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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52] 하천에 곰팡이를 퍼뜨려 다른 생물을 병들게 하는 생태계교란종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52] 하천에 곰팡이를 퍼뜨려 다른 생물을 병들게 하는 생태계교란종
  • 교수신문
  • 승인 2020.08.0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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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가재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도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
-한 번에 최대 500개의 알을 낳고 알을 암컷의 배에 붙이고 다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7월 29일에 전남나주시 지석천과 근방 저수지에서 생태계교란종인 ‘미국가재(American freshwater crayfish/Louisiana crawfish/red swamp crayfish)’ 퇴치운동을 벌였다고 한다. 2,3일 전에 미끼를 넣은 통발 100여 개를 설치하였고, 또 현장에서 족대로 바닥을 훑어 잡았다. 이날 하루에 잡은 것만도 240마리에 약 15㎏에 달했다고 한다. 

학계에서는 1990년대 주한미군이 미국가재를 관상용이거나 식용으로 들여왔을 것으로 추정한다. 누군가 키우던 것을 야생에 내다 버리면서 퍼지기 시작했으며 적응, 번식력이 뛰어나 토착생물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환경부는 지난해 미국가재를 甲殼類(crustacean)로서는 처음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하였다. 현재 국내에는 뉴트리아(nutria,포유류), 붉은귀거북(red-eared slider,파충류), 블루길(bluegill,어류) 등 28개 동식물이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됐다. 또 세계자연보전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and Natural Resources:IUCN)은 미국가재를 ‘세계 100대 악성침입외래종(100 of the world's worst invasive alien species)’으로 분류했다고 한다.  미국로키산맥동쪽의 멕시코북부와 미국남동부(루이지애나 주)가 원산지로 세계 각지로 유입(introduced)되었다. 미국가재는 유속이 느린 하천과 연못에 주로 서식하고, 몸길이는 12~15cm이고, 몸무게가 50g 남짓으로 국내가재보다 2~3배 크다. 그런데 어째서 미국 동식물들은 하나같이 등치가 엄청나게 클까나!? 그리고 녀석들은 마른 땅을 걸어 멀리 이동하고, 산소가 부족하거나 염분이 녹아있는 물에서도 견딘다.   

‘가재걸음’이란 뒷걸음질하는 걸음을 일컫는 말이고, 일이 매우 더디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함을 빗댄 말이다. 그리고 ‘가재 뒷걸음이나 게 옆걸음이나’란 앞으로 가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뜻으로, 어떤 것들이 실상 큰 차이가 없음을, 또 “가재는 게 편이요 초록은 한 빛이라(草綠同色)”란 모양이나 형편이 서로 비슷한 것끼리 잘 어울리고, 서로 사정을 보아주기 쉬움을 비꼰 말이다. 

미국가재(Procambarus clarkii)는 절지동물 십각목(十脚目) 가잿과의 갑각류이다. 몸은 두흉부(cephalothorax)와 복부(abdomen)로 되었고, 몸은 12마디이다. 가재(crawfish/crayfish)는 게(crab)와 새우(shrimp)의 중간 모양인데 앞의 큰 발에 집게발톱이 있고, 집게다리의 앞과 옆에는 선홍색의 혹(bright red bumps)이 잔뜩 났다. 몸빛은 대부분 검붉으나 개량품종은 흰색, 붉은색, 오렌지색, 푸른색 등으로 다양하다. 

그런데 게와 새우는 익히면 껍질이 빨간색으로 변한다. 그것은 겉껍질(외골격)에 있는 아스타잔틴(astaxanthin) 때문이다. 보통 때는 아스타잔틴이 다른 단백질과 결합되어 있어 본색을 나타내지 않다가 열을 받으면 단백질과  분리되어 빨간색을 띠게 된다. 아스타잔틴은 게, 새우, 연어 따위에 포함된 붉은 카로티노이드계 색소로, 항산화제라 루테인(lutein)과 함께 눈약으로도 쓰인다.

미국가재는 잡식성으로 동물사체나 물고기․수서곤충․수생식물들을 먹이로 삼는다. 또한 먹이경쟁을 이겨내어 다양한 토착(재래)수중생물들을 도태시키고, 하천에 곰팡이를 퍼뜨려 다른 생물을 병들게도 한다.

한 번에 최대 500개의 알을 낳는다 하고, 다른 토종가재(native crayfish)들처럼 알을 암컷의 배에 붙이고 다닌다. 부화한 새끼는 성체와 모습이 비슷하고, 태어난 새끼는 넉 달이면 다 자라며, 수명은 약 5년이다.

그리고 흐름이 빠르고 찬물인 계곡상류의 돌 밑에 사는 재래종가재(Cambaroides similis) 와 달리 미국가재는 수류가 느리고, 미지근한 수온의 냇물이나 논, 늪지대에 산다. 이렇게 녀석들은 돌에 숨는 대신에 논둑에 구멍을 파고 살면서 물 흐름을 바꾸어 벼 성장에도 영향을 끼친다. 일본에서는 이미 심각한 침입외래종(invasive species)으로 논이나 농수로 등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가재는 호주에만도 100여 종이, 미국에는 330종이 넘게 산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각국에서 수입하는 것은 대부분이 대량으로 양식한 미국가재인데, 연구용으로 쓰기도 하지만 거의 다 애완용이다. 그리고 미국가재는 미국본토인 루이지애나에서 전 세계의 90%를 생산하고, 현지에서 70%를 소비한다고 하며, 우리는 잘 안 먹지만 미국․유럽․캐나다․중국․아프리카․호주․뉴질랜드 등지에서 식용한다. ‘루이지애나의 Crawfish Boil(삶은 미국가재요리)’는 세계적으로 이름이 났다고 한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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