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4:05 (금)
IT 대학 독립 운영… 1천개 기업· 연구소 협력
IT 대학 독립 운영… 1천개 기업· 연구소 협력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4.03.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간 협력의 新 모델, 시스타의 'IT 대학'

<편집자주> 한국대학의 지역혁신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시선을 나라밖으로 돌려볼 필요가 있다. 타산지석의 경험을 배울 수 있어서다.  미국의 실리콘벨리, 프랑스의 소피아 앙띠폴리스, 스웨덴의 시스타, 핀란드의 울루, 독일의 바덴뷔르텐베르크, 중국의 중관춘 등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혁신체제를 구성한 사례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대학, 지자체, 기업, 연구소, 정부가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방식은 저마다 각기 다르다. 어떤 메커니즘이 지역혁신을 성공하도록 만들었는가, 대학은 어떠한 역할을 했는가, 라는 점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번호에서는 스웨덴의 시스타 '사이언스파크'에 설립돼 지역혁신의 첨병 역할을 한 시스타의 'IT 대학'을 중점적으로 다뤄본다.

지방대학 생존 프로젝트, NURI를 점검한다 ③
해외사례 ⑴ 스웨덴의 시스타 사이언스파크

스웨덴의 시스타 '사이언스파크'는 대학, 연구소, 기업, 정부가 성공적으로 혁신 네트워크를 구축한 대표적인 IT산업 클러스터다.

시스타의 사이언스파크에는 스웨덴의 대표적인 정보통신 대기업 에릭슨을 포함해, 마이크로소프트, IBM, 노키아, 오라클 등 IT 관련 기업·연구소가 1천여개 입주해 있으며, 단지 내에 있는 'IT대학'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산·학·연 연계가 이뤄지고 있다.

시스타 '사이언스 파크'는 대학, 연구소, 기업, 정부가 긴밀한 혁신 네트워크를 구축한 대표적인 사례다. © 교수신문

특이할만한 점은 우수인력을 배출하고, R&D활동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시스타의 'IT 대학'이 스웨덴왕립공과대학과 스톡홀름대학이 공동으로 설립한 대학이라는 점. 기존에 없던 대학이 시스타 사이언스파크에 설립됐다는 것도 눈에 띄지만, IT라는 특정분야를 두 대학이 공동으로 운영한다는 점은 이색적인 부분임에 틀림없다.

잘 나가는 두 대학, 사이언스파크에 의기투합

'IT 대학'은 애초부터 사이언스파크 내에 연구인력을 배출한다는 취지에서 설립된 만큼, 에릭슨 등 민간기업에 필요한 연구인력과 벤처기업인을 양성하기 위해 산·학·연이 연계된 별도의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에 관심을 쏟았다.

모든 수업이 현장실습 위주로 진행되는가 하면, 산업현장의 실무자가 멘토가 되어 신입생들을 일정기간 교육시키는 '멘토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1년에 한번씩 그룹단위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며, 학위 프로젝트에 관한 대학과 민간기업의 평가도 제도화하고 있다.

▲스웨덴 시스타 IT 대학, 포룸 © 교수신문
가령, 스웨덴왕립공과대학의 마이크로일렉트로닉 정보공학과에 진학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IT대학에 소속되어, IT대학이 마련한 교육 프로그램을 밟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IT 대학 학생들의 단지 내 기업들과 공동연구·실험은 취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IT 대학 관계자는 "교육 프로그램의 두 가지 기본 목표가 있는데, 하나는 소프트웨어공학, 전자공학, 서비스 등의 모든 단계에서 프로그램의 학제적 공유를 지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능한 한 가장 파워풀하고 가장 현대적인 IT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사이언스파크가 요구하는 교육연구프로그램 개발이 무엇보다 관건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IT대학은 2002년을 기준으로 학생 3천5백명, 대학원생 2백30명 규모의 대학이지만, 2010년에는 1만명이상의 대규모 정보통신대학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IT 대학'을 나와도 스웨덴왕립공과대학과 스톡홀름대학 명의의 학위를 받는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기는 하지만, 'IT대학'은 독립된 대학행정부, 대학위원회, 산업위원회를 둔 다음, 교육·연구에 대한 모든 의결권을 위임하고 있는 것이 특징. 가령, 'IT 대학'의 산업위원회에는 산업체 수요와 연계된 산학협동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해, R&D를 담당하는 기업체의 임원을 위원으로 참여시키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 대학 후원 역할 톡톡히

▲스웨덴 시스타 IT 대학의 종합센터, 일렉트럼 © 교수신문
대학에 대한 기업과 정부의 후원도 만만찮다. IT대학의 30여명의 교수 가운데 13명이 스웨덴의 대표기업인 에릭슨의 기금으로 임용되고, 수많은 기업의 연구프로젝트가 IT대학과 공동으로 수행되는 등 시스타내의 기업들은 중요한 대학후원자로서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더군다나 OECD 국가중 최고수준으로 R&D 분야에 GDP의 3.7%를 추자하는 스웨덴 정부는 IT대학을 오는 2010년까지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키운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IT대학 캠퍼스 설립도 스웨덴 정부의 역할이 컸다. 정부는 시스타 사이언스파크의 기술개발을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스웨덴왕립공과대학과 스톡홀름대학들이 IT학과를 시스타 단지로 이전시키는 것을 주도적으로 권장했던 것이다.

"비전은 현실이 된다. IT 대학은 평범한 대학이 아니다." IT대학에 대한 소개책자에는 첫머리에는 이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1천여개의 기업과 연구소가 집적되어 전문인력양성, 공동기술개발, 창업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시스타 단지에서, 세계 제1의 정보통신대학을 계획하는 IT대학의 포부는 그리 허무맹랑하지만은 않은 듯하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