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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의혹 고대 교수, 학생 유전자 불법 채취 논란
성희롱 의혹 고대 교수, 학생 유전자 불법 채취 논란
  • 장성환
  • 승인 2020.07.30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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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대학원생들이 학교 기관생명윤리위원회에 신고
동의 받지 않고 최소 22명 학생의 DNA 등 채취
고려대학교 전경. 사진제공=고려대

학생들에게 상습적인 폭언과 성희롱을 한 의혹으로 학내 조사를 받고 있는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가 유전자 불법 채취 의혹으로 또다시 학내 기관의 조사를 받게 됐다.

고려대에 따르면 지난 29일 해당 대학 의대 소속 대학원생 4명이 법의학 교실 교수 A씨가 학생들의 동의서를 받지 않고 유전자 채취를 강요했다고 고려대 기관생명윤리위원회(KUIRB)에 신고했다. 기관생명윤리위원회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의학실험 등에서 생명윤리가 확보됐는지 자체적으로 감독하는 심의기구다. 인체 대상 연구나 인체유래물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은 기관생명윤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질병관리본부에 등록해야 한다.

대학원생들은 A교수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프로젝트 연구를 위해 최소 22명 이상의 학생들에게 유전자 활용 동의를 받지 않고 DNA와 RNA(리보핵산)를 채취했다고 주장했다. 신고서에는 교수의 지시에 따라 하루 5번 유전자 채취를 스스로 하도록 요구받았고, 거절할 경우 교수의 폭언을 들어야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2018년 이전 해당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했던 한 학생은 10여 번의 채취를 거쳐 총 100개가 넘는 샘플을 제공하기도 했으며, 이로 인해 입이 헐어 고통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고 전했다.

이렇게 확보된 유전자 자료는 서울대학교병원과 삼성의료원, 고대의료원에서 합동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활용됐다고 한다.

생명윤리안전법에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연구 대상자로부터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해당 프로젝트에 동원된 20명 이상의 대학원생 중 동의서를 보거나 서명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자 B씨는 "A교수가 이렇게 채취한 유전자 정보를 보고 '너는 우울한 유전자여서 실험을 잘 못한다', ‘너는 막사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정상으로(우울증이 아닌 것으로) 나온다’ 같은 모욕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며 "약자의 입장인 학생들은 교수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또 한 학생은 피해 학생들이 대부분 여성이고, A교수가 논문에 등재되게 해주겠다며 일을 시켜놓고 논문에 이름을 실어주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A교수는 이와 별개로 학생들에게 성희롱 및 폭언을 했다는 신고를 받아 고려대 인권센터와 성평등센터에서 조사받고 있다.

고려대는 A교수에게 8월까지 자택 근무를 명령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A교수의 반론을 듣고자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장성환 기자 gijahwan90@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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