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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교육과 만난 '미디어'
국어교육과 만난 '미디어'
  • 임규홍 경상대
  • 승인 2004.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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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리뷰 : 『신문의 언어 문화와 미디어 교육』(우한용 외 지음, 서울대출판부 刊, 2003, 520쪽)

▲ © yes24
신문의 교육 자료적 가치를 교육의 장에 처음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이 1930년대 후반이고 우리가 1990년 초반이다. 우리가 신문을 교육에 활용한 지는 만 십 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 동안 기껏 일부 신문에서 자사 신문을 통한 교육적 활용 방안을 제시한 것이나 개별 학교에서 개인적인 학습 자료로 활용하는 데 머물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시점에서 이 책은 신문 활용 교육 또는 신문 교육에 대한 나름대로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고 하겠다.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연구서와는 달리 신문의 교육적 활용에 대한 이론과 실제를 명쾌하게 정리한 점과 신문 텍스트의 기사, 사설, 칼럼, 만화, 광고와 같은 신문 내용의 각 영역별 내용을 실제 교육 현장에서 곧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학습 지도안을 자세하게 제시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또한 간혹 장에 따라 내용의 깊이가 다른 것이 흠이긴 해도 학제간의 연구를 통해 폭넓은 내용을 제시한 것도 장점이다.

"미디어 교육은 매체들의 생산과 구성, 의미작용 체계 등을 이해하고 보다 적극적이고 비판적으로 매체의 정보와 즐거움을 향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이다." -본문 465쪽에서

이 책의 또 다른 의미는, 국어 교육의 넓이를 한층 더 넓혔다는 것이다. 오늘날 국어 교육은 닫힌 교실과 신성시됐던 교과서 중심에서 벗어나 신문이나 방송, 인터넷, 영화, 담화(연설, 강연, 토론, 토의, 대화, 이야기), 문화(방언, 굿, 놀이, 노래, 설화)등과 같은 다양한 삶을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 책은 '미디어 교육'이라는 새 영역을 국어 교육의 틀 속에 끌어들이려고 한 점이 돋보인다.
몇가지 문제를 지적한다면, 우선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룬 '文識性(literacy)'이라는 용어 문제다. 이 말은 원래 '읽기에서 글자를 인식하고 발음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한 행동주의 심리학에서 시작한 것이 인지 심리학을 거쳐 지금은 문화의 모든 현상에까지 그 외연을 넓히고 있는 외국 이론 용어다. 이 책에서도 '미디어 문식성', '비판적 문식성', '신문 문식성 교육'이란 용어를 쓰고 있는데, 아무리 지금까지 국어 교육학에서 사용하고 있었던 용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독자에게 쉽게 와 닿지 않거나 자구적으로나 의미적으로 어색하다면 새로운 말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신문 언어의 규범성, 공공성, 형성성에 대한 교육 내용이 소홀하다는 것이다. 언론의 '표현 양식을 공중의 관용어'라고 한 스튜어트 홀이나 '신문 언어가 사람들의 이데올로기를 조련한다'라고 한 크레스처럼 신문에 쓰인 언어 표현은 독자의 생각과 언어사용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신문에 쓰인 정보적 문제뿐만 아니라 어법, 어휘, 외래어 사용 문제 등과 같은 표현 문제도 교육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특히, 오늘날 여러 신문에서 제목뿐만 아니라 내용에 외래어와 영자를 남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신문을 통한 올바른 언어 표현 교육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필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머지 않아 '미디어 교육'이라는 새로운 교과가 생길 것 같이 느꼈다.

임규홍 / 경상대·국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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