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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과학자와 언론은 밀월을 끝내라
스타과학자와 언론은 밀월을 끝내라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4.03.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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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터뷰 : 『수상한 과학』 펴낸 전방욱 강릉대 교수

▲ © 예스24
인간의 난자에 의한 배아복제 성공으로 과학의 장밋빛 미래가 그 천연색을 완연히 뽐내는 와중에, 과학을 '수상한 용의자'로 도마 위에 올린 과학자가 있다. 이번에 '수상한 과학'(풀빛 刊)을 펴낸 전방욱 강릉대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25년간을 실험실에서 생명을 연구해온 전 교수는 이 책에서 현 시기 생명공학을 둘러싼 각종 이해관계와 윤리적인 쟁점들을 내부고발자의 입장에서 비판적으로 해부하고 있다.

생명공학, 특히 유전자 연구는 늘 신문지면을 달궜는지라, 여기 소개된 클로네이드사의 배아복제사건, 유전자조작 식품을 둘러싼 갈등, 백혈병치료제 기술을 독점개발한 바이오기업의 횡포, 경쟁적으로 연구된 국내 돼지장기의 인간이식, 스타과학자와 언론의 관계 등은 일면 익숙하게 다가온다. 전 교수는 지난 십수년간 생명공학 관련논문을 독파한 전문가적 지식과 비판적 관점을 동원해서 그것이 함유한 위험성분을 우리의 뇌리에 비타민 알갱이처럼 터뜨려 준다는 점에서 신선한 시도이기도 하다.

국내 과학풍토에 대한 비판 미진해

하지만 이 책은 많은 부분에서 의문이 들기도 한다. 생명공학자로서 치료목적을 위한 복제연구를 저자는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과학윤리 교육의 제도화를 주장하는데 그 윤리의 콘텐츠는 무엇인가, 해외과학자들은 많이 비판하면서 국내과학자들은 별로 비판하지 않은 이유는 뭔가, 과학계의 자정능력을 강조하는데 과학자에게 발명자와 비평가의 역할을 동시에 주문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아닐까. 과학에 대한 시민들의 견해를 너무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서 과학자들을 궁지로 모는 듯한 느낌은 없나 등이다. 책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이런 부분에 대해 전 교수에게 질문을 던져봤다.

▲전 교수 ©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배아연구는 몇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말기암 환자에게만 사용하겠다는 단서를 달겠지만, 이게 지켜질 수 있을까요. 모든 사람이 다 잠재적 환자이기 때문에 종국에는 예방적 치료라며 복제 배아의 장기까지 이식하는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이게 불치병 치료의 논리입니다."

그는 생명윤리의 기본원칙이 '약자에 대한 배려'라고 말한다. 윤리학의 전통적인 덕목이 그랬고, 그걸 과학계가 수용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저자가 보기에 인간의 배아는 생명 최약자다. 이 배아에 대한 배려 없이 생명의 소중함을 주장하는 건 모순이라는 얘기다. "수정 후 14일 전후를 둘러싼 논쟁은 이런 약자에 대한 배려의 윤리가 과학계에 보편화되지 않는 한 결과주의적 윤리논쟁이 될 것이며 결국 과학지상주의를 역정당화시킬 것입니다."

그가 보기에 현재 국내의 유전자연구는 언론과 떼낼 수 없는 깊은 혈연관계를 맺고 있다. 자극적 테마를 특종보도로 연결시키려는 언론의 과열경쟁과 이에 적절히 대응하는 황우석 서울대 교수, 김진회 경상대 교수 등 몇몇 스타교수들의 물밑관계 때문에 '깊이 있는' 과학정보와 문화가 만들어지지 못한다는 지적을 책의 후반부에서 강화하고 있다.

"모든 사람의 눈에 띄어야한다는 조바심이 문제입니다. 공공기관에서 지원하는 연구과제가 단기적인 결과를 요구하는 까닭도 있지만, 과학적 선정주의도 커다란 요인이죠. 반면에 과학자들이 얻는 사소한 결과는 거의 주목을 못 받습니다. 윤리적인 문제가 있더라도 세계 최초의 연구결과는 커다란 이슈가 되는데 말이죠."

황 교수팀 연구에 대한 언론보도, "과장 심하다"

황우석 교수팀의 획기적인 연구성과에 대해서도 전 교수는 비판적 시각을 잃지 않는다. 이번 연구가 "체세포 핵치환시 염색체 이상으로 인해 영장류를 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피츠버그대 제럴드 셔튼 박사의 定說을 뛰어넘은 것이긴 하지만, "그 세포가, 주입된 난구세포 핵으로부터 발달했다는 것을 결정적으로 증명할 수 없고, 졸중풍과 같은 부작용도 우려된다"라고 지적한다.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외국의 언론에서는 과학적인 내용과 이에 따른 다른 과학자의 평가, 윤리적 파장에 대한 전문가 언급, 정책 반영에 미치는 영향과 정치가들의 계획 등을 중심으로 객관적으로 다뤘지만, 국내언론은 24시간 동행취재, 노벨상 언급 등 영웅담 보도였다는 것을 보면 과학지식의 대중화와 관련한 언론의 역할에 큰 회의가 든다고 말한다.

"장기적인 과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과학비평이 필요합니다. 제가 국내과학자들에 대한 언급을 꺼린 것은 과학사회학 전공자가 거의 없고, 비평의 풍토도 조성되지 않아 자칫 명예훼손이 될까봐 입니다. 앞으로 '과학과사회연구회', '시민과학센터' 등을 중심으로 시민이 과학을 통제하는 역량을 갖추는 사회를 지향하는 비판적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됐으면 합니다."

과학의 역할, 그 진정성에 대해 양극적 분화현상을 심각히 빚고 있는 우리 사회에 전 교수 같은 중도적 이성의 출현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이 책에 이어 다음 번엔 '배려의 윤리'라는 생명윤리서를 집필할 계획을 갖고 있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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