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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의의 문학프리즘] 탈북자 단체가 해야 할 일
[심영의의 문학프리즘] 탈북자 단체가 해야 할 일
  • 심영의
  • 승인 2020.07.2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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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 3만3523명이 남한에서 살고 여성이 남성의 세 배
성폭력 피해 겪어도 수사 과정에서 오히려 2차 가해 당해
탈북단체, 피해 여성의 경우와 유사한 일들 일어나지 않게 살펴야

2020년은 한국전쟁 7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전쟁의 결과 고착화된 남북 분단은 우선적으로 물리적 공간의 구획이면서 그것은 정치적 분단을 넘어선 이념과 사람, 기억의 분단을 가져왔다. 전쟁을 체험하지 않은 대부분의 전후 세대는 오래전의 역사로만 이해될 사건이겠으나 어떤 사람들의 경우 전쟁과 분단의 고착화가 가져온 실존적 비극의 당사자로서의 고통을 여전히 겪고 있을 것이다. 수많은 이산가족이 그러하고, 간첩의 누명을 뒤집어쓰고 억울한 죽음을 당하거나 고초를 겪었던 이들이 그러할 것이다. 이른바 탈북자들의 경우도 같은 맥락에서 우리 사회가 보듬어 주어야 할 굴곡 많은 우리 역사의 피해자들이다.

오래전에 김종삼 시인이 쓴 「민간인」이라는 제목의 짧은 시가 있다. 그대로 옮겨보자면, “1947년 봄/ 심야(深夜)/ 황해도 해주의 바다/ 이남과 이북의 경계선 용당포/ 사공은 조심조심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 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를 삼킨 곳/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수심(水深)을 모른다.”

느닷없는 분단과 북한 체제의 억압이라는 고통을 피해 38선을 넘어 남으로 오던 일단의 사람들이 아이의 울음소리로 인해 발각될까 봐, 그렇게 되면 필경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기에, 아이의 입을 틀어막아 결국 아이는 질식사했고, 그러나 사람들은 비통함을 삼긴 채 남으로 걸음을 옮겨야 했던 비극적 상황을 그리고 있는 시다. 전쟁을 전후하여 남으로 온 피란민은 말할 것 없지만 남북 분단이 고착화된 이후에도 어떤 사정이든 남으로 오기 위해서는 목숨이든 무엇이든 모든 것을 걸고서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최근 한 매체의 보도(한겨레 21,2020.6.25.일자)에 의하면, 2019년 기준 북한이탈주민 3만3523명이 남한에서 살고 있다.(통일부) 여성은 2만5276명(75%)으로 남성(8247명)의 세 배다. 여성 1인 가구도 26.6%나 된다. 그런데 불행히도 북한이탈여성 25.2%는 ‘자유의 땅’ 남한에서 성폭력 피해를 겪는다. 같은 매체의 관련 기사에 따르면, 2010년대 중반 남한에 정착한 30대의 북한이탈여성이 2019년 12월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2명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며 관련 기관에 고소했다. 혐의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이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관련 사실에 대해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하는 대신 오히려 수사 과정에서 성폭행 당시 상황을 녹음한 음성을 듣도록 하는 등의 2차 가해를 안기고, 성폭력 피해자 보호 조처는 거부했다고 한다. 성폭행이 가능했던 저간의 사정을 보면, 관계당국은 30대의 북한이탈여성을 대북정보를 감지하기 위한 프락치로 활용했고, 그 과정에서 북에 남아 있던 남동생의 생사가 위태로워졌으며, 남동생을 구하기 위한 여성의 호소를 들어주는 시늉을 하면서 결국 성폭행을 저지르고, 두 번의 임신과 두 번의 낙태를 하는 등의 고통을 겪게 하였다는 것이다.

탈북자 단체를 이끄는 이들이 북을 향해 비난 전단을 뿌리거나 하는 적대적 행위를 통해 자신들의 존재를 증명하려고 할 게 아니라, 앞에서 소개한 피해 여성의 경우와 유사한 일들이 혹여 일상적인 것은 아닌지 살필 책무를 스스로 떠안아야 하지 않을까. 그들의 주장대로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남으로 온 사람들이 보다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경제적·법률적·심리적 지원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일은 국가기관을 상대로 하는 일이어서 힘에 부치고 돈도 안 되는 일이어서 관심조차 없는 것일까.

심영의 문학박사. 소설가 겸 평론가.
심영의 문학박사. 소설가 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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