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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열에 그친 시민사회 경험들
나열에 그친 시민사회 경험들
  • 최현 성균관대
  • 승인 2004.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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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리뷰 : 『아시아의 시민사회-개념과 역사』(권혁태 외 지음, 아르케 刊, 2003, 342쪽)

▲ © yes24
최현 / 성균관대·사회학

사회주의가 몰락하고 신자유주의의 물결과 종족간의 분쟁이 세계를 휩쓸면서 세계의 진보적 지식인과 학자들이 '시민사회와 시민권'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사회주의적 전제를 피하면서, 동시에 자유주의적 시장의 냉혹함과 국가의 흉폭함으로부터 공동체의 성원들을 보호할 것인가. 어떻게 세계 인류를 종족 분쟁과 그에 따른 야만적 학살로부터 구원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 대두됐다.

'시민사회와 시민권'은 이러한 질문에 답하고자 하는 많은 학자들에게 하나의 대안으로 다가왔다. 많은 학자들은 '시민사회'가 시장의 타락과 국가의 부패를 막아줄 빛과 소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인종 청소의 야만적 어둠을 밝혀줄 횃불이 돼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고 있다. 이런 세계적 흐름에 더해서, 한국에서는 1990년대 이후 시민운동이 가파르게 성장해왔다. 그 결과 시민사회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확대됐으며, 그에 대한 연구가 불길처럼 일어나게 됐다.

성공회대 아시아NGO센터 주관으로 진행돼 온 '아시아 시민사회의 비교연구'는 이런 맥락에서 진행돼온 한국에서의 시민사회 연구를 한 단계 비약시키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 학계에서 진행된 시민사회에 대한 연구는 주로 그 개념을 소개하거나 그것을 한국 사회에 적용하려는 노력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일본, 중국, 태국, 대만 등 우리와 다른 아시아 시민사회의 발전 경험을 소개함과 아울러, 이러한 경험들을 우리의 경험과 비교해서 우리 시민사회의 특징을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하도록 도와주고자 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아시아의 시민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맥락을 존중하는 구성주의적 태도 및 인류학적 관찰자 시각이 필요하다. 또한 시민운동=시민사회라는 한국적 관점에서 탈피해야 한다." -본문 40쪽에서

이 책은 또한 한국 시민사회의 경험을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들과 공유하는 기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이 책이 지적하고 있듯이 우리 시민사회의 세계 시민사회에서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긴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 책에는 몇 가지 미흡한 점이 있다. 우선 각각의 논문들이 사용하고 있는 개념이 통일돼 있지 못하며, 각국 시민사회의 경험이 평면적으로 서술돼 있을 뿐 비교를 통해 연구의 성과를 유기적으로 결합시키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로 참고문헌이 누락돼 있거나 이론적 맥락에 대한 충분한 소개가 빠져 있는 등 완성도에 문제가 있는 논문이 눈에 띈다. 세 번째로는 반드시 참고해야 할 대표적인 기존 연구 성과를 빠뜨린 게 보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통해 시민사회에 대한 비교 연구가 시작됐다는 건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있다. 보다 많은 연구자들의 관심과 연구를 통해 우리 시민사회의 국제적 위상과 함께 국제학계에서 시민사회에 대한 연구자들의 위상 또한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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