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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개혁론의 포괄성 논의 안돼
유교개혁론의 포괄성 논의 안돼
  • 이혜경 서울대
  • 승인 2004.03.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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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리뷰 : 『유교개혁사상과 이병헌』(금장태 지음, 예문서원 刊, 2003, 336쪽)

▲ © 리브로
이혜경 / 서울대·동양철학

금장태 교수의 '유교개혁사상과 이병헌'은 李炳憲(1870∼1940)이라는 유학자가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어떻게 유가의 존립을 모색했는가를 다룬 책이다. 한국의 근대사상에 대한 연구 자체가 취약한 우리 연구 현실에서 이 연구서는 그 등장만으로도 값지다. 한국의 근대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는 마음만 가득했던 평자에게 금 교수의 책은 개인적으로도 대단히 감사하다. 근대를 맞이하는 동시대인의 다양한 입장들에 대한 연구는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일 것이며, 그 선행연구로서 이병헌이라는 인물의 초상은 근대사의 입체적 이해를 위한 단초를 제공할 것이다.

이 책은 크게 이병헌의 생애와 사상을 다룬 부분과, 이병헌을 둘러싼 배경을 이루는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를 통해, 이병헌은 유교의 종교화를 통해 유교를 개혁하려 했으며, 그 이론적 근거는 강유위의 금문경학에 있었고, 그는 또한 민족정신의 고취를 위해서 유교가 조선에서 발생한 민족종교라는 주장을 했다는 것 등의 지식을 얻을 수 있으며, 후반부를 통해 이병헌이 동시대의 유교개혁론자들과 어떻게 다르며 그의 스승격인 강유위, 양계초에게서 무엇을 가져왔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평자는 이병헌이나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으므로, 이 연구서를 통해 이병헌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을 뿐, 이 연구서의 학문적 의미를 평가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다만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저자에게 묻고 싶은 것들이 있다.

"박은식의 양명학적 유교개혁론, 송기식의 도학적 유교개혁론, 이병헌의 금문경학적 유교개혁론을 이해하면, 이 시대 유교개혁론의 현실과 과제와 방향을 점검할 수 있다. -본문 270쪽에서

첫째, 유교의 포괄 논리의 문제다. 유교가 서양의 과학과 철학, 종교를 다 포괄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그것들을 포섭할 수 있는 구체적인 논리를 제시해야 한다. 유교와 새로운 것을 연결하는 논리의 개발은 유교개혁론의 성공을 가늠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이병헌이 구체적으로 서양의 문명에 대해 어떤 지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것을 어떤 논리로 유교의 틀 안에 포섭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아쉬웠다.

둘째, 종교와 근대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이병헌은 유교를 종교화함으로써 서양의 근대에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근대는 종교로부터 과학이 분리되는 시대였지 이병헌이 생각하듯이 종교와 철학과 과학을 포괄할 무엇인가를 기대하는 시대가 아니었다. '이론적 지식이나 행동규범체계'로 인식되는 것보다 '종교적 신념'으로 인식된다면 더 확실한 실천이 보장되겠지만, 인간에게 종교적 신념을 갖게 하는 것은 단순한 주장만으로 되지 않는다. '불교·예수교'의 '천당·지옥설'과는 달리 '백성의 윤리와 사물의 법칙의 실지'로서 종지를 세운 유교는, 과학의 세례를 받은 문명인들에게 어떻게 종교적 신념을 갖게 할 것인가. 이병헌의 이 종교관에 대해 저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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