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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민족주의, 중국의 뜨거운 감자
[대학정론] 민족주의, 중국의 뜨거운 감자
  • 교수신문
  • 승인 2020.07.2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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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텐안먼 사건 뒤 중국은 국제무대에서 왕따 신세가 됐다. 탱크를 앞세워 민주화 시위를 유혈 진압한 혹독한 대가였다. 그때 중국공산당은 교육에 눈을 돌렸다. 청소년들에 대한 애국심 교육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유치원부터 중국 역사를 가르쳐라.” 장쩌민 당시 주석은 교육부에 이렇게 주문했다. 백년국치(百年國恥)는 그 핵심이었다. 19세기 중반 아편전쟁 패배에서부터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에 강점되기까지 100년 동안 중국이 겪었던 치욕을 학습시키고자 했다. 국가의식과 민족주의를 고취시키려는 목적이었다. 그럴 경우 텐안먼 사건처럼 서방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이러한 시책은 1994년 공식 교육 방침으로 확정됐다. 그로부터 25년이 흐른 작년 11월, 중국공산당은 1994년 버전보다 훨씬 전면적인 애국심 교육 방침을 발표했다. 홍콩을 달궜던 범죄인 인도법안 반대 시위가 잦아든 때였다. 홍콩을 겨냥한 것이었지만 마카오와 대만도 이 방침 적용 지역에 포함시켰다. “애국심에는 조국에 대한 사랑 뿐 아니라 사회주의와 공산당에 대한 사랑도 포함된다”고 방침은 명시했다. 애국심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선 국가적 일체감이나 중화민족의 결속을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중국에서 민족주의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이 곤경에 빠지면서 공산당 지도부가 이 카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중국 미디어는 중국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느라 바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이 미국이라며 음모론을 퍼뜨리기도 했다. 중국에 대한 외국의 비판에 대해서는 ‘전랑(戰狼·Wolf Warrior)외교’를 동원했다. 외교관들이 그들에게만 특별히 허용된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상대국의 허점을 공격하도록 한 것이다. 늑대 전사를 뜻하는 전랑은 2015년 중국에서 히트한 애국주의 영화에서 유래했다. 이러한 접근은 적어도 중국 국내에서는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대표적인 전랑 외교관으로 꼽히는 외교부 대변인 자오리젠은 지난 3월 중순 “미군이 우한으로 코로나바이러스를 옮겼을 수 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 뒤 자오리젠은 “중국은 코로나바이러스 대응과 관련한 ‘중국 모델’을 다른 나라로 수출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세를 수그리는 모습을 보였다. 왜 그랬을까? 중국이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보여준 시스템이 우월하다고 스스로 선전할수록 중국에 배상을 요구하거나 중국과의 관계를 재고하겠다는 외국의 목소리가 높아진 탓이다.

중국 네티즌들은 국제적인 분쟁이 생기면 거의 예외 없이 중국의 강경 대응을 요구한다. 텐안먼 사건 이후 교육받은 세대의 현주소다. 이들이 코로나19 뒤에 소셜 미디어에 퍼뜨린 글을 보자. 카자흐스탄, 베트남, 인도 북동부 마니푸르가 중국에 귀속되기를 희망한다는 가짜 뉴스였다. 이들 지역은 역사적·인종적으로 중국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들었다. 이 때문에 외교적 마찰을 피할 수 없었다. 코로나 이후 민족주의가 얼마나 기승을 부리는지 잘 보여주는 예다. 중국 당국은 마침내 이런 내용을 옮긴 위챗 계정 153개를 폐쇄하고 계정 운영자들을 체포했다. 인민일보는 이례적으로 “편협한 민족주의가 네티즌들을 극도로 오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정원교 성균관대 초빙교수, 박사
정원교 성균관대 초빙교수, 언론학 박사

그동안 민족주의를 고취해왔던 중국공산당이 바로 그 때문에 동티가 나고 있는 꼴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국제적 입지도 좁아진다. 민족주의를 제한하고자 해도 부담은 따른다. 체제 안정을 최우선시 하는 중국공산당으로선 민심 향배를 외면하기 어렵다. 이제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은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나 중국공산당원 미국 입국 금지 같은 중국 압박 수단을 들고 나온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중국내 여론을 더욱 호전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민족주의는 본질적으로 상대를 끌어당기기보다 밀어내는 속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정원교 성균관대 초빙교수, 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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