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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형준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 곤충 유충으로 분해 까다로운 플라스틱 생분해할 수 있다
[차형준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 곤충 유충으로 분해 까다로운 플라스틱 생분해할 수 있다
  • 장혜승
  • 승인 2020.07.15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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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교수의방 23]
POSTECH 차형준 교수팀, 산맴돌이거저리 유충 이용한 폴리스타이렌 생분해 확인
향후 거저리과나 썩은 나무 섭식하는 곤충의 폴리스타이렌 분해 가능성 보여줘

세계적으로 심각한 플라스틱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곤충에서 찾을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플라스틱은 자연적으로 썩어 분해되는 데까지 짧게는 수십 년에서 길게는 수백 년까지 걸리는데, 비닐봉지는 10~20년, 나일론 제품이나 1회용 빨대는 30~40년, 흔히 사용하고 버리는 플라스틱 생수통은 500년이 지나야 분해된다. 이렇게 ‘인류의 재앙’이 되어 돌아오고 있는 플라스틱을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저리과 곤충이 먹어 치울 수 있는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 차형준 교수, 통합과정 우성욱씨 팀은 안동대학교 송인택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딱정벌레목의 곤충인 ‘산맴돌이거저리(학명 Plesiophthalmus davidis)’의 유충이 분해가 매우 까다로운 폴리스타이렌(polystyrene)을 생분해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2017년도까지 전 지구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는 83억 톤이 생산됐으며, 그중 9% 이하만이 재활용됐다. 전체 플라스틱 생산량의 6% 정도를 차지하는 폴리스타이렌은 특이한 분자 구조 때문에 분해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산맴돌이거저리의 유충이 폴리스타이렌을 먹어 질량을 줄일 수 있고, 소화 후 폴리스타이렌의 분자량이 낮아지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산맴돌이거저리의 유충에서 장내 균총을 분리해 폴리스타이렌을 산화시키고 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교신저자인 차 교수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흥미로웠던 점으로 “곤충이 생각보다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자연에 있는 몰랐던 생물을 활용하면 인류가 직면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인류가 필요한 소재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한편, 연구팀은 산맴돌이거저리 유충의 장내에서 세라티아(serratia)를 분리하여 동정(同定)했다. 산맴돌이거저리 유충에게 폴리스타이렌을 2주간 먹였을 때 장내 균총 구성에서 그 비율이 6배로 늘어나 전체 균들의 33%를 차지하는 것을 확인했다. 특이하게도 이러한 장내 균총의 경우 일반적인 곤충과 다르게 매우 간단한 종 군집(6속 이하)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확인했다.

차 교수는 “기존에도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곤충이 있다는 연구는 보고된 적이 있지만 이번에 발견한 산맴돌이거저리 유충은 완전히 새로운 종이다. 또 플라스틱 분해를 실용화하는 과정에서 곤충을 바로 이용하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은 미생물이나 미생물이 갖고 있는 분해 효소를 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 발견된 폴리스타이렌 분해 곤충은 배설물에서도 잔여 폴리스타이렌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속해서 분해가 가능한 박테리아를 이용해야만 폴리스타이렌을 완전히 분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산맴돌이거저리 유충의 ‘독특한 식성’은 지금까지 알려진 곤충뿐만 아니라 거저리과나 썩은 나무를 섭식하는 곤충들이 폴리스타이렌을 분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산맴돌이거저리 유충의 간단한 장내 균총 구성과 장내 균총 내에 폴리스타이렌 분해 균주를 이용해 이전까지 진행할 수 없었던, 균총을 이용한 폴리스타이렌의 효과적인 분해 기술 개발도 기대할 수 있다.

차 교수는 “미생물이나 미생물이 가진 분해 효소를 찾아서 그걸 대량으로 확보하고 이를 이용해 플라스틱을 분해하게 하는 공정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폴리스타이렌 외의 다른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곤충을 찾아내고 그 곤충의 미생물로부터 분해 담당 효소들을 찾아내 대량으로 만들어 실제적인 환경 처리가 가능한 공정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향후 연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제1저자인 우성욱 씨가 어린 시절부터 관심을 가졌던, ‘곤충’을 활용한 연구로, 곤충을 응용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기 위해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차 교수를 직접 찾아가 지도를 받으며 실험에 몰두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모은다. 

차 교수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 서식하는 산맴돌이거저리 유충과 장내 균총이 플라스틱을 완전 생분해 할 수 있는 새로운 종을 발견했다”며 “이 연구에서처럼 분리동정한 플라스틱 분해 박테리아를 이용하면, 완전 분해가 어려웠던 폴리스타이렌을 생분해할 수 있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며 연구 의의를 밝혔다.

한편, 이 연구 결과는 응용 및 환경미생물 분야의 전통적 권위지인 ‘응용·환경미생물학(Applied and Environmental Mircobiology)’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차 교수 약력>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회원
포항공과대학교 세아석좌교수
㈜네이처글루텍 기술총괄 대표이사
포항공과대학교 세아젊은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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