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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상화를 위해 서울대를 개방하자"
"교육정상화를 위해 서울대를 개방하자"
  • 교수신문
  • 승인 2001.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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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4-16 00:00:00
비록 학내 교수들에게 '너무 이상적이다'는 평가를 받았지만(관련기사 2면) 장회익 교수의 '서울대 및 국립대 개방안'은 그 동안 밖에서만 이뤄진 서울대 개혁 논의가 서울대 내부에서 제기됐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아직은 거칠지만 서울대에서 30년 동안 재직해온 장 교수의 '서울대 개혁론'을 요약 발췌했다.

한국의 교육은 이제 극단적인 혼란과 위기에 몰리고 있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교육이 이러한 위기에 몰리게 된 것은 국민의 교육열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잘못된 방향으로 넘쳐나는 데서 오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현명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한다면 오히려 힘있는 교육 체제를 마련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없지 않다.

현실적으로 한국교육에서 가장 큰 관심사가 되고 있으며, 걸림돌이 되고 있는 문제는 대학제도 특히 오도된 서열화에 있다. 그러나 대학의 세계 그리고 학문의 세계는 인위적 평준화의 대상이 아니며 임의적인 조정을 통해 쉽게 개선될 수 있는 성격을 지닌 것도 아니다. 이는 오히려 그 어떤 제약을 가하기보다는 부족한 부분을 크게 강화함으로써 개선될 수 있다. 세계의 주요 대학들이 국가와 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에 의해 현재의 자리에 올라섰음을 보더라도 이는 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대학이 지니고 있는 모순구조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지원의 강화를 통해 기능을 보강하고 협동을 유도해나가는 것이 올바른 길이 될 것이다.

사실상 한국의 교육은 사회적 비용과 학부모의 교육열에 비해 공적인 지원이 상대적으로 미약했던 것이 사실이며, 이러한 점에서 어차피 공공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시점에 도달하고 있다. 따라서 기왕에 지원을 해야 할 바에는 교육의 정상화가 이루어질 방향으로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일거양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립대 협력 및 개방화 방안은 바로 여기에 부응하는 대책이라 할 수 있다.

서울대 - 지방국립대간 협력체제 구축

이 방안은 한마디로 서울대를 포함한 주요 국립대들 사이에 상호보완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국가가 이에 대한 획기적인 재정적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함으로써 세계정상급의 연구 및 대학원 교육이 이루어지게 하며, 학사과정 교육에 관한 한 한시적으로 서울대 명칭의 입학생과 졸업생을 내지 않으면서도 국내 최우수 교육기관 수준의 인재를 배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서울대 학사과정 입학정원을 여타 협력 대학에 배정하여 이들 대학에서 교육시키는 한편, 서울대는 인력과 시설이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이들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형태의 열린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이들의 학습의욕을 북돋우고 교육효과를 높이자는 것이다. 이러한 방안이 성공할 수만 있다면 우리나라의 교육정상화와 대학의 교육과 연구기능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게되면 서울대는 형식상 학사과정 졸업생을 내지 않으면서도 세계 정상급 대학원생을 길러내야 하는 책임을, 여타 협력 대학들은 서울소재 명문 사립대들에 못지 않은 우수학생을 학사과정에 유인하고 배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이는 쉽지 않은 문제임에 틀림없으나 국가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불가능 한 일이 아니다.

서울대로서는 일차적으로 연구와 대학원 교육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우수 학생들의 지속적인 공급을 위해서도 그 시설과 인력을 활용하여 협력대학들과 함께 학사과정 교육에 대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협력 대학들 또한 서울대와의 연계아래 시설과 교육여건 그리고 인력을 대폭 확충하여 교육의 질을 크게 향상시킴으로써 명문으로서의 사회적 신임도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세계적 대학으로 가는 길

이를 위해 학생들에게는 단일 대학에 속한다기보다는 연합 국립대에 속한다는 확대된 소속감을 부여함으로써 학습 및 관심의 폭을 넓혀주며, 교수 또한 연구 및 교육에 있어 대학간 교류를 크게 확대시킴으로써 협동적 연구 및 교육이 사실상 가능하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기숙사 시설의 완비 및 주변 문화인프라의 조성 등 학생의 교육환경을 대폭 개선해야 할 것이며, 우수 학생의 경우 학비 전액면제 및 숙식비 제공 등 파격적인 장학제도를 시행하고 교수의 특별지도 등 학업능력 향상을 위한 특단의 장치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일들은 이미 한국과학기술원 등 일부 교육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이며, 이를 전면 확대 개선하여 국립대 체제를 소생시키는 데 적용할 수 있다.

이 사업은 교육의 정상화뿐만 아니라 지역의 균형 발전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는 일이므로 국가와 지방자치기구들 또한 이일에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일의 성패에 가장 중요한 관건을 지니고 있는 것은 교육체제에 관한 국민들의 신뢰이므로, 국가는 예를 들어 국가 총생산의 1%를 투여한다는 조건으로 '교육정상화 특별법'을 제정하여 그 안에 이러한 사항들을 명시함으로써 국민이 안심하고 학생을 보낼 수 있는 확고한 신뢰의 기반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방안이 채택될 경우 가장 큰 변화를 겪게될 기관은 서울대이다. 특히 기왕에 존재하던 학사과정 교육 프로그램을 이와 같은 형태로 전환하는 일은 지금까지 국내외 대학의 역사에 없는 희귀한 사례임에 분명하다.

따라서 적어도 서울대로서는 기왕의 가장 큰 긍지였으며 가장 확실하고 중요한 교육적 과제로 생각되었던 한 부분을 포기함과 동시에 여러 면에서 불확실해 보이는 모험을 감행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여기에는 당연히 그 수행할 작업의 전환에서 오는 엄청난 고통과 위험이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히 교수들 사이에 나타나게 될 우려와 이를 흔쾌히 수용키 어려운 정서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며, 이를 최소화할 방안 또한 현실적으로 강구돼야 할 것이다.

만일 이러한 점들이 충분히 고려되고 수행돼 우리 교육이 정상화되고 한국의 대학이 그 교육과 연구의 수준에 있어서 세계 상위권에 진입하게 된다면, 국가와 국민이 치러야 할 노력과 투자는 결코 비싼 대가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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