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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남 칼럼] 코로나 시대의 대학생
[이창남 칼럼] 코로나 시대의 대학생
  • 교수신문
  • 승인 2020.07.1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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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는 코로나 사태로 어느 때보다도 힘겹게 보낸 것 같다. 아마 학생들도 이런 상황이 적잖이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평소와 다른 강의 방식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대학생활에서 누릴 수 있는 많은 것을 포기하도록 강요된 시간이 아니었을까 한다. 대학에 합격하고도 강의실 문턱을 넘어보지 못한 신입생들을 생각하면 더욱 안타까울 따름이다. 대학가 뿐만이 아니고 사회 전체가 이 일로 인해서 겪게 된 피로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대학가는 등록금 환불 문제로 진통을 앓고 있다. 등록금 일부 반환을 결정한 대학도 있고, 반환 불가 입장을 내고, 수업의 개선을 목표로 장기적인 해법을 찾는 대학들도 있다. 어떤 방식의 해결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국립대와 사립대의 사정이 다르고, 대학별 위상이나 특성에 따라 등록금 환불 요구에 대한 대응도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강의에 적응하느라 평소보다 몇 배의 노력을 해야 했던 다수의 교수들은 등록금 환불 요구가 당황스러울 것이다. 특히 기성세대가 대학생들에게 기대하는 사회적 역할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국가적 재난의 상황에서 대학생들은 일신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그 극복을 위해서 앞장서 왔다. 전쟁 때에는 총을 들고 나섰고,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때는 최루탄을 뒤집어쓰고 눈물 콧물 흘리며 거리에서 싸웠다. 이런 이야기를 적고 있으니 나도 어느새 ‘왕년에 우리는 이랬는데, 저랬는데’하면서 학생들을 훈계하는 꼰대 선생이 돼버린 것 같다.

사실 거리에서 싸우던 건 옛일이고, 이미 기득권을 악용하는 586세대의 민낯이 추하게 드러나곤 하는 요즘에 불공정과 불이익에 특히 민감해서 소위 ‘공정세대’라고 불리는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훈계조로 뭔가 말하기도 민망하다. 다만 이들에게도 한 번쯤 환기시키고 싶은 것은 등록금 환불을 외치는 대학생 단체들의 목소리가 신문들을 장식하고 있지만, 정작 어떤 대학생 단체가 코로나 방역을 위한 봉사에 주도적으로 나섰다는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대학생들이 제기하는 사회적 이슈에 특히 귀를 기울인다. 왜냐하면 그 이슈들은 젊은 세대의 관심의 향방을 드러내고, 향후 대한민국의 30년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주로 제기되는 이슈는 ‘학습권이 침해당했으니 보상하라’는 것이고, ‘온라인 수업으로 시험에서 손해 볼 수 있으니 학점을 보전 받을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들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 교수들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요구들에서 읽히는 바, 이 세대의 특징은 ‘주변 세계가 무너져도 나는 손해 볼 수 없다’는 완강한 자기중심적 의식이다. 

대학은 변했다. 대학 졸업장이 뭔가를 보장해 주지 않는 시대의 대학생들이 예전 대학생들과 같을 수는 없고, 그들에게 사회의 위기를 이유로 예전 같은 봉사와 희생을 요구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어떤 이유에서건 대학교육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책임지라는 코로나 시대 대학생들의 요구를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다. 그렇게 보면 이 이슈는 단순히 등록금 환불 문제가 아니라 대학의 사회적 위상과 역할의 시대적 변화와 관련된 보다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문제에 닿아있다. 

정치권에서는 추경에 등록금 환불을 위해 1000억 가량을 배정했다고 하지만, 사실상 미봉적이라고 느끼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미 저소득층 대학생들은 등록금 감면 혜택을 보고 있고, 그 예산은 주로 중산층 대학생 혹은 그 부모들에게 돌아갈 것이니, 위기의 시점에 약자들을 우선 보호하는 사회 정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다른 한편 지역 사회 인프라 구축이나 기타 기간 산업 예산들도 줄줄이 대폭 삭감되었다는 소식도 함께 들린다. 결과적으로 향후 대학생들의 일자리가 될 수 있는 사업들은 사라지고, 일시적 용돈에 그칠 예산만 잡힌 것이다. 이마저도 빚내서 주는 것이니 머지않아 대학생들이 취직해서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등록금 환불인지?

기성세대 정치권은 일시적인 대증(對症) 요법으로 공정세대 대학생들의 불만을 잠재우려고 할 뿐 솔직하게 이들과 소통하려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더 긴 안목으로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위기 속에서도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면서 이들을 설득해가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세대 간 의식의 갭을 줄이고, 보다 공정한 사회를 위해 지혜를 모으는 것이 코로나 시대를 지나가는, 피로한 우리 모두를 위한 길이 아닐까 한다.

이창남 경북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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