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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특집좌담 (5)] 앞으로도 인류사와 함께할 뒷담화, 선한 영향력 살리자
[사회혁신 특집좌담 (5)] 앞으로도 인류사와 함께할 뒷담화, 선한 영향력 살리자
  • 교수신문
  • 승인 2020.08.2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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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두번째부터 박상병 정치평론가, 좌장을 맡은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손애경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융합콘텐츠학과 교수, 정재룡 전 국회 수석전문위원, 성봉근 서경대학교 법학과 교수, 이경선 서강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행정법무학과 교수.
왼쪽 두번째부터 박상병 정치평론가, 좌장을 맡은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손애경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융합콘텐츠학과 교수, 정재룡 전 국회 수석전문위원, 성봉근 서경대학교 법학과 교수, 이경선 서강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행정법무학과 교수.

■ 박상병
정치사회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뒷담화와 모략의 심리적 동력으로 이어진다. 팩트보다 더 리얼한 뒷담화 또는 모략의 파급효과는 더 클 수밖에 없다. 정치권력을 중심으로 찬성과 반대의 여론층이 광범위하게 형성된다. 뒷담화와 모략의 여론적 기반은 풍부하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 무관심보다 더 무서운 ‘정치과잉’이 공론보다 뒷담화를 주도한다. 특히 프레임 전략과 이미지 전략으로 결판나는 한국의 선거정치는 그 부정적 산물에 다름 아니다. 정책․비전․인물 보다 담론․프레임․이미지가 유권자의 투표행태를 좌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서로 모략하고 거짓을 선동하고 헐뜯는 선거전략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정치영역에서 정치 뒷담화 및 모략은 크게 세 가지 특징을 보인다. 첫째, 국민적 신뢰가 낮은 권력이나 주도권을 뺏긴 (친)기득권 세력이 이용하려 든다는 점이다. 때문에 ‘주류로의 복귀’를 위한 담론적 포석 또는 절망적 배설을 만드는 것이다. 둘째, 몇 개의 중요한 포인트를 연결해서 거대한  ‘부정적 스토리’를 확대 재생산하게 된다. 권력에 대한 불신과 진영대결은 곧  ‘부정편향’을 폭발적으로 재생산한다. 셋째,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반응’의 문제로 인식하게 된다. 대중적 반응은 곧 프레임과 이미지 전략의 핵심이다. 그러나 잘 쓰면 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대체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성봉근
상대적으로 사회적인 힘과 권력이 약하거나 도덕이나 법에서 당시에는 허용되지 못하는 논의와 평가들을 자유롭게 함으로써 권력이 강한 대상을 상대로 자유로운 사상과 표현을 분출해 주는 기능이 있을 수 있다. 뒷담화가 긍정적인 기능을 발휘하려면 그 목적이 타인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이나 명예훼손 등이 아니라 헌법적 가치와 도적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결국 그 목적과 용도에 따라 뒷담화의 순기능과 역기능은 다르게 나타나게 될 것이다.  

■ 손애경
뒷담화는 사회구성체에 피해를 끼치는 몰지각한 이기적인 대상자를 대다수의 시민들이 뒷담화를 공공연하게 함으로써 유사한 침해사례에 대해 예방적 차원의 자정 정화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최근 대표적인 사례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저지하려는 사회공동체의 의지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이들에 대한 뒷담화를 통해 억제 예방 효과를 거둔 사례를 들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공공적인 뒷담화는 사회의 분란과 갈등을 해소하는 원천적인 채널이 된다고도 볼 수 있다. 불의를 참지 못하던 시절, 정의를 위해 싸우던 시절, 대포집에서 세상 뒷담화로 안주 삼던 시절, 공공의 뒷담화는 바람을 뚫고 날아간 불화살처럼 빠르게 번져 나가는 들불로 이 땅에 민주화를 밝히는 데 기반이 되었다. 
최근의 예를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촛불혁명이라든가 미국의 인종차별 시위 같은 경우처럼 개인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수직적인 사회계층 계급의 문제를 단결력 강한 집단의 행동으로 표출하여 나타내기도 한다.  
특히, 국가적 차원에서의 뒷담화는 대내적으로는 믿고 싶은 것만 믿는 대중들을 상대로 현재 SNS의 파급효과를 잘 살려 결집시켜 갈 수 있는 여론의 방향 조성에 활용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으며, 정부, 기업, 단체, 지역 등 국가 공동체 내 갈등구조를 조장하는 사회 정치 경제 언론 등의 뒷담화에 대한 국민적 의식 수준을 고양시키는 것이 중요해졌다. 한편, 국가적 차원에서의 대외적 뒷담화 기능은 현재 국가간 음모론 조장과 갈등 조성 (사이버 해킹, 조직적인 댓글부대 등) 의도로 활용되고 있다.
   
● 좌장 김만흠 
한국사회의 뒷담화와 음해, 모략의 문화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어떻게 건강하게 해소해나갈 수 있을까?

■ 정재룡
첫째, 공직 인사에서 평판 조회에 사생활 보고를 금지시키고 이를 위반하면 징계조치하도록 한다. 근본적으로는 국가공무원법(44조 및 45조)과 지방공무원법(42조 및 43조)을 개정하여 사생활에 관하여 보고 등을 금지시키고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하도록 한다. 사생활에 의혹이 있을 때는 따로 공식 조사를 실시하여 문제가 드러나면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면 된다.
둘째 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과거 첩이 인정되던 시대의 윤리 관념으로서 지금은 시대착오적이기 때문에 이를 폐기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지금은 이혼과 동거 외에는 거의 모든 것이 법으로 금지되고 있다. 이혼이나 동거 전력이 있으면 공직을 맡을 수 없다고 오해될 수 있는 윤리 관념은 옳지 않다.
셋째, 인터넷 공간에서 익명성에 의지하여 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범죄가 발생하면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이후 비접촉이 강화되어 인터넷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온택트’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로 온라인 시대로 가고 있다. 그에 부응하여 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넷째, 직장에서 파벌 형성을 지양해야 한다. 지연, 학연 모임을 금지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이 파벌이 되어 직장의 여론을 왜곡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감사 부서에서 그런 문제를 시정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 손애경
최근엔 국경의 경계가 없는 인터넷 환경 속에서 지구촌이라는 개념이 실감나는 초국가적인 플랫폼을 통해 대놓고 뒷담화를 통해 파워를 형성해가는 일인 미디어를 비롯한 인터넷 방송 콘텐츠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미디어들은 자극적인 뒷담화를 재생산하면서 가상공간에서의 그들만의 파워를 확대해가고 있다. 기존 공공 방송 언론사가 가지고 있던 역할과 파워는  개인화되고 파편화되어, 이제 더 이상 공공 언론 방송사의 성역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기존 언론매체들의 역할이 해오고 있던 환경이 붕괴되고 아우라가 사라진 덕분에, 사람들은 인터넷 SNS상에서의 뒷담화 홍수 속에서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만들어진 것인지를 많은 시간을 들여 스스로 검증해야 하는 고민에 놓이게 되었다. 게다가, AI, 빅데이터, VR/AR 기반의 딥페이크(Deep Fake) 기술을 활용하여 생산되고 있는 정교하고 고도화된 가짜 콘텐츠들의 진위여부를 판단하기는 더욱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부처 및 교육계에서는 현재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일부 인터넷을 통한 가짜뉴스나 모략들에 대하여 엄정한 처벌을 내리는 등 점점 이와 관련한 대책들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인터넷상에서의 뒷담화의 전방위적인 확산과 고도화된 모략을 통제하고 규제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확산 속도나 치명도로 볼 때 지금의 뒷담화는 더 이상 우리가 알던 뒷담화가 아니다. 
인터넷 환경 속 뒷담화는 코로나 바이러스급 양상을 띠고 있어서, 이제부터는 뒷담화에 대한 관점도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대놓고 떳떳하게 이야기하는 걸 뒷담화라 하지는 않지만, 현재 인터넷 환경에서의 뒷담화는 더 이상 뒤에서 수군거리는 차원을 넘어, 공개적인 담론화를 통해 미래문화 속 뒷담화를 예측할 필요성이 있다. 
앞으로도 인류사와 함께 할 뒷담화는 인간을 둘러싼 공기와도 같아, 산소 같은 뒷담화의 순기능과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뒷담화의 역기능 사이에서, 선한 영향력이라는 사회 면역체계를 강화시키는 것이 신기술 환경하에서 뒷담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라 생각하며, 나아가 미래사회 인류공영을 위한 뒷담화의 진화를 위해서는 양날의 검을 다루는 지혜로움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 성봉근
사회의 공정한 룰을 만들기 위한 법과 제도를 광범위하고 세심하게 만들어 나가서 밝고 건강한 논의로 바꾸어야 나가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책라고 하겠다. 따라서 뒷담화 등을 한 사람들에 대한 개별적인 처벌이나 비난의 문제로 보기 보다는 헌법이 지향하는 기회 균등한 헌법국가를 구현하기 위한 헌법적인 문제에 속한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시간과 상황 및 장소 등의 변화에 부합하면서도 지적으로 보다 풍요로운 수준의 표현과 사상의 시장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추가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사상의 시장에서 하버마스의 대화이론을 법철학적 기반으로 하여 접근해 나가야 한다. 또한 어느 일방의 이익을 절대적으로 우선시하여 그렇지 않은 일방의 의견을 무시하고 배제해서는 안되고, 상호 양보를 통하여 규범조화적으로 접근하여야 한다.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뒷담화를 하는 사람들이든 이들을 규제하려고 하는 측이든  비례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 비례의 원칙은 정당한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적합하여야 하고, 최소한의 침해를 수반하는 필요성을 충족하여야 하며, 이익형량상 상당성의 원칙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또한 거리의 원칙을 서로 준수하여야 한다. 표현의 자유가 남용되었는지, 아니면 표현에 대한 비판과 규제가 위법한지 등은 언론과 표현의 시장의 종류와 특성, 상황에 따라 시장의 거리를 파악하여 어떠한 규제의 종류가 제어행정의 수단으로서 적합한지 여부로 판단하게 된다. 이를 제어국가에서는 ‘거리의 원칙’(Distanzgebot; Distance Principle)이라고 한다,또한 성숙한 담론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자율규제를 활성화하고, 외부에 의한 규제는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나가야 할 것이다. 

■ 박상병
뒷담화와 모략에 찌든 한국사회를 바꾸려면, 정치권부터 확실하게 달라져야 한다. 승자독식의 권력구조 및 거대 양당체제를 바꾸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진영싸움은 필연적으로 적과 동지를 분리시키고 뒷담화와 모략을 양산하는 핵심 동력이다. 따라서 개헌과 권력구조 및 선거제도의 개혁이 전제돼야 한다. 다음으로는 뒷담화와 모략의 생태계를 끊어내는 각 단위에서의 자정 노력이 절실하다. 개헌 등의 구조적 혁신이 어려운 조건에서는 이것이 가장 좋은 해법이기도 하다. 그리고 법적 근거를 강화해서 허위사실․명예훼손․막말 등의 저급한 방송(유투브)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통해 시민의 합리적 상식과 언론의 건강한 역할이 ‘공론의 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저급한 뒷담화와 모략이 통할 수 없도록 시민과 언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이경선 
뒷담화와 모략이 횡행하는 이면에는 청와대를 기점으로 시작하는 출세와 서열 문화, 감투 욕망들이 자리하고 있다고 본다. 사회적 성공에 대한 평가 기준 재조정과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자전거 탄 국회의원, 농부로 돌아가는 대통령, 연금이 아니라 창업하는 장관 이런 모습들이 나와야 한다. 진영주의, 이너써클, 친분주의 문화가 얼마나 저급하고 값싼 행태이며 사회적 질병으로 보는 비판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생활적 측면에서는 앞담화. 잔잔하고 진솔한 대화 문화. 당당한 문제 제기. 함께 문제제기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행복, 낭만, 감성, 자연, 걷기, 요리, 영화비평, 작품, 아이디어, 창작, 공예, 기술, 정원, 마당이 있는 집 등 가십 문화가 확 바뀌어야 한다. 타인이 싫으면 존중하며 작별하는 법을 익히게 해야 한다. 너무 가볍고 예능적이며 시트콤 같은 사회가 다시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수다스러움에서 진솔함으로, 호들갑에서 차분함으로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   

● 좌장 김만흠 
마지막으로 오늘의 주제에 대해 덧붙여 말씀해 주신다면?

■ 정재룡
토끼 한 마리가 도토리 나무 밑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는데 도토리 하나가 토끼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잠결에 놀란 토끼는 ‘무슨 일이 일어났구나!’ 생각하고 무조건 뛰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다른 토끼들 역시 무슨 큰 일이 일어난 줄 알고 함께 뛰기 시작했다.
뛰는 토끼 무리를 본 산 중의 다른 짐승들도 ‘무슨 변이 났구나!’ 생각하고는 덩달아 뛰었다. 그렇게 일단 뛰기 시작한 짐승들은 영문도 모르고 그 순간의 기류에 함몰되어 서로 앞서서 달리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달렸다.
이 때 이 광경을 목격한 그 산의 짐승 중의 왕인 사자가 그들을 그대로 두면 자칫 위험한 일이 일어날 듯 느낀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이 그대로 달리면 얼마 안 가 앞에 낭떠러지가 있지 않는가!
사자는 한달음에 달려 그들 앞으로 나아가 낭떠러지 앞에서 우뚝 서서 크게 포효한 뒤 위엄있는 표정으로 그들을 막아섰다.
그들은 사자 앞에서 겨우 달림을 멈추게 된다. 사자가 그 짐승들을 쳐다보며 묻는다. “너희들은 도대체 어디를 향해 그렇게 뛰느냐?” 토끼를 비롯한 짐승들은 서로를 물끄러미 번갈아 쳐다볼 뿐 말이 없었다. 이에 사자가 다시 묻는다. “그러면 왜 무엇을 위해 그렇게 뛰느냐?” 역시 아무도 대답할 수 없었다. 
불전에 나오는 우화의 한 토막이다. 경솔함, 쏠림, 가벼움, 생각의 빈곤이 중첩된 한국사회와도 같다.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내면의 가치와 본질적인 가치를 중시하고, 차분하고 지적인 대화를 위해 노력하는 그런 사회를 지향했으면 좋겠다.

■ 박상병
프라이버시와 사생활, 인격에 대한 존중보다 상대방을 헐뜯고, 깎아내리고, 평판을 교묘하게 왜곡시키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불만과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이를 통해 서로의 소속감과 유대감을 강화하는 방편으로 삼고 있는 부정적 뒷담화 문화가 한국사회의 유별난 특성으로 자리잡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뒷담화와 음모, 모략이 분출하는 사회는 이미 치유하기 어려울 정도의 깊은 병이 든 사회다. 최악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좀 더 생산적이고 건강한 의제로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좌장 김만흠
뒷담화와 모략을 큰 주제로 삼았으나, 결국 우리 한국사회의 종합적인 문제점들을 진단해본 시간이 된 것 같다. 철학이 있는 사회를 위해 계속해서 논의를 이어가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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