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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육성 주력...교수업적 상대평가해 인센티브 강화"
"대학원 육성 주력...교수업적 상대평가해 인센티브 강화"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4.03.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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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재윤 아주대 총장

취임한지 두 달. 박재윤 아주대 총장은 "대학에서 일하는 것이 가장 가치있고 보람있는 일"이라며 재임중에 어떤 정부요직의 제안이 있더라도 "절대 안간다"고 강조했다. 오는 6월에 완성, 발표할 아주대의 대학발전계획인 '글로벌 아시아 프로젝트' 마무리에 온힘을 쏟고 있다. 이영수 발행인이 두 시간 가량 만났다.

△ 아주대 총장으로 선임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특별한 인연은 없다. 저만큼 대학의 중요성, 대학의 가치를 인식하는 사람도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대학에서 일하는 것이 어떤 일보다도 가장 가치있고 보람있는 일이라고 인식하고 있는데 그 점을 높이 산 것 같다. 만약 정부쪽에서도 동시에 의사타진이 있었다면 당연히 대학을 선택했을 것이다."

△ 혹시 재임중에 정부요직 제안을 받는다면.
"임기중에는 절대 안간다. 나이가 더 들면 대학총장도 할 수 없다. 장관직도 지내봤고, 대학총장으로 4년을 해봤는데 대학총장의 역할이 얼마나 보람있고 가치있는 일 인지를 알게 됐다."

△ 아주대 총장으로서 재임기간 동안 역점을 둘 부분은 무엇인가.
"아주비전 달성을 위한 아주비전 12년 발전계획 완성이다. 이 계획에는 50여개의 주요 추진사업이 선정될 것이고 이를 '글로벌 아시아 프로젝트'라고 명명하고 있다. 4년 단위로 수립될 12년 발전계획 중 내가 재임하는 초기 4년은 기반조성기다. 이 계획의 성패가 좌우되는 만큼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 4년동안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대학원 강화다. 대학원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지금은 대학원생이 제대로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 미흡하다. 대학원 1년차 학생들에게 등록금의 반액을 지원해 줄 것이다. 1년후에는 박사과정으로 갈 학생과 석사로 마칠 학생으로 나눠진다. 이때 교수가 RA든, TA든 한 명의 대학원생을 선정하면 월 1백만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4백50여명의 교수가 있는데 여건이 다른 의과대 교수를 제외한 전체 교수에게 1명씩 붙여줄 예정이다. 예산은 1년에 50억 원 정도 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지원받는 대학원생은 학업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박사과정에서는 자매대학에서 1∼2년정도 유학도 다녀 올 수 있다. 이 방안은 취임한 1월부터 '12년 계획 소위원회'와 18차례 진행한 단과대학별 교수 간담회에서 논의를 많이 했다. 재원마련이 관건이다."

△ 구조조정 계획은
"어떤 학과를 폐지한다든가, 다른 대학을 인수·통합하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규모가 커진다고 발전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구조조정 차원에서 비인기학과를 폐지한다든가 그런 일은 없다. 우리대학은 인문·사회·자연계열에 아주 기본적인 기초학문분야들을 보유하고 있다. 구조조정 필요성을 못 느낀다. 그 보다는 대학의 질을 높이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그 프로그램이 글로벌 아시아 프로젝트다."

△ 글로벌 아시아 프로젝트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아주대라는 이름은 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이 되는 21세기에 있어서 아시아를 리드하는 최고의 대학이 되라는 뜻이다. 그 뜻을 살려서 글로벌 아시아 프로젝트라고 했다. 지금 50여개 의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는데 대학원 강화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 프로젝트는 대학의 질을 높이는 소프트웨어다. 6월말까지 완성할 계획이다.
기초과목인 국어·영어 과목을 철저히 교육시키고, 전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인턴십과 '소학회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1백 10개의 전공관련 소학회를 가지고 있는데 전체 학생의 절반가량이 참여하고 있다. 2백여개로 늘려 학생 1인당 1학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며 교수에게는 1년에 50만원씩 지원한다. 1년 동안의 소학회 활동을 보고서로 작성해 콘테스트도 열어 시상도 할 예정이다.
또 '4+1'복합학위제도를 도입한다. 학부 4년을 다니는 동안 석사과정의 1년도 함께 이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과대 학생은 공과대 전공을 이수하면서 경영대학원의 야간과정 절반을 듣고 졸업해서 취직해 있다가 다시 MBA과정 1년만 더 하면 5년만에 공학학사와 경영학석사를 취득할 수 있다. 그 반대로 인문사회계 학생들도 기술계쪽 석사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벤치마킹 할 대학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미국내에서 랭킹 15위에 드는 대학을 선정해 실질적인 벤치마킹으로 관계를 만들고 발전시킨 후 대등한 교류로 이어나갈 예정이다. 아주대의 역사적 배경과 구조적 특징, 학술적 강점분야가 유사한 대학을 선정해서 그 대학의 경영과 전략, 운영, 어떻게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가를 벤치마킹 할 계획이다. 벤치마킹은 교류중심의 협약이 아닌 일종의 기술이전 협약을 맺을려고 한다. 아직 벤치마킹 대학을 선정하지 않았는데 26개 대학에 대해 인덱스 스터디를 하고 있다. 보통 '자매대학'개념과는 다르다."

△ 학내 구성원과의 화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대학발전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매월 첫째, 셋째주에는 월·목·금요일에 둘째, 셋째주에는 월·수·금요일 오전 9시반부터 11시까지 사전예약없이 총장실에 찾아오면 된다. 3월2일부터 운영했는데 20여분의 교수님들이 찾아왔다. 찾아와서 학교발전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나 교육 연구활동을 하시면서 불편한 점들을 말씀해 주신다. 외부 손님은 그 시간에 약속을 잡지 않는다.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는 많이 찾아 온다.
교수들과 18차례 간담회를 했고, 보직교수와 교협임원과도 한달에 한번 간담회를 가지고 본인도 3개월에 한번씩 참가할려고 한다."

△ 실질적으로 재단의 지원이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재정지원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계획인가.
"대우학원이 1977년에 설립돼 지난 20여년간 많은 투자를 해 국내 명문 사학의 기틀을 마련했다. 미국의 명문대학들도 초기에는 설립자의 투자로 학교가 틀을 잡지만, 그 이후에는 자체적인 노력으로 발전을 일구었다. 우리학교는 그동안의 재단의 투자를 기반으로 자체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다. 우선 지난해 신설된 '발전기금팀'을 총장직속의 '대학발전기원실'로 발족해 과학적인 기법에 의한 펀드 레이징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지금은 자체적인 노력의 기반이 만들어 졌다. 대학발전기금이 많이 들어와야 한다. 정부도 대학에 많이 투자해야 하지만 기업과 지역사회, 재력가 같은 분들이 대학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가장 가치있게 돈을 쓰는 방법이 대학에 기부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잡혀야 한다."

△ 지방대 혁신사업이 수도권대학에는 역차별이라고 생각하나.
"지방대학의 현실은 정말 어렵다. 지방에 우선 지원하는 정책은 당연하다고 본다. 정부의 지원보다 수도권에 위치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더 크고 유리한 게 많다."

△ 대학교육 정책을 추진하는 있어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나.
"대학정책에 있어서는 아카데미즘을 기본으로 하고 그 위에 경쟁을 통해 보완하는 것이 맞다. 한 대학안에서도 기초학문분야가 없으면 응용분야의 발전도 어렵다. 기초·응용분야가 같이 발전해야 하고 기초분야가 경쟁력이 있을 때 응용분야도 클 수 있다. 모든 분야가 어느정도 발전해 있을 때 그 위에 선택과 집중이 있어야 한다. 기초분야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 아주대 교수들의 교육·연구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방안은
"수월한 교육과 연구를 위해서는 교원의 수 확충이 필요하다. 우수 교원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 한편으로는 기존 교수님들의 교육과 연구활동 장려를 위해 9년간 진행해온 교수업적평가를 통한 연봉제에 대한 문제점을 분석해 학교의 비전 달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교수업적평가를 대폭 강화해 보수를 차등화 할 것이다. 현재는 기초 월급과 업적급여로 구성돼 있는데 지금의 업적급여는 최저 0만원에서 최고 4백만원으로 5등급으로 나눠져 형식적이고 실효성은 별로 없다. 교수업적평가를 상대평가해 경쟁적으로 인센티브를 줄 것이다. 최소 0만원에서 최고 7백20만원까지 차등해서 보수를 인상할 방침이다. 올해 기본 7%를 인상했는데 인센티브까지 포함하면 평균 9.2% 인상이 되는 것이다. 성과급 재원은 외부에서 마련한다."

△ 대학과 교수사회에 하고 싶은 말
"짧은 경험이긴 하지만 일류사회에서 가장 가치있고 보람있는 일은 대학에서 교육하고 연구하는 일이다. 어렵지만 가장 가치있는 일을 하게 된 것은 나로서도 큰 행운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교수님들이 그런 보람있는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박재윤 총장 약력]  63세, 1971년∼1993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서울대 기획실장,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재무부장관, 통상산업부 장관, 부산대 총장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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