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5:00 (금)
슬픔의 연대와 비평의 몫
슬픔의 연대와 비평의 몫
  • 이혜인
  • 승인 2020.08.14 1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회적 연대로서 비평의 몫
저자 장은영 | 푸른사상 | 432쪽

세월호 참사 직후, 시인들은 ‘슬픔’을 개인의 운명이나 심리 차원에서 벗어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나아가 윤리적인 문제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의 슬픔이 아니라 타인의 슬픔을 이해하는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하는 저자는 평론가로서 슬픔과 연대 사이에서 시가 존재하는 방식을 묻는다. 아울러 행위로서의 시가 삶을 어떻게 전환시켜 나가는지를 직시하며 비평의 몫을 다하고자 한다. 『슬픔의 연대와 비평의 몫』은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평론집이다.

1부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의 시와 문학을 살폈다. 인간의 죽음 앞에서조차 훼손된 윤리를 회복하기 위해 시인들은 죽음을 상속하는 연대를 형성했다. 미학과 정치와 윤리를 넘나드는 언어로써 세월호를 목격한 시는 사회적 연대를 표명한다. 저자 또한 그 행렬에 동참하며 삶에 연대하는 시 쓰기란 무엇일까 하는 전망을 담았다. 2부와 3부에서는 임경섭, 안미옥, 손미, 최정진 등 시인의 작품을 통해 2010년대 중반 이후 시의 경향을 포착하여 한국 시단의 지형도를 그렸다. 4부에서는 2010년 중후반에 출간된 시집을 읽고 쓴 글을 모았다. 

시의 존재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문학을 유통하고 향유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비평은 시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만이 아니라 시를 읽고 쓰는 행위, 시를 향유하는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답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담론으로서의 무게감은 비교적 적지만 시인의 개별적이고 특수한 이야기를 담는 리뷰가 새로운 비평으로 진화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 평론집을 통해 그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