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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관심사 취급…다양한 형식 강조
학생관심사 취급…다양한 형식 강조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4.03.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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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 새학기 강좌 개설 경향


학생들의 눈높이와 관심사를 적극 반영하면서도 학문의 본령을 지키는 강좌들이 다수 개설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000년도부터 국내 대학에 도입되기 시작한 ‘신입생 대상 전공탐색과목’이 대표적인 예.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신입생들이 대학생활에 ‘연착륙’하고, 전공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설된 강좌다. 10명 내외의 소규모 인원으로 운영된다.


이화여대는 2000학년도 1학기부터 ‘1학년 세미나’란 이름으로 이 제도를 도입하고, 올해도 340여개에 가까운 과목을 내놓았다. ‘문학에서 나 찾기’, ‘영화를 통해 본 정치’, ‘생활 속의 우리 미학-그 멋과 지혜’ 등 말랑말랑한 강의명과 강의내용이 눈에 띈다.


흥미유발 강좌의 寶庫, 전공탐색과목

정대현 교수(철학과)가 개설한 ‘문자언어와 영상언어’도 그 중 하나. TV와 영화 매체에 익숙한 세대에게 ‘영상’이라는 낯익은 카드를 꺼내들어 학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덕분에 철학과에서 개설했다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이번 학기 7명의 학생이 수강신청을 했다.


하지만 강좌가 한없이 부드럽고 말랑말랑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문자언어와 영상언어’는 영상을 언어의 일종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하고, 그간 인문학이 사용해 온 문자언어와 비교하는 작업을 한다.

 

문자언어와 영상언어의 차이는 무엇이고, 둘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통찰력 있는 분석을 시도한다. 신입생에게는 쉽지 않으면서도 흥미로운 작업이다. 수업은 학생들의 생각을 엿들을 수 있는 토론과 발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연세대 역시 지난 2002년도 2학기부터 신입생 전공탐색강좌인 ‘Freshman Seminar'를 개설해, 3년째 운영하고 있다. 매 학기 새로운 주제로 강좌가 개설되는 가운데 올해 역시 주목할 만한 강의가 개설됐다.


김상효 교수(토목공학과)가 담당하고 있는 ‘교량 미학: 교량 즐기기’는 교량을 다룬다. 무미건조한 모양의 동일한 국내 교량에 익숙했던 사람들로서는 뒤에 붙은 ‘美學’이란 단어에 의아해 할 수도 있는 일.

 

하지만 김 교수는 교량이 오랜 기간에 걸쳐 인간에게 실용적이면서도 정신적, 종교적 관심의 대상이었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가, 회화 및 영화의 소재로 등장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당대의 문화와 역사가 간직돼 있는 구조물이라고 덧붙인다. 결국 회화나 조각 작품처럼 교량 역시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한번쯤 그러한 교량을 만들어 보겠다는 꿈을 갖도록 학생들을 유혹한다.

수업은 강의와 현장답사를 병행한다. 강의는 로마의 수로교에서 최장 현수교인 일본의 아카시대교까지 살펴보는 세계교량의 역사, 불국사의 청운교부터 영종대교까지의 한국 교량 역사, 이 두 가지를 훑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성수대교의 사건과 원효대사에 얽힌 사연 등 한강교량에 얽힌 사연도 학생들에게 곁들일 예정. 여기에 ‘교량과 과학’ 꼭지에서는 전공 맛보기로서 교량형식에 따른 힘과 균형의 원리를 알려줄 계획이다. 김 교수는 3번에 걸쳐 교량 현장답사를 갈 계획이다.

신입생 대상 전공탐색강좌가 학생의 눈높이에 맞춘 것이라면, 숙명여대의 ‘교수 멘토 프로그램’은 학생의 현실적인 관심사를 최대한 반영한 강좌다. ‘멘토 프로그램’은 취업난이 가중되는 현실에서도 여학생들의 성공적인 취업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 2003년도 2학기에 만들어졌다.

 

전공 교수는 멘토 프로그램 Ⅱ을, 외부 전문가는 멘토 프로그램Ⅰ을 담당하고, 학생들의 취업계획을 보살피고 현장성을 길러주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수업은 10명 내외의 학생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번, 2시간씩 진행한다.

학문의 본령 지키면서 학생 취업 고민해주기도

이중 ‘교수 멘토 프로그램’은 학문적인 밑바탕을 잃지 않으면서도 학생들의 취업과 곧바로 연계될 수 있도록 설계된 강좌다. ‘광고전문인 준비반’(유종숙 교수)은 한 학기 내내 카피라이터, 광고기획자, 프로듀서 등 광고 전문인과의 대화 시간을 마련하고, 학생들의 공모전 준비를 돕는다.

‘법정드라마 작가’(김두형 교수)는 법학을 공부하지만 이론에 치우친 법학 교육에 실망을 느끼거나, 문학·영화·드라마 속의 법에 더 관심을 가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다. 수업은 문학·영화·연극·드라마 속의 법을 분석하고, 법원 방청이나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갖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본근현대소설을 통한 일본문화 바로 읽기’(이지형 교수)는 멘토 프로그램의 기본 취지와는 조금 다른 성격의 수업이다. 취업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인문학이다보니 타 전공과는 상이한 방식으로 멘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교통·여행·생활 등 다양한 문화적 코드가 용해돼 있는 일본 추리소설을 읽도록 해, 일본 문화를 이해함과 동시에 ‘덤으로’ 일본어 독해 실력 향상을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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