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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미·중 디지털 패권 전쟁 자세히 보기
[대학정론]미·중 디지털 패권 전쟁 자세히 보기
  • 교수신문
  • 승인 2020.08.1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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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아이폰은 중국에서 한 달 평균 3백만개 이상 팔린다. 전 세계에서 미국 시장 다음으로 많은 판매량이다. 그런데 아이폰이 자체 앱스토어에서 위챗과 틱톡을 제거해야 할 형편이다. 미국 기업이 위챗, 틱톡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일 서명했기 때문이다. 

중국 사람들에게 위챗은 만능 앱에 가깝다.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비슷한 기능은 기본이다. 모바일 결제와 금융 거래가 되고 택시나 대리운전을 부를 수도 있다. 호텔·비행기표·기차표·영화표 예약을 할 수 있고 뉴스를 보고 동영상과 음악을 즐길 수도 있다. 위챗은 코로나19 이후 중국 정부가 만든 ‘건강코드’ 앱에도 이용된다. 이러니 중국의 인터넷 인구 12억명이 곧 위챗 사용자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도 위챗 앱 없는 아이폰을 중국인들이 사겠는가. 지금 애플에는 일대 비상이 걸렸다. 

위챗 모기업 텐센트는 게임 업계에서도 큰 손이다. ‘포트나이트’로 유명한 에픽 게임즈의 지분 40%를 손에 넣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등의 지분도 소유 중이다. 미국 기업들로선 행정명령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로서도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행정 명령이 어디까지 포함하느냐를 놓고 텐센트 전체가 아니라 위챗과의 거래만 해당된다고 다시 정리했다.  

중국은 행정명령에 대해 국가 안보를 핑계로 미국 밖 기업들을 탄압하는 것이라며 보복 의사를 나타냈다. 그러나 미국 언론은 중국이 10년 전쯤 국가 안보를 내세워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을 쫓아낸 걸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선 중국은 ‘사이버보안법’이라는 부인할 수 없는 약점을 갖고 있다. 이 법은 인터넷 검열을 당연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소셜 미디어는 정부가 요구하면 수많은 데이터를 넘겨야 한다. 애플이 아이폰의 잠금장치를 풀어달라는 연방수사국(FBI) 요청을 거부할 수 있는 것과는 대비된다. 양국 간 서로 다른 미디어 정책은 건국 초기에 자리를 잡았다. 미국이 수정헌법 제1조에서 보듯 언론자유를 확실하게 보장한 것은 이를 통해서만 미국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중국에서 언론은 공산혁명 완성의 수단이었다. 따라서 언론은 당의 지도 이념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로 미국 기업들에게 돌아올 부메랑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지만 중국으로선 보복 수위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우선 상호주의에 따라야 하는데 위챗이나 틱톡과 비슷한 대상을 찾기가 쉽지 않다. 자국에 들어온 외국 소셜 미디어는 거의 대부분 퇴출시켰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성장이 절실한 상황에서 미국 기업들을 무작정 때릴 수도 없다. 그러나 중국이 보복을 하기로 한다면, 화웨이와 지적재산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시스코를 선택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분명한 것은 중국 정부는 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점유율을 바꿀 수 있는 수많은 수단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디지털 패권 전쟁은 미·중 신냉전 아래 진행되는 체제 경쟁의 연장선상에 있다. 미 대선 전까지 미국의 대중국 압박 수위가 고조될 것도 분명하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6월 시진핑 주석을 스탈린의 후계자라고 한 발언이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달 중국공산당과의 투쟁을 어느 한 쪽만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고 강조한 사실은 이런 상황을 잘 보여준다. 신냉전은 미 대선 결과에 관계없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중국이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응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중국은 그동안 정부기관 컴퓨터의 공식 운영체제로 윈도우가 깔려 있는 걸 보안상 허점으로 우려하면서 대안 마련을 위해 애썼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따라서 미·중 대결 상황에서 다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지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인터넷 검열을 합법화하고 있는 미디어 정책을 바꿀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시진핑은 2018년 “인터넷 안전 없이는 국가 안전도 없다”고 분명히 했다.  정원교 성균관대 초빙교수, 언론학박사

정원교 성균관대 초빙교수, 언론학박사
정원교 성균관대 초빙교수, 언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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