용법을 교육하기 위해 이들을 소집했으나 대부분이 매우 불쾌해 하며 참석을 꺼렸다는 일화가 있다. 컴퓨터가 필수적 매체가 되면서, 이제는 디지털리터러시를 갖추지 못한 리더들, 대학의 경우 교수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연구와 교수를 독립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그리곤 언제부터인가 대학 교수들에게 사이버교육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각자의 학문영역에서 가르쳐온 교수가 전통적인 개념의 교실공간이 아니라 사이버공간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행위는 아직 낯설 수밖에 없다.

그럼 왜 사이버교육이 학생들이 등교해서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 환경에 필요한 것인가. 정보사회가 성숙해 감에 따라 개개인의 편리한 시간과 편리한 장소에서 개개인이 필요하고 관심이 있는 것만을 맞춤으로 학습하고자 하는 필요성과 요구가 확산되고, 사이버공간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본질 및 환경 특성을 지니고 있다.

아직도 언어적인 모델에 의존하고 있지만 사이버공간은 텍스트, 그래픽, 오디오, 비디오, 애니메이션 등의 멀티미디어적 요소를 다양하게 통합함으로써 모든 학습유형에 부합하는 학습 환경을 설계할 수 있다. 기록성과 공개성으로 인해 교육 방법의 과학화와 객관화를 촉진할 수 있으며, 수요자 중심의 맞춤교육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면을 보기 전에, 모든 사람들이 사이버교육을 수용하고 선호할 수는 없다는 점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사이버교육의 수용에 가장 일차적 방해 요소라면 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들 수가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적극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담을 느끼고 변화는 더욱 두려워한다. 후자의 경우 사이버교육을 원치 않을 가능성이 많으며,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할 경우라면 여전히 높은 긴장감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밖에도 테크놀로지 활용 능력, 언어적인 표현력과 이해력, 키보드 사용 능력, 컴퓨터와 인터넷 연결 환경 수준 등 다양한 조건들이 여의치 않아 사람에 따라서는 사이버교육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한편 사이버공간의 개방성은 사용자, 즉 학습자에게 통제권을 상당 부분 넘겨줄 수밖에 없는 학습 환경을 가져온다. 전통적으로 교수자의 손안에 들어있던 통제권의 상실은 크게 기술적 통제의 상실과 교육과정 통제의 상실로 나타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사이버공간에서는 사용자인 학습자가 자신의 학습과정 전개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하며, 이는 일종의 탈중심화의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공급자 중심의 교육모델에서 수요자인 학습자 중심으로 학습과 교수의 권위가 이양되고, 공급자에게 몰려있던 교육적 의사결정의 힘이 다양한 주체자에게 분산되는 양상이 사이버공간에서는 발생하기 쉽다. 그러나 학습자들은 너무 많은 선택이 주어지면 오히려 본래의 과제에서 벗어나는 경향을 보이므로, 사이버공간이 혼돈을 초래하거나 질적 저하를 가져올 위험성도 있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번 ‘사이버공간이 지식의 원천이 될 것’이라는 무조건적 믿음의 흐름에 대한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 결국 지식의 원천은 ‘인간’이며 우리가 신뢰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지식으로 사이버공간이 채워지느냐는 ‘기술’ 독립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이버공간에서 활동하는 교수, 학생, 대학기관을 포함하는 ‘우리 모두’의 ‘가치’, ‘지혜’와 ‘지적활동’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사이버공간을 통한 교육에서도 여전히 ‘인간’은 언제나 중심에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