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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사회이론 접목
노동-사회이론 접목
  • 김원 서강대
  • 승인 2004.03.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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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리뷰: 『한국 화이트칼라 노동운동』| 서두원 지음| 아연 刊| 2003

▲ © yes24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한국노동운동에서 ‘화이트칼라’는 이중적 위치에 처해있었다. 하나는 여전히 동요하는 ‘중산층 의식’을 지닌 집단이란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1987년이나 1997년에서 드러나듯이 화이트칼라가 움직이면 커다란 사회적 변동이 가능하다는 믿음이었다. 굳이 긍정적으로 표현하자면, 화이트칼라 및 그 운동에 대한 ‘愛憎’이라고 해야할까.

‘한국 화이트칼라 노동운동’은 87년부터 민주노총 시기까지 화이트칼라 노동운동의 집합적 행동의 양식을 이론이란 씨줄과 현실 조직 내부, 외부적 고민에 대한 경험적 성찰이란 날줄로 엮은 勞作이다. 정치적 기회구조론의 비판적 검토에 기초, 증권사노조협의회, 병원노련 서울지부, 과학기술노동조합협의회의 3개 사례에 대한 통시적 분석을 중심으로 진행된 이 연구의 미덕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이론적인 면에서 노동운동에 사회운동의 이론적 자원을 접목시킨 점이다. 그간 노동운동 연구자들의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서구 노동운동의 이론과 경험이 ‘한국적 현실’과 접목시키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본 연구는 서구 사회운동이론들에 대한 비판적 독해를 통해 ‘사회운동적 노동운동론’으로 한국 사례를 해석하는데 상당히 성공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그간 대부분 노동운동에 대한 경험적 연구는 ‘대공장-생산직’에 집중돼왔다. 이는 한국 노동운동이 지닌 하나의 ‘편향’을 연구자 집단들도 공유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연구는 1차 자료와 상급노조 지도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노동운동이란 ‘수준’에서 연구사적인 ‘공백’을 매워줬다. 

"이 연구는 화이트칼라 노동운동이 한국의 정치적 변화에서, 특히 민주화 과정에서 사회운동으로서 수행했던 핵심적 역할을 강조했다."―본문 245쪽에서

그러나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첫째, 기존 한국 노동운동 문헌들에 대한 비판적 검토가 취약하다. 예컨대, 전노협을 ‘최대강령주의’라고 논한다든지, 고임금 노동자는 자본주의적 평등, 저임금 노동자는 사회주의적 평등을 지향한다는 식의 서술은 노동운동에 대한 ‘특정한 해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둘째, 저자는 생산성 탄압 명제에 입각, ‘정부 탄압이 정치적 기회의 수축을 낳고 그 결과 정치의식의 상승을 낳는다’고 논한다. 분석사례에서는 타당성이 인정될지라도, 역으로 같은 시기 블루칼라의 경우, 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다는 게 일반적이다. 이 문제는 생산직과의 비교를 통해 보완돼야 할 것이다.

셋째, 저자는 ‘중간수준의 중앙집중화’가 노동운동에서 최적의 조직체계였다고 논한다. 저자도 조직의 관료화의 분산화에 모두 비판적임은 인정하지만, 현실 운동 속에서 중간수준이란 규정은 잘 납득되지 않는다. 말미에서 저자는 운동의 제도화의 결과는 지도부, 대중 모두의 몫이라고 논하는데, 오히려 현재 문제는 ‘제도화’로부터 어떻게 운동이 탈피, 주변노동 대중을 보호할 전략을 구성하느냐는 것이라 본다.

이런 아쉬운 점이 있지만, 사회적/학문적 수준에서 ‘주변화’되고 있는 노동문제, 그중 소외지대인 ‘화이트칼라’를 다룬 점에서 저자의 연구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향후 보다 더 '토착화된 사회운동 이론‘을 기대한다.

김원 /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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