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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51]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갯벌 바이올린 연주자'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51]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갯벌 바이올린 연주자'
  • 권오길
  • 승인 2020.07.27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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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발농게
-수컷은 한쪽 집게다리가 유달리 커서 '주먹대장'으로 불려
-해수가 들락거리는 조간대의 진흙 갯벌에, 세계적으로 100여 종이 사는 소형 종

전북 군산의 선유도해수욕장 근처 갯벌에 사는, 멸종 위기 야생동물 2급인‘갯벌 바이올린 연주자(fiddler)’로 ‘흰발농게’를 6월 23일부터 3주 동안 이사를 시켰다고 한다. 관광객이 늘어 주차장과 편의시설이 더 필요하여 갯벌을 매립하면서 4만여 마리를 가까운 갯벌로 옮겼다고 한다.  흰발농게 수컷은 한쪽 집게다리(협각,鋏脚,large claw)가 유달리 커서 ‘주먹 대장’으로 불린다. 흰발농게 포획 작전에는 플라스틱 재질의 게통발(trap)을 썼고, 거기에 농게가 좋아하는 돼지비계미끼를 통발(덫/틀)에 넣어 30㎝ 정도의 굴을 파고 묻어놓아 잡았다. 

그들의 새 보금자리는 포획한 곳에서 250m쯤 떨어진 평사낙안(平沙落雁) 일대이고, 임시로 쓸 집(굴)을 수직으로 깊게 뚫어 흰발농게를 집어넣고 바닷물을 부어준 뒤 모래로 덮어주었고 한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던가. 창고가 가득 차야 예절을 알고, 의식이 족해야 명예도 안다고 했지. 옛날 같으면 잡아먹기 바빴을 야생 게를 신주 모시듯 하는 모습에서 사실 금석지감을 느낀다. 한 마디로 뿌듯한 마음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어릴 때는 야생동물들을 보기만 해도 수렵 본능이 발동하여 무조건 때려잡았는데 요새 아이들은 기특하게도 보호본능을 느껴 보살피려 드니 하는 말이다.

흰발농게(Uca lactea)는 십각목(十脚目) 달랑겟과의 甲殼類(crustacean)로 몸은 단단한 껍데기(外骨格)로 덮여 있으며 다리에 관절이 있다. 모든 게는 다리가 10개(십각목)인 갑각류로 두흉부 윗면이 한 장의 등딱지(甲殼,carapace))로 덮여 있고, 일곱 마디의 복부(배딱지)가 있다. 또 다섯 쌍의 발 중에 앞발(집게다리)로 먹이를 잡거나 싸우고, 다른 네 쌍의 발은 헤엄치거나 걷는 데 이용한다. 

흰발농게는 농게(농해,籠蟹)와 같은 屬으로, 수컷의 큰 집게발(pincer)이 흰색인데다 등짝이 희기 때문에‘흰발농게’라고 부른다. 수컷집게발(다리)은 한쪽이 다른 쪽 것에 비해 매우 커서 등딱지너비의 2배가 넘고, 암컷은 집게다리가 보다 작으면서 양쪽이 크기가 같다. 그리고 흰발농게의 등딱지길이는 약 9mm이고, 너비는 14mm 남짓이다. 갑각은 앞이 넓고 뒤가 좁은 사다리꼴이고, 갑각은 잿빛을 띠면서 검푸른 무늬가 있다.  4쌍의 걷는 다리(步脚,walking leg) 중 둘째와 셋째는 크기가 비슷하고, 넷째 다리가 가장 작다. 조간대의 만조선 근처 개펄 바닥에 수직으로 깊게 구멍을 파고 살며, 한국의 남해와 서해․일본․타이완․홍콩․말레이제도 등지에 산다. 

남서해안 갯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농게(Uca arcuata)다. 농게 수컷도 한쪽 집게다리가 유난히 크고, 붉고 화려해서 금세 눈에 띈다. 그 큰 다리(가위다리)는 다름 수놈들과 싸움을 하고, 암놈을 구애하는 데 쓴다. 농게는 해수가 들락거리는 조간대의 진흙 갯벌에, 세계적으로 100여 종이 사는 소형종이다. 암수 집게가 다른(sexually dimorphic) 것이 특징이고, 또한 수컷 게는 모두 배딱지가 전체적으로 좁고 길쭉하지만 암컷은 넓적하고 둥그스름하다.

그런데 흰발농게는 커다란 흰 집게다리를 가끔 상하로 까닥이는데, 그 모습이 전통장례식에서 상여의 맨 앞에 선 요령잡이의 요령(鐃鈴) 흔듦과 비슷하다 하여 전남무안지역에서는‘상여게’라고도 일컫는다. 

그리고 흰발농게는 썰물이면 굴에서 나와 집게발로 갯벌바닥개흙을 떠서 입에 넣어 유기물을 걸러내기에 바쁘다. 이때 바닥 흙을 긁어 입에 넣느라 다리를 들어 올렸다 내렸다 하니 그것이 사람들에게 바이올린 켜는 모습으로 보였고, 그래서 농게를‘fiddler crab’, 흰발농게를‘milky fiddler crab’이라 부른다. 

수직 집은 깊이 15cm쯤 되고, 집 입구에는 굴을 파면서 생긴 작은 진흙 알갱이(mud ball)를 방사상으로 가지런히 깔아놓는다. 특히 번식기가 되면 수컷은 자신의 굴 입구 주변에 흙을 쌓아 돔(dome) 모양의 둔덕(hill)을 만드니 암컷을 유인하기 위해서란다.

그리고 수컷은 암컷을 꼬드기기(求愛,courtship) 위해 큰 집게발을 아래위로 흔들어댄다. 그리고 암컷들이 수컷의 집게다리 크기와 흔드는 동작 등을 보고 짝짓기 상대로 적합한지를 파악한다. 만약 수컷이 마음에 들면 암컷은 수컷이 파놓은 굴 입구로 접근하며, 그러면 수컷이 먼저 굴속으로 들어가고, 암컷이 곧 뒤따라 든다. 아무튼 수놈은 등치가 크고 튼실하면서 멋진 집을 장만해 놔야 암컷한테서 짝으로 선택받는 것은 萬古의 眞理렷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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