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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적인 '등록금 계절' 벗어나기
소모적인 '등록금 계절' 벗어나기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4.03.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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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결산 '투명성·합리성'부터…"고등교육예산 늘려야"

"높은 인상률도 문제지만 등록금 인상이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것도 문제다"
해마다 봄이면 '등록금 투쟁'으로 캠퍼스는 시끌벅적하다. 이제 매년 되풀이 되는 '몇% 인상'으로 귀결되는 소모적인 논란에서 벗어나야 한다. 등록금 문제가 대학본부와 학생만의 협상으로 풀릴 수 있는 문제는 분명 아니다. 대학당국과 정부의 전향적인 개선과 조치가 선행되지 않으면 우리는 해마다 '春鬪'를 겪을 수 밖에 없다.

등록금 인상 근거 궁색하다
올해 대학 등록금 인상률은 7∼10%. 인상 근거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교·직원 처우개선을 위한 인건비 인상이다. 그러나 각 대학이 인건비 인상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공무원 임금인상률 3%보다 높게 책정돼 있다. 심지어 물가 인상률도 제각각으로 제시하고 있고 경제성장률까지 포함시키기도 한다. 또 장학금 증액과 학비감면을 등록금 인상 근거로 밝힌 대학도 있다.

최근에 가장 많이 애용되는 인상 근거는 '학교발전'논리를 앞세워 대학간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다른 대학과 인상률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ㅈ대학의 예체능계열 단과대학은 대학전체 평균 8%인상이외에 '발전기금'명목으로 등록금 고지서에 포함시켜 25만 원에서 30만 원 가량의 돈을 더 내도록 고지했다. 발전기금의 사용내역은 정해지지 않았고, 일단 모아놓고 추후에 합의해서 쓰자는 답변만 돌아왔다. 명확히 쓸곳도 정해놓지 않고, 학교발전을 위해서 등록금을 차등 인상하자는 이야기는 궁색하기 짝이 없다.

과연, 등록금은 합리적으로 책정되고 있고 인상된 등록금은 제때 쓰이고 있는가.

"만약을 위해서"이월적립금 '수북'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불합리한' 예산편성으로 등록금 인상을 부추겨 왔다는 인상이 짙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소장 박거용 상명대 영어교육과)가 최근 3년간 전국 일반사립대학 예·결산을 비교 분석한 결과 지출부분은 실제 쓰일 비용보다 '과다책정'을 하고, 수입은 실제 들어올 금액보다 '축소편성'해 수천억 원의 차액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렇게 생긴 차액은 이월·적립금으로 남겨지고 있다.

지출부분에서 과다책정이 가장 심한 것은 토지·건물 매입 및 건물 신·증·개축과 관련이 있는 고정자산매입지출 중 자산적 지출이었다. 등록금 인상의 주요 근거로 제시해 왔던 '교육환경 개선' 명목의 대규모 건축비용이다. 지난 2002년에만 과다책정한 금액이 2천8백66만원으로 전체 과다책정 예산 6천2백33억 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학이 주로 과다책정한 항목은 관리운영비, 교육외비용, 전출금, 예비비 등이었다.

이러한 불합리적인 예산편성이 나타나고 있는 곳은 예상외로 학생충원율이 높고 비교적 여건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수도권소재 대규모 대학들이 과다·축소 규모도 컸다. 지난 2002년 고려대가 7백7억 원의 예·결산 차액을 남겼고, 2002년 한해동안 1백72억원의 이월적립금을 축적했다. 차액 규모로 볼 때 연세대가 5백78억 원, 홍익대 5백50억 원, 성균관대 4백78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 대학은 한결같이 "국고지원도 부족하고, 재단 전입금도 늘지 않는 현실에서 교육환경 변화 등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이월·적립금을 교육환경 변화에 따라 생길지도 모를 일에 '보험금'으로 묶어 두고서는 사립대학이 불합리한 예산편성으로 등록금이 매년 인상되고 있고 교육·연구 개선보다는  '학교자산'만 늘리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또 서울의 모 대학에서 총장이 물러나고, 후임총장으로 청렴한 인사가 들어선 이후 각 부서의 경비가 남았다는 이야기는 교비의 쓰임에서 합리화할 수있는 여지가 남아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전임총장이 자신의 판공비로 쓰기 위해 각 부처의 경비를 부풀려 놓았는데, 후임총장이 원칙대로 처리하자 예년처럼 책정해놓은 예산이 부서마다 남아돌았다는 것이다.

비단 개인적인 비위 때문이 아니라 최근 서울대 총장도 취임이후 대학이 집중하는 부분에 예산을 투자하기 위해 각 부처의 예산을 10%씩 삭감했다는 것도(교수신문 302호 참조) 교비지출의 집중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재고할 만 하다.   

예·결산 '투명성' 높여야
우선, 이러한 불합리한 예산편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예·결산공개부터 개선돼야 한다. 교육부는 지난 2003년부터 의무적으로 인터넷 등에 예·결산을 공개토록 했고 대부분의 대학들이 예·결산을 공개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예·결산 작성시 산출근거를 대부분 생략하고 있어 형식적이라는 평가다.

ㄱ대학 김아무개 교수(사회교육학부)는 "사립대학 재정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면 당연히 그 재정이 '학교발전'에 어떻게, 어디에 쓰였는지 명확히 공개를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예·결산을 확대 공개해 정보 접근성을 높여야 대학본부의 인상 근거도 명확해 지고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예산편성 방법도 개선되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사립대학은 전년도 추경예산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합리적인 편성을 위해서는 예산편성 직전까지 집행된 예산을 결산양식에 따라 정리한 '가결산'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립대, 가정형편따라 '차등책정'
또한 대학재학시 등록금 외에 대학생의 사교육비도 얼마나 쓰이는지 따져보고 학생의 가정형편 등에 따라 등록금 책정을 달리 할 수 있다는 제기도 잇따르고 있다.

안동환 국교협 회장(부산대 영어영문학과)은 "국립대는 학생 가정형편에 따라 등록금 차등납부하는 방안도 연구해 볼 가치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지난 해 미국 공립대학의 경우 가정형편이나 수업시간대, 전공별로 수업료를 다르게 책정하는 방법들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된 바 있다. 미국 공립대학의 재정구성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주 정부의 지원금이 감소하면서 학생들이 내는 수업료가 인상됐다. 수업료가 인상되면서 학생 등록률도 80%정도에 그치고 있는데 가정형편에 따라 수업료를 할인해 준다면 더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해 학생과 공립대학 모두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가계부담을 고려해 등록금 동결을 결정했던 10여개 대학중에서도 신입생 유치전략 차원에서 이러한 결정을 내린 대학이 있지 않을까 싶다.

"해법은 고등교육예산 늘리는 것"
안동환 국교협 회장은 "교육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협상하여 등록금을 정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기이한 현상"이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에서 고등교육 투자를 크게 늘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도 얼마전 "등록금이 해마다 올라가는 것은 분명히 구조적인 문제다"면서 "교육재정부분은 현재 전체 교육예산 22조 원 중 20조는 초·중등교육에, 2조 원만이 고등교육인 대학에 쓰이고 있는데 고등교육 예산이 계속 늘어나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국민의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대학재정 지원방식도 대학간 균형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제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편중현상을 해소하고 혜택을 못받은 대학은 일반지원사업비를 상대적으로 증액시켜주는 방안도 고려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문경시, 02년부터 지역대학생 지원
한편,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지역대학에 대한 재정지원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백형찬 서울예대 교수(교양학부)는 "지방정부는 극도의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대학을 돕고 또한 지역출신 학생들의 학업을 진작시키는 차원에서 매년 별도의 예산을 편성해 장학금을 지원해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문경시는 '문경시 발전기금 장학생'제도를 마련해 지난 1996년부터 초·중·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한편, 지난 2002년부터 문경시에 거주하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금까지 2백89명의 학생이 혜택을 받았으며 올해는 1백50 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 위해 대학생 장학금만 1억5천만 원의 예산을 별도로 책정해 놨다.

문경시 관계자는 "지역이 발전하려면 지역대학이 발전해야 한다"면서 "지역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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