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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세상, 다른 교육을 위한 전환을 제안한다
달라진 세상, 다른 교육을 위한 전환을 제안한다
  • 교수신문
  • 승인 2020.07.2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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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세상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학교에 가지 않고도 학교 교육이 가능한 세상이다. 모여서 직접 얼굴을 맞대지 않고도 교육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집합과 대면은 우리 교육의 기본 전제였다. 교육을 받기 위해 왜 학교에 모여야 하는지 굳이 물으려 하지 않았던 이유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감염병 사태는 우리의 기존 상식을 뒤엎고 학교에 가지 않고 각자 집에서 수업에 참여하는 변화를 강제적으로 이끌어냈다. 변화는 교육 영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비대면 쇼핑, 비대면 공연, 비대면 회의 등 코로나19는 삶의 영역 전반에 걸쳐서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갑자기 찾아온 변화인 것 같지만 사실은 오래 전부터 시작된 변화다. 본인이 마음만 먹으면 초중고 과정의 온라인 강의뿐만 아니라 대학 수준의 온라인 강의를 언제든지 들을 수 있다. 강의실도 도서관도 없는 미네르바 스쿨이나 몬드라곤 팀 아카데미와 같은 형태의 대학이 오래 전부터 혁신의 아이콘으로 주목받았고 K-MOOC라는 이름으로 한국형 온라인 강좌가 확산되고 있었다. 2016년, 인간 대표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와 벌인 대국에서 패했을 때 우리는 충격에 빠졌다. 인공지능의 빠른 학습능력에 놀랬고, 인공지능이 사람을 능가할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넘어 공포를 느끼는 사람도 있었다. 인공지능의 학습속도와 데이터 처리 용량은 더욱 빨라지고 있으며 자율주행은 이미 상용화 상태에 이르렀고, 백신 개발 역시 인공지능의 힘을 빌리고 있다. 코로나19는 앞선 변화들의 속도를 높이고, 범위를 더욱 넓히고 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의 속도와 범위를 고려할 때 그야말로 세계사적 전환이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세계사적 전환이 2021학년도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질문한다. 당신은 왜 대학에 가는가? 대학에서 무엇을 하려 하는가? 대학을 졸업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 질문에 답을 하기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당장 시험을 치러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우선은 평소에 해 오던 공부의 흐름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본인의 입시를 흔들림 없이 치루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온오프라인 수업이 병행되는 와중에 각종 수행평가와 지필평가를 치르고, 다가오는 수능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럴수록 기본에 충실한 전략을 세우고 실천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기본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자기주도학습을 충실히 하는 것이다. 자기주도학습은 공부하는 이유를 스스로 찾아 명료하게 하고, 자신이 흥미로워 하는 분야의 전공을 찾아 준비하고, 스스로 자기 시간을 관리하고, 학습내용도 스스로 정리하며, 의문이 나는 것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질문도 하며 스스로 해결해 가는 학습이다. 이는 학습의 효과 면에서도 가장 뛰어날 뿐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대학에서 요구하는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도 자기주도학습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를 중요한 전형 요소로 삼고 있다. 학원이나 다른 외부의 도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학습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은 수시와 정시를 대비하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강력한 대입 준비 전략이라 할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의 입시가 변화된 세상의 역량을 기르는 학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현실이다. 인공지능이 보편화되는 사회 속에서 인간은 왜 배워야 하는가? 인간의 일자리 상당수를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현실 속에서 대학과 취업만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은 개인에게 큰 의미를 주지 못한다.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사는 동안 직장과 직업을 여러 차례 바꿔야 하는 시대에서 평생학습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그러므로 미래 사회 변화에 맞게 평생학습을 실현할 수 있는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탐구능력, 질문능력을 길러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의미를 부여하며 살기 위한 성찰과 사유 능력, 문화를 향유하고 예술을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적 감성을 키워주는 교육으로의 신속한 전환이 필요하다. 달라진 세상에 맞는 다른 교육을 해야 한다. 

다른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입시를 정점으로 하는 평가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현재 우리의 평가 시스템은 학생을 놓고 줄기차게 서열을 매긴다. 단순히 점수 하나로 학생을 변별하는 평가는 학습의 형태를 단순 지식을 암기하고 정답을 찾는 일에 머물게 할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비교를 통해 개인의 발달과 성장을 왜곡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서는 달라진 세상에 맞는 새로운 교육으로 나아가기는 어렵다. 

상급학교 진학만을 위한 변별적 평가를 멈추어야 한다. 산업사회의 경쟁 시스템에 맞게 설계된 변별적 평가는 이미 시대착오적이기 때문에 사회적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 평가에 따라 길러진 인재를 사회가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변화된 시대에 맞는 인재를 기를 수 있도록 교육목표와 내용에 맞추어 개인의 성취도를 평가하고, 다른 사람과의 비교 서열이 아니라 개인의 역량을 평가하고 기술하는 발달적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만 자기주도학습능력과 탐구능력, 질문능력, 성찰능력을 키울 수 있는 다른 교육이 가능하다. 공정하게 변별을 하면서, 개인의 발달에 초점을 맞춘 교육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는 선택과 결단의 문제일 뿐이다.  

대학 교육을 초중고 시절의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대학 교육을 일종의 보상체제로 운영하다 보니 입시의 공정성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게 되고, 이 논란이 입시와 교육을 개혁하는 데 매우 큰 장애물이 되는 현실을 우리 사회는 최근 몇 년 동안 보아 왔다. 앞으로의 대학교육은 더 나은 발전과 성장을 위한 기회로서 학생들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이 기회는 모든 학생들에게 제공되어야 하고, 특히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에게는 보다 적극적으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와 같은 방향으로 입시 정책이 바뀌어야 개인의 발달과 성장에 맞춘 다른 교육을 할 수 있게 된다.   

다른 교육으로의 전환, 이를 위한 대입 전형의 변화는 역사적 필연이다. 이미 세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 교육의 모습은 그 변화를 거부하는 형국이다. 교육계가 변화를 거부하면, 역으로 학생들에게 거부당할 것이다. 대학 졸업장이 개인의 삶에 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될수록 거부의 흐름은 더욱 거대해질 것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변화를 위한 에너지는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달라진 세상에 맞는 다른 교육으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하고 이를 위해 온 사회가 마음을 모아야 한다.

김영식 교사

김영식 교사
현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전 덕양중학교 역사교사
전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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