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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인생은요?
남은 인생은요?
  • 김재호
  • 승인 2020.09.01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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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가족, 중독 그리고 몸에 관한 기록
성(sung) 지음 | 호영 옮김 | 미디어일다 |319쪽
책 표지. @미디어일다.
책 표지. @미디어일다.

이 책은 자전적 에세이와 소설의 중간에 머문 비문학이다. 미국 시카고에서 활동하는 저자 성(sung)은 한국에서 태어나 이민 간 작가이자 다원예술가이다. 한국계 이민자인 밀레니얼 세대의 저자 성은 자신이 겪은 트라우마를 치유해가는 여정을 기록했다. 저자 성에게 분노 조절과 조울증, 불안증, 섹스 문제가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

백인들에 둘러싸여 한국, 중국, 일본인인지 질문 받고 차별 받았던 저자. 한국인을 이르는 비속어가 ‘국(gook)’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책의 부제는 ‘트라우마, 가족, 중독 그리고 몸에 관한 기록’이다. “미안(My bad)”으로 시작하는 『남은 인생은요?』는 과연 그(they)가 누구이고, 무얼 하며,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자전적으로 기록했다. 저자 성은 성별이분법을 바깥에서 젠더정체성을 찾고자 남자와 여자의 그와 그녀가 아니라 ‘그(they)’로 불리길 원한다. 

“모든 꿈은 내 몸이 길을 찾지 못하고 떠돌다 다다르는 막다른 골목이다. 더 이상 상상할 게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몸은 매번 똑같은 고통과 진실을 말한다.”(120쪽). 트라우마는 몸과 마음에 회복하기 힘든 생채기를 남겼다. 저자 성은 출판사에 보내는 편지에서 자신의 글에 깔려 있는 근본적인 테마가 ‘공동의존’과 ‘혼자 있는 것에 대한 극도의 두려움’이라고 적었다. 공동의존은 양육자의 학대로 인해 약물 중독 같은 반복적 문제를 가진 이와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면서 친밀감, 주체성, 감정 표현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현상이다.

저자 성은 사랑이라는 것이 속고 있는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이 속아 넘어가도록 허락하는 거라고 밝혔다. 고통 역시, 고통에 자기 스스로를 열어두는 것이지 고통 그 자체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법이 따로 있기 보단 자유와 해방을 스스로 정립하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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