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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눠먹기식 인사 '걸림돌'…개방성·전문성 중시돼야
나눠먹기식 인사 '걸림돌'…개방성·전문성 중시돼야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4.03.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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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혁신협의회가 '혁신'의 관건

지방대학 생존 프로젝트, Nuri를 점검한다 ② '지역혁신협의회'를 말한다

'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학, 산업체, 지역자치단체, NGO, 연구소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지 않을 경우, 사업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 국책 사업이 될 공산이 크다. 기득권층에 의해 '지역혁신협의회'가 형식적으로 기능해서도 안 되고, 지역자치단체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부치거나 대학, NGO 등의 의견을 배제해서도 안 된다. 지역혁신체제가 지역문화와 동떨어진 목표를 무리하게 세워도 실패의 길로 들어서기 십상이다. 이번호에서는 NURI사업의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지역혁신협의회'의 구성과 바람직한 운영 방향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지역혁신'이라는 말이 대학가의 이슈가 되고 있다. 대학, 지자체, 산업체, 연구소, NGO 등의 단위가 '혁신주체'이고, 이들 주체들이 네트워크를 구성해 '지역혁신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명제는 이미 절체절명의 선언이 됐다.

'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사업'(이하 '지방대혁신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대학들이 시·도 차원에서 구성되는 '지역혁신협의회'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지역전략산업과 관련, '지역혁신협의회'가 어디에 방점을 찍는가에 따라, 대형사업에 선정될 분야가 대략적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지역혁신협의회의 결정으로 대학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것.

더구나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의 지방대혁신사업과 관련해, 각 사업단별 사업계획에 대한 지역의 검토 의견이 '지역혁신협의회'를 통해서 이뤄지며, 이 의견이 사업단 평가에 반영된다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부산소재의 한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의 사업이 단순한 대학지원사업이라면, 그동안 추진해오던 대학 나름의 특성화계획에 따라 준비하면 되는데, 이번 사업은 지역혁신협의회 및 다른 단체들과 협력해서 구상해야 하기 때문에 고려할 것도 많고 신경 쓸 것도 많다"라며 어려움을 설명했다. 교육부의 이번 사업이 지방대육성사업이면서 동시에 지역육성사업이라는 특징을 지녔기 때문에, 각 대학별 상황만을 먼저 생각하는 대학들로서는 '균형'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

각 대학들이 지역혁신협의회의 위원 구성에서부터, 회의 결과에 이르기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국가균형발전 3대 특별법'이 통과된 후, 지난 1∼2월부터 13개 시·도 지역의 '지역혁신협의회' 구성과 관련해 잡음이 섞이는 것은 협의체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달 18일 대전광역시가 지역혁신협의회 창립총회를 열자,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지방분권운동대전본부 등에서는 잇따라 성명서를 통해, 관 주도의 일방적인 조직 구성을 문제삼았다. 지방정부가 시민단체의 폭넓은 의견 수렴도 없이 위원들을 위촉하는 모습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혁신체제' 구축과는 궤를 달리한다는 주장이었다.

지난 달 27일 출범한 전북 지역혁신협의회 경우도 비슷한 문제에 봉착했다. 위촉된 위원들이 대학, 산업체, NGO 등 거의 모든 각급 기관장이었던 것이다. 전라북도는 "협의회의 위원들은 대표성을 중시해 위촉한 것이며, 그 아래 실무를 담당하게 될 분과위원회 위원들은 전문성을 고려해 위촉했으므로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지역언론 등을 통해 구색맞추기식 인물 안배, 혹은 기관별 나눠먹기식 구성이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지역내 터줏대감 행세를 하는 인사들을 대접하기보다는, 싱크탱크로서 지역혁신 전략과 실천과제를 만들어내는 인사들을 위촉했어야 한다는 것. 지역내 기득권층이 지닌 보수성, 경직성, 권위주의 등이 되려 지역혁신의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둔 주장이었다.

이와같은 '지역혁신협의회' 위원 인선에 따른 논란은 교육부의 지방대혁신사업 등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최근 정부부처의 각종 사업들이 'Bottom Up' 방식의 사업이라는 특징에 기인한다. '지역혁신협의회'의 혁신성, 역동성, 계획성이 성공의 관건이기 때문.

'지역혁신협의회'가 관여하는 정부예산만해도,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 5조원, 교육부 지방대혁신사업 2천2백억, 교육부·산자부 신산업협력거점대학지원사업 4백억, 산자부의 지역혁신시험사업 5백억, 과학기술부의 지방과학기술진흥사업 9백11억 등 그 규모도 실로 크다. 지역혁신협의회를 거치지 않고서는 지역의 발전이 논의되지 않을 정도. 

자칫 지역혁신협의회가 형식적인 협의체로 그칠 경우, 각종 국책 사업들이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한편, 지난 1월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각 지역별 '지역혁신협의회'는 '제1차 지역혁신발전 5개년 계획'을 통해 대략적인 지역전략산업 등을 발표, 지역혁신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대구광역시는 전략산업으로 메카트로닉스산업, 전자·정보기기산업, 섬유산업, 생물산업 등을 내놓았으며, 제주도는 관광산업, 건강·뷰티산업, 친환경농업생명산업, 디지털커텐츠산업을 꼽았다. 각 시·도 지역혁신협의회는 오는 4월 국가균형위원회가 국가균형발전5개년계획을 확정하기 앞서, 지역전략산업 및 세부계획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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