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場이론으로 살핀 1950년대 문단
場이론으로 살핀 1950년대 문단
  • 강경화 한양대
  • 승인 2004.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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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리뷰 : 『사상계와 1950년대 문학』(김건우, 소명출판 刊, 2003, 298쪽)

'사상계'는 지식인 사회에 심대한 영향력을 미친 지적 담론의 소통 현장이었다. 그 공간은 신지식의 보급로이자, 연구물의 게재지였으며, 논쟁의 장이었고, 문학 담론의 매체였다. 저자의 문제 의식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이 책에서 '사상계'와 1950년대 문학을 동일한 담론 공간으로 묶어내려는 저자의 관점은 흥미롭고 새롭다. 흔히 상징적으로 운위되던 '사상계' 지식인들의 이념적 기반과 계보를 실증적으로 밝혀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서북지역의 문화주의에 기반을 둔 '사상계' 지식인들의 이념적 정체성은 민족의 근대화로 요약할 수 있다. 계몽과 참여는 근대화를 지향하는 그들의 전략적이고 실천적인 논의의 중핵에 해당한다. 이는 1950년대와 1960년대 중반에 걸쳐 지식인 담론 전체를 지배하게 된다. 이 책은 '사상계' 집단의 담론이 생산해내는 사회적 의미와 영향, 그리고 그들의 이념이 1950년대 비평과 소설에서 어떻게 지배적 약호로 작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굴절, 변형, 양식화하면서 전개됐는가를 보여준다.

"1955년 이후 8년간은 서북지방의 '문화적 민족주의' 계보에 연결돼 있던 '사상계' 지식인 집단이 '근대화'를 과제로 해 문학 텍스트 생산의 결정적 조건을 형성했던 시기였다."-본문 227쪽에서

특히 의미 있게 되새길 부분은 담론의 생산과 지배력의 역학관계를 사회문화적 제도와의 상호텍스트성에 주목해, 1950년대 문학을 전체 담론 場의 구도 안에서 파악하는 부분이다. 인간의 모든 영역이 그렇듯 문학 역시 사회 전체의 문화적, 제도적 맥락과 공동의 그물로 엮여 있다. 따라서 '장'이라는 매개항의 설정은 문학을 개별 담론 영역의 제한을 넘어 보다 확장된 공간 속에서 재편해낼 수 있다. 이 점에서 그것은 한 시대의 담론의 형성과 생산 조건, 장의 구조와 변모를 역동적으로 보여줄 수 있으며, 또한 문학을 고정된 실체로 바라보려는 종전의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유효하다.

그러나 이 책은 아쉽게도 1950년대 문학에서 주도적인 담론의 소유와 장의 재편, 그리고 '사상계' 내·외부에서 일어나는 스밈과 얽힘의 과정이 기대만큼 역동적으로 살아있지는 못하다. '장'은 기본적으로 공동체 내에서 대립축을 설정하고 배제하면서 구축해 가는 갈등의 영역이다. 그렇다면 '사상계'의 중요한 대립축인 '현대문학' 계열의 담론 분석은 물론, 가장 '사상계다운' 작가들의 실제 발표지면의 문제, '동인문학상'과 '현대문학신인상' 수상자들의 겹침 현상, '현대문학'과의 길항성 등도 심도 있게 고려할 사항이 아니었을까. 또한 다양한 구성원들의 담론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을 때 집단의 이념적 정체성은 선명해지지만 구성원들의 내부적, 이론적 층위는 가려지게 마련이다. 구성원 사이의 차별성이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감안해도 1950년대 문학을 담론공동체라는 전체적인 구도에서 살피기에 유용한 틀을 제공한 성과는 평가할 만하다. 덧붙이자면 실증적이고 통계적인 자료의 신뢰성도 미덕이며, 몇몇 각주가 담고 있는 내용도 흥미로웠다.

강경화 / 한양대·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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