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8-03 18:44 (월)
[딸깍발이] 안 보이는 것인가, 보려 하지 않는 것인가?
[딸깍발이] 안 보이는 것인가, 보려 하지 않는 것인가?
  • 교수신문
  • 승인 2020.07.29 13: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사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되었다. 대학 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임에도 불구하고 강사들이 처한 환경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강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5명 중 4명이 고용 불안을 언급하였다. 해당 대학에 대한 소속감이 높아졌다는 응답 비율도 17.9%에 불과하였다. 강사법 여파는 강사들이 주로 맡았던 교양교육을 축소하거나 수업을 대형화하고 사이버 강좌의 증가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변화가 모색되는 지금 대학 사회에서 강사들의 상황은 어떠한가?

학교 교육혁신원 IR 센터가 2020학년도 1학기 ‘강의평가 결과 분석 보고서’를 전체 교수들에게 보내왔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수업이 의무화되었던 첫 학기였기에 학생들의 반응이 자못 궁금했다. 보고서를 살펴보다가 교원들의 지위에 따라 강의평가 결과를 비교한 내용이 눈에 띄었다. 강사들의 강의 평점이 정년이 보장된 전임교수들보다 높게 나왔다. 적절한 강의방법, 충분한 피드백, 비대면 강의 분량,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만족도 등 모든 항목에서 전임교원, 비전임 교원, 초빙 대우교수들보다 강사들이 높았다.

학생들의 수업평가는 교수자의 한 학기 성적표이다. 수업평가 결과가 교수자의 역량이나 강의의 질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 해도 교육의 일면을 보여준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강의실이 닫히는 바람에 강사들은 더욱 어려운 처지였다. 캠퍼스에서 안정적으로 수업을 할 수 있는 ‘자기만의 방’을 강사에게 제공한 대학은 드물었다.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기기와 장비를 교수자들에게 지원한 대학조차도 강사는 제외하였다. 공적 지원에서 실질적으로 배제된 강사들은 모든 수업 준비를 개인적으로 감당해야만 했다. 

그런 상황에도 신분이 불안정한 강사들이 정년트랙 교수들보다 강의평가가 높게 나왔다는 점은 대학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다. 정년이 보장된 전임교수에게 강의 평가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강사들에게는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한다. 아무리 열심히 강의를 하고 수업평가가 좋아도 채용여부에는 상관이 없지만, 점수가 낮다면 해고의 중대사유가 된다. 강사들의 높은 강의평점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만 하는 인정투쟁의 징표라 하겠다. 강사법 시행 이후 3년 기간을 보장받았다 하더라도 그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점에서 신규 채용에 지원해야 하기에 결국 생존투쟁을 위한 버팀목인 셈이다. 

대학의 구성원으로서 강사는 아무런 권리가 없다. 한국 사회에서 비정규직 위상이 그러하듯이 대학 공동체에서 강사는 투명 인간이다. 보이지 않는 존재이니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다. 한국 사회를 ‘오만과 모멸의 구조’라고 했던 김우창 교수의 지적처럼, 대학 내부의 서열화된 구조는 강사들의 자존감을 박탈한다. ‘시간강사’로 교번과 소속이 학생들에게 알려지게 되면 ‘교수’들과 다른 대우를 받는다고 증언한다. 대학 사회에서 교육 영역만을 담당하기에 학생들의 강의평가 결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강사의 위상이다.

대학 내부가 정규직, 비정규직 트랙으로 양분화되고 시장논리가 지배하면서 교수 사회는 강자의 논리로 움직이고 있다. 강사들은 사실상 대학 구성원이라는 소속감이 없다. 교수가 되기까지 몇 년만 고생하면 된다는 말은 신기루가 되고 있다. 잠시 거쳐 가는 강사 자리 얻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약자를 배려하는 성숙함을 강조하면서 강사는 감정노동을 감당해야 한다. 대학에 영주권은 겨우 얻었지만 시민권이 없는 존재다. 짧은 계약 기간과 현저히 낮은 임금은 차지하고라도 총장 직선제 상황에서 이들은 직원이나 학생도 갖고 있는 선거권조차 없다.

결국 학문후속세대인 강사들의 불안정한 현실은 대학교육의 위기다. 모든 법과 정책은 수혜자의 입장에서 수시로 살펴야 입안할 때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강사법도 시행 초기에 당사자들의 의견을 들어 본래의 입법취지를 살려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이 지적 공동체로서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변방에 위치한 강사들의 애로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잘 보이지 않는 비정규직 강사들이 처한 현실에 눈 감아서는 안된다.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 정치학 박사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 정치학 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