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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위기에 처한 대학
[원로칼럼] 위기에 처한 대학
  • 차갑부
  • 승인 2020.08.28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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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따른 온라인 강의…원격대학 매력 상승
한국 고등교육 재학자 50% 넘어 보편화 단계 진입
블라인드 채용으로 대학 가치↓·위기 대응 고민해야

코로나가 세계를 전속력으로 누비고 있는데 뾰족한 대책은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으니 ‘최첨단 의학’이라는 말이 맞는지 의문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생각에 인내로 버터 왔으나, 이제는 공포감에 일상생활조차 힘든 상황이다. 이곳저곳에서 나오는 코로나에 대한 흉흉한 말들을 듣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식당에 가는 것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시장에 가는 것도 안심할 수 없으니 ‘인명은 재천’이고 ‘천명은 코로나다.’ 마주치는 사람이 코로나에 감염된 것 같아 외면하게 되었으니 세상은 온통 불신의 대상이다. 자녀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은 혹시 그곳이 코로나의 감염원이 되지 않을지 걱정이 태산이고, 직장에 다니는 가족에게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의심의 대상이 되었다. 희망 없는 삶을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체험하는 요즘이다. 

이러는 사이 대학이 개강을 하였다. 당초에는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는 블렌디드(blended) 형의 수업을 계획한 대학이 많았으나 대부분 개강 직전에 온라인 수업으로 선회했다. 1년을 온전히 온라인 수업을 듣게 되는 학생들은 표면적으로는 ‘만족하다’는 반응을 보였을지 모르지만 내심으로는 ‘이게 대학이냐’는 불만을 갖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힘들게 공부하여 비싼 등록금을 지불하고 입학한 대학이건만 캠퍼스도, 교수도, 학우도 보지 못하는 현실이 학생들에게 민망하기만 하다. 이러한 비정상적 상황이 올해로 끝난다는 법은 없고 희망일 따름이다. 앞으로는 이보다 더 고약한 전염병이 창궐할 것이라는 시중에 떠도는 말이 기우(杞憂)이길 바랄 뿐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온라인 교육을 목적으로 설립된 방송통신대학이나 사이버대학과 같은 원격형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매력이 높아질 것이다. 오프라인 대학의 한 학기 학비로 졸업까지 하고 남을 만큼 학비가 저렴하고, 「고등교육법」 제2조에 의해 정규 고등교육기관으로 인정을 받아 일반대학과 동일한 수준의 학위를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원격 대학은 온라인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과 장비 등을 구비했을 뿐만 아니라, 교수방법에 대한 노하우를 이미 축적했다. 세계적으로는 대규모 개방 온라인 강의인 무크(MOOC)가 수백만의 학생들에게 무료로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누구든지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세계 명문대학의 우수한 강의를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수증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인 마틴 트로우(Martin Trow)는 고등교육이 엘리트(elite)․대중(mass)․보편화(universal) 단계를 거친다고 주장한 바, 우리나라의 대학은 동일 연령층에서 차지하는 고등교육 재학자의 비율이 50%를 넘어 보편화 단계에 들어선지 오래다. 보편화 단계에서는 대학교육을 받는 것이 소수자의 특권도 아니고 상대적 다수자의 권리도 아니며, 만인의 의무일 뿐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보편화 단계의 대학은 그 기능이나 역할이 평생교육기관과 다름없다. 그만큼 전통적 대학의 가치가 하락하게 되었다.  

취업시장에서도 학력 대신  ‘블라인드 채용’이 보편화된 오늘날 어떤 대학을 나왔는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취업 후 하는 일에 있어서도 대학 졸업자가 과거에 고졸 이하의 학력 소지자가 했던 일을 하는 과잉교육된(overeducated) 사회가 되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영국에서는 『더 많이 공부하면 더 많이 벌게 될까』라고 대학교육의 회수율(rate of return)에 의문을 제기하는 저술이 등장한데 이어, 국내에서는 대학에 가지 않고도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학력파괴자들』이란 저술이 등장하여 추락한 대학의 위상을 실감케 한다.   

학령인구의 절대적 감소로 유수 대학을 제외하고 정원을 채우기도 힘든 현실이 대학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밀어닥친 코로나 사태가 지속된다면 상황에 따라 온․오프라인 수업을 결정해야 하고 비싼 등록금을 ‘헌금(?)’해야 하는 오프라인 대학에 가야 할 이유가 있을지 의문이다. 설마가 사람 잡고, 둑은 작은 구멍으로부터 터지는 법이다.  

차갑부 명지전문대 명예교수
차갑부 명지전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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