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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초원 문화의 정수 몽골미술
유라시아 초원 문화의 정수 몽골미술
  • 교수신문
  • 승인 2020.08.1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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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흐 하노이 노르 제사유적 전경, 아르항가이 아이막 에르데네만달 솜
이흐 하노이 노르 제사유적 전경, 아르항가이 아이막 에르데네만달 솜

몽골은 우리에게 칭기스칸의 나라, 유목민의 땅, 고비사막, 알타이산맥, 그리고 파란 하늘이 덮은 끝없이 펼쳐진 녹색 들판과 여기저기 흩어진 흰색의 게르로 상징되는 아름다운 초원의 풍경으로 잘 알려진 나라이다. 한편 몽골의 이른 시기의 미술과 건축은 아직도 일반인들에게 접근하기 어렵고 알기 어려운 분야이다. 몽골 초원의 6-8세기 고고미술을 다룬 이 책은 고구려 고분벽화와 유사한 사신도와 생활풍속도가 그려진 바얀노르벽화묘가 발견, 소개된 2012년부터 시작된 필자의 몽골 탐사 과정을 다룬 연구서이다.

몽골이라는 나라를 다루는 연구의 특성상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고 여러 언어로 된 자료들을 읽는 것은 가장 일차적인 작업이다. 몽골에 대한 이러한 종류의 책을 쓰는 것은 정해진 길이 없는 초원의 길 수천 킬로미터를 차로 달리는 고된 답사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그리고 어느 특정 장소에 대해 일생 단 한 번에 그치고 말 답사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하였다. 초원의 길은 다녀서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렇게 다니면서 모은 자료로 몽골의 이른 시기의 고고미술을 수집 정리하여 책을 낼 수 있었다. 몽골 답사를 두 차례 함께 다녔던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낸시 스타인하트 교수가 추천사에서 언급하였듯이, 시베트 올란을 포함한 책에 실린 모든 유적을 다 가본 연구자는 드물다. 이 책에 실린 자료들은 최근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었고, 또한 6세기에서 8세기의 돌궐시기는 특히 몽골의 미술에서 거의 연구되지 않은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고구려 고분벽화와 동아시아 장의미술로 박사논문을 쓰고, 고구려 고분벽화를 흉노, 선비, 유연, 돌궐, 위구르 등 북방유목민의 고고미술의 연계선상에서 연구를 해온 필자로서는 활발히 발굴이 이뤄진 흉노와 선비의 고고미술에 관련한 자료는 충분하게 축적할 수 있었으나, 유연과 돌궐의 고고자료는 드물었기에 연구 진척에 있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가 2012년 몽골에서 거의 첫 번째로 발견된 돌궐시기 벽화묘의 벽화를 실견한 이후로, 몽골의 돌궐시기 고고미술을 이제까지 연구해온 동아시아 고분 미술 안에서 종합하고 그 중요성을 찾는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몽골의 고고미술 연구란 드넓은 초원에 드문드문 흩어져있는 유적들을 하나하나 어렵게 찾아가 실견하고, 그것을 드넓은 유라시아의 미술문화의 흐름 안에 구슬처럼 실로 꿰어서 엮어내는 작업이다. 이 책은 몽골의 미술을 러시아, 동·서투르키스탄, 중국, 그리고 한국으로 이어지는 소위 ‘실크로드’적인 접근방법으로 복원하기 위하여 잘 알려지지 않은 몽골의 무덤들과 제사유적들을 동아시아와 그 너머의 무덤들과 유물들과 연결하여 이해하려고 한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본서는 제1부 몽골의 6-8세기 묘장 미술 (몽골 볼간 아이막 바얀노르 솜 벽화묘를 중심으로), 제2부 몽골 바얀노르벽화묘와 복고을돌묘 출토 부장품 연구(용류俑類와 비잔틴 금화金貨를 중심으로), 제3부 6-8세기 몽골 초원의 제사유적과 석인상 연구로 구성되었다. 1부와 2부는 몽골의 미술을 고구려 고분벽화와 중국의 남북조수당의 장의미술과 비교하여 연구하였고, 독특한 부장품 중 하나인 비잔틴 금화를 중국과 동·서투르키스탄, 그리고 비잔틴에서 제작되거나 출토된 금화들과 비교하여 몽골미술의 초원로에서의 교류의 특징을 부각시켰다.

비잔틴 금화 E형, 바얀노르묘
비잔틴 금화 E형, 바얀노르묘

 

2011년 여름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서쪽으로 180㎞ 떨어진 볼간 아이막 동남부의 톨 강 유역의 바얀노르 솜의 거란시기 토성土城인 올란헤렘 부근에서 몽골 과학아카데미와 카자흐스탄 유라시아연구원의 투르크-알타이 연구소가 2011년 7월~9월 사이에 공동으로 바얀노르벽화묘를 발굴하였다. 대략 7세기로 편년되는 고분에서 약 40점의 벽화와 570여점의 유물이 나왔다. 몽골의 바얀노르벽화묘는 중국내에서 제작된 소그드인 고분미술과 같이 중국의 북조~수당대 벽화묘의 특징을 보여 당시 중국의 고분문화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이나 장법이나 부장품의 특징에서 중국과는 다른 유라시아적 특징을 보인다. 바얀노르벽화묘는 앞으로 소그드, 돌궐, 회흘回紇을 비롯한 투르크계(철륵鐵勒), 비잔틴, 중국의 역학관계를 고려하여 고구려 고분벽화에 반영된 고구려의 국제성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제3부의 제사유적과 석인상은 넓은 유라시아에 걸쳐서 이르게는 스키타이와 사르마트의 무덤에서부터 출현하며 중국에서는 한대부터 무덤 밖에 배치되기 시작한 석인상의 발달의 맥락에서 돌궐 석인상을 분석하였다. 6세기부터 8세기까지 몽골 소재 돌궐시기의 제사유적과 석상에 대하여 중국 당대 능묘 석상과 비교하여 고찰하였다. 초원로의 6-8세기 조각상 연구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최근 5년간 발굴이 지속된 몽골 볼간 아이막 바얀악트 솜 시베트 올란의 제사유적의 조각상들이다. 시베트 올란 유적은 제사유적의 입지, 제사건축물의 평면, 발견된 조각상의 종류와 개수 등 여러 면에서 기존의 제사유적들과 차별성이 있어 주목을 요한다. 시베트 올란 제사유적과 같이 석양상과 석사자상이 인물석상과 같이 갖추어진 돌궐 제사유적들은 옹고드 제사유적, 퀼 초르 제사유적, 톤유쿠크 제사유적, 퀼 테긴 제사유적, 빌게 카간 제사유적 등이다.

시베트 올란 제사유적은 몽골 초원의 미술의 발달에 있어서 돌궐제1제국시기의 석인상, 제사유적들과 당의 기미지배시기의 바얀노르묘와 복고을돌묘, 그리고 돌궐제2제국시기의 퀼 테긴과 빌게 카간 제사유적과 함께 돌궐 제사유적과 조각상의 특징과 돌궐제2제국시기에 받아들인 외래미술의 복합적인 융합과 발전 양상을 살펴볼 수 있는 유적이다. 또한 초원로와 실크로드를 따라 흐른 문화의 흐름에서 돌궐 시기의 다양한 문화양상을 내포하면서 독특한 지역적, 시기적 특징이 발현되는 유적이다. 몽골 초원의 6-8세기 돌궐시기의 미술은 초원로의 조각의 발달과 함께 제사유적의 건축 및 제사의 형식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보다 더 활발한 연구가 필요한 주제라고 할 수 있다.

〈견마도〉, 바얀노르벽화묘 천정 동벽
〈견마도〉, 바얀노르벽화묘 천정 동벽

 

많은 유적과 유물들이 산발적으로 분포하고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은 탓에 본서에서는 유적과 유물들을 일괄하기 쉽도록 표와 도판을 모아 정리하여 독자들에게 몽골의 미술을 시각적으로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였다. 대부분의 도판은 필자가 몽골과 중국, 중앙아시아를 직접 답사하여 촬영한 사진들로 현장감을 주고자 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전 세계의 문이 닫히고, 실크로드가 바이러스로드라는 오명을 받게 된 시점에 초원로로 표현되는 문화의 소통 방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게 될 시기를 대비하며 낸 이 책을 시작으로 한국미술과 몽골미술 간의 연관성에 관하여 앞으로 더 연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아림(숙명여자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일반대학원 미술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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