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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뷰카, 온택트, 그리고 교양교육
[딸깍발이] 뷰카, 온택트, 그리고 교양교육
  • 신희선
  • 승인 2020.08.26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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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여름이었다. 기후 위기의 징조라는 유례없는 긴 장마와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더 힘겨운 8월이었다. 매일같이 질병관리본부의 속보를 접하고 확진자 발생정보와 방역수칙 준수를 경고하는 안전 안내 문자를 확인하며, 건물이 폐쇄되거나 출입이 통제되고 각종 행사가 취소되는 일을 경험하고 있다. 그야말로 ‘뷰카(VUCA)’ 시대가 도래했다.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이라는 특징이 2020년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대학의 온텍트(ONtact)를 가속화하였다. 디지털 환경은 필수조건이 되었다. 지난 겨울 갑작스런 COVID-19의 발병으로 미뤄졌던 2019학년도 졸업식이 여름이 되어도 사정이 나아지지 않자 결국 전후기 통합 온라인 학위수여식으로 진행되었다. 졸업생이 없는 졸업식이었다. 유튜브 채널로 졸업식을 중계하거나 학교 홈페이지에 졸업축하 메시지를 담은 동영상을 게시하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대학에서 온라인 회의는 이미 일상이 되었고 온라인 학술대회도 보편화되었다. ‘온라인 입시전략 설명회, 온라인 전공설명회, 온라인 취업캠프, 온라인 멘토링, 온라인 동아리면접, 온라인 토론대회, 온라인 토크콘서트, 온라인 대동제’ 등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행사와 활동이 온택트로 이루어지고 있다.

코로나 확산이 지속되면 대학의 온라인 현장은 더 확대될 것이다. 지난 1학기의 혼란을 반복하지 않도록 각 대학은 비대면 수업을 위한 플랫폼을 정비하였고, LMS에서 손쉽게 화상강의를 할 수 있는 환경도 구축하였다. 또한 오프라인의 관행을 온라인에 그대로 이전할 수 없기에 교원들을 대상으로 비대면 수업을 위한 온라인 교육을 실시하였다. 여름방학은 교수들의 재활의 장이자 훈련의 기회였다. 온라인 교육을 반복적으로 받으며 새로운 시스템에 익숙해지는 시간이었다. 

여름방학마다 진행되고 있는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의 연수도 올해는 온라인으로 운영되었다. 대학에서 교양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강사들을 대상으로 교양교육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감하는 것부터 고전 읽기와 토론, 융복합 교양교과, ICT 활용 글쓰기 교육, ZOOM 기반 온라인 환경에서의 사고와 표현 수업사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의 강좌들이 마련되었다. 전국 유명 교수들이 녹화한 동영상 강의를 보며 공부하면서 새삼 학습자 입장에서 온라인 수업을 경험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뉴타입의 시대'의 저자 야마구치 슈는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위해 기초교양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14세기 페스트가 휩쓸고 지나간 후에 르네상스가 시작된 것처럼, 코로나 팬데믹 이후 어떠한 미래를 설계해 나갈지는 우리의 ‘구상’에 달려 있다며 미래에 대한 예측 대신 미래를 구상하라고 한다. 이러한 구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초교양에 기반한 질문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즉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우리 사회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하도록 하는 힘이 교양교육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그는 “입시 공부로 ‘정답 찾기’를 통해 출세한 사람은 사회와 미래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라며, 기초교양은 현대사회에서 각 전문영역을 넘나들며 전체성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일상 곳곳이 위험지대가 되어버린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불편한 현실은 가을 학기에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단지 온라인 수업을 잘 준비하는 것만 아니라 교양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번 학기 학생들과 함께 미래의 희망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생각해 보려 한다. 위기는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우리에게 묻는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대변동'에서 경마 상황에 빗대어 문제와 해결책의 긴장관계를 말한다. ‘파괴’와 ‘희망’이라는 두 말이 속도를 내며 질주하고 있고,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결론이 나는 데는 수 십 년밖에 남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다며 변화를 주도하는 책임을 거듭 언급한다. 코로나19가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잠식하는 ‘뷰카’의 시대일수록 우리가 가야 할 길의 방향이 올바른지 점검과 성찰이 필요하다.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 정치학 박사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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