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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교수 서울대 개혁론
원로교수 서울대 개혁론
  • 안길찬 기자
  • 승인 2001.04.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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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대 교수협의회 회의실에서는 눈 여겨 볼 토론이 하나 진행됐다. 서울대 개혁을 놓고 내노라 하는 서울대 교수들이 벌인 내부토론이었다.

교협 새 회장을 맡은 신용하 교수(사회학과)를 비롯해 조동일(국문학과)·강병구(언론정보학과), 최갑수(서양사학과)·김남두(철학과)·김영식(화학과)·이애주 교수(체육교육과)·안상헌 충북대 교수(철학과) 등 10여명의 교수들이 바쁜 오후시간을 쪼개 자리를 같이했다.

이 날 모임의 주최자는 장회익 교수(물리학과)였다. 토론은 장 교수가 서울대 교수들에게 편지를 보내 제안한 '국립대 협력 및 개방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정년퇴임을 몇 해 남겨 놓고 있지 않은 장 교수는 지난 2월 중순, 서울대 교수들에게 한 통의 편지를 전달했다. 서울대의 학부과정을 다른 대학 학생들에게 개방하자는 내용이었다. 이날의 자리는 그것을 진전시켜보기 위한 자리였다.

장 교수의 국립대 개방안을 요약하자면 "서울대를 포함한 국립대 사이에 상호보완 협력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학부과정에서 서울대 명칭의 입학생과 졸업생을 내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서울대의 학부 입학정원을 협력대학에 배정해 이들 대학에서 교육시키고, 서울대는 가능한 범위에서 이들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열린교육을 해 보자는 것이다. 그것이 곧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대학의 서열구조를 깰 수 있는 정책대안이 아니겠냐는 것이 장교수의 고민이었다.

장교수의 발상전환에 대해 서울대 교수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교수들은 대부분 "너무 이상적인 안"이라고 일축했다. 신용하 교수는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오히려 전체대학 교육을 하향 평준화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강명구 교수는 "우수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서울대 교수의 가장 큰 보람인데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냐"는 반응을 보였다. 조동일 교수만이 "이상적이긴 하지만 취지와 아이디어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토론에서 확인된 장 교수와 다른 교수들 사이의 간극은 결국 '모두 잘 살 것인가', '혼자 잘 살 것인가'하는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장 교수의 제안은 서울대를 넘어선 것이었지만, 다른 교수들의 생각은 여전히 서울대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었다. 장 교수의 제안은 어느 사회대 교수의 지적처럼 서울대 밖에서 논의될 때 그 뜻을 살릴 수 있는 방안 모색이 가능할 것으로 본이다. 안길찬 기자 chan121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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