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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정책' 혹평... 위기 관리 능력은 인정
'경제 정책' 혹평... 위기 관리 능력은 인정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4.03.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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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참여정부 1년에 대한 학계 평가

참여정부의 1년을 평가하는 학술대회가 줄을 잇고 있다. 2월 13일부터 이틀간 열렸던 2004 경제학 공동학술대회가 '참여정부 1년의 경제정책 평가'와 '한국경제의 개방 정책: 평가와 방향'을 주제로 열렸고,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2월 19일부터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이 '참여정부의 국가관리 1년: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학술행사를 열었다. 2월 27일에는 재정경제부의 주최로 '동북아의 변화하는 리더십 하에서의 참여정부의 비전과 전략'이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기도 했다.

백화점식 정책, 실천 방안 결여 비판

주제의 면면들을 볼 때 경제정책을 따지는 것에 무게중심이 가 있지만, 정치개혁과 지방분권 등에 대해서도 소략적이지만 학계의 평가가 나와 이를 통해 학계가 참여정부에 대해 전반적으로 어떤 점수를 주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경기침체기에 새로 출범한 역대 정권이 그랬듯 참여정부 역시 경제위기를 지나치게 의식해 부문별 구조조정 노력과 개혁을 소홀히 해 정체성 상실이란 대가를 치르고 있으나 안정마저 지키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 이외에는 예상한 효과를 거둔 정책이 없는 이유는 동북아 경제중심·국가균형발전 등 중장기 전략의 실제내용들이 백화점 식으로 열거만 될 뿐 우선순위 선정이나 실천 방안이 결여됐기 때문이라는 것.

이런 점들은 정부 주최로 열린 '동북아의 변화하는 리더십…'에서도 확인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권력과 재계의 유착, 권력과 언론과의 유착관계가 해체되고 있다"라며 "임기 중에 우리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두 배 이상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의 진단은 달랐다.

외국 학자들은 "신용카드사들의 부실은 정부가 시장에 잘못 개입했기 때문에 일어난 문제", "노동시장의 경직성 때문에 기업들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다"며 발전적인 노사관계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苦言을 던졌다. 국내 경제학계에서는 자유주의적 경제질서 회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반면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학술회의는 참여정부의 리더십 분석, 통치제도와 정책 결정, 위기관리, 사회통합 등 비교적 다양한 범주로 평가에 나섰다. 참여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 대신 현황 분석과 충고, 대안 모색이 논의됐다. 과도기의 혼란을 부각시키지 않고, 변화 그 자체에 대해 호의적인 견해들도 많았다.

참여정부의 북핵 위기 대응을 분석한 문정인 연세대 교수(정치학)는 "노 대통령의 전쟁불가론이 전쟁은 안되지만 북핵은 허용될 수 있다는 오해를 유발한 점, 정부부처간 역할이 불분명한 점, 동맹요인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 보수와 진보를 넘는 국민적 합의도출에 실패한 점 등은 앞으로 보완될 필요가 있다"라고 비판하면서도 참여정부의 위기 관리 능력 자체는 높이 샀다. 북핵 사태를 위기 국면에서 대화 국면으로 전환케 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대통령-국회 관계를 분석한 김용호 인하대 교수는 대통령과 국회의 관계가 종속에서 유동적인 관계로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회를 활용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원구환 한림정보산업대 교수는 참여정부의 중앙-지방관계는 분권·협력시스템으로 전환하려는 준비단계이지만, 그 과제가 지나치게 광범위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정부혁신지방분권추친위와 지방이향추진위원회의 역할 구분 등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사회통합' 다양한 스펙트럼 만들어 내다

'사회통합'이라는 과제는 참여정부에 들어 다양한 지형을 보였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기존의 보수·중도·진보의 이념 스펙트럼에 민족과 세계시민이라는 새로운 기준이 추가"됐다며, 통합보다는 이념구도의 복잡화와 다양화에 점수를 매겼다. 지역주의를 점검한 김만흠 가톨릭대 교수는 "한국정치에서 지역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은 지역균열을 대체하는 새로운 균열의 등장 여부가 아니라, 새로운 통합질서의 모색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를 위해 현행 대통령제를 이원집정제 등으로 개편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참여정부 1년에 대한 학계의 분석과 평가는 '변화'와 '안정' 중 어떤 것에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 '호평'과 '혹평'으로 갈라지는 양상을 보였다. 가장 잘못하고 있는 부분으로 지적된 것은 노동·기업정책, 시장개입 등이었으며, 시급히 갖춰야 할 역량은 행정적 전문성인 것으로 지적됐다. 아쉬운 점은 학계의 평가가 일반 저널리즘에서의 논의보다 분석에서는 앞섰지만, 대안제시와 방법론 고민 등에서는 선언 수준에 그친 감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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