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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고전]페르디낭 드 소쉬르의『Cours de Linguistique Ge/ne/rale』(1916)(국역 『일반언어학 강
[우리시대의 고전]페르디낭 드 소쉬르의『Cours de Linguistique Ge/ne/rale』(1916)(국역 『일반언어학 강
  • 이현복 / 서울대
  • 승인 2001.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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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4-02 00:00:00
강의노트에 담긴 사유의 씨앗…구조주의에 영감

이현복 / 서울대·언어학

일반적으로 ‘꾸르’(Cours)로 애칭되는 페르디낭 드 소쉬르의 ‘일반언어학강의’(Cours de Linguistique Ge/ne/rale)는 1916년에 그의 스위스 제자인 발리(Bally)와 세쉬에(Sechehaye)가 스승인 소쉬르의 강의를 정리, 편집해 출판한 책으로 언어학의 기본 이론서이다. 프랑스어로 출판된 이 책은 현대 언어학의 토대를 마련한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구조주의와 기호학도 이 소쉬르의 이론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소쉬르는 1857년 10월 26일 스위스 쥬네브에서 출생했다. 1875년에 쥬네브대학에 입학해 물리학과 화학을 수학하는 동시에 신학과, 과학, 법률, 등 다방면에 걸쳐 강의를 듣는다. 다양한 학문에 대한 소양은 훗날 언어학 이론 정립에 큰 도움이 되었다.
소쉬르의 언어학 원리는 양분법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여기서 비롯되는 첫번째 중요한 개념은 ‘랑그’(langue)와 ‘빠롤’(parole)이다. 랑그는 언어 공동체가 공동으로 수용하고 있는 기호의 체계를 뜻하며 빠롤은 랑그를 사용하는 개인적인 언어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랑그는 체계적이고 사회적인 면을 지니고 있고 빠롤은 말하고 듣기 위해 랑그를 이용하는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행위로 나타낸다.
소쉬르는 언어의 연구 방법도 통시적 연구와 공시적 연구로 구분한다. 이를 공시태와 통시태라 한다. 통시적 연구는 언어를 시간적인 연속성의 축에서 언어의 진화를 추적하는 방법을 말하고 공시적 연구는 동시성의 축에서 일정 시기의 언어 체계를 대상으로 연구함을 뜻한다.
그는 인간의 언어에 체계가 있으며 체계를 이루는 요소가 있다고 보았다. 또한 말의 연쇄를 분할하고 그 요소들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체계를 참조해야 한다는 것을 밝혔다. 소쉬르는 연대적 전체로부터 출발해 여기에 포함된 요소들을 분석을 통해 얻어내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언어 단위는 체계의 다른 단위들 속에 그 짝을 가지고 있는 가치라고 한다. 즉 언어 요소는 그것이 지닌 가치에 의해 정의되는 것이다.
소쉬르는 언어의 단위들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를 두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통합관계와 연합관계가 그것인데, 전자는 낱말이나 문장의 요소들이 다른 요소들과 맺는 배열 관계를 말하고, 후자는 기억 속에서 연상되는 요소들이 맺는 관계이다.
‘꾸르’에서 우리는 언어 단위로 사용되는 언어 기호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바로 현대 기호학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소쉬르가 말하는 기호에 관한 논의는 단어와 사물과의 관계가 아니라, 화자(말하는 사람)의 정신 속에서 일어나는 ‘청각영상’과 ‘개념’의 결합으로 보았다. 소쉬르는 언어기호를 ‘시니피앙’(청각영상)과 ‘시니피에’(개념)의 양면성을 지닌 정신적 실체로 정의한다. 기호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닌다.
첫째로 언어 기호는 자의적 성질을 지닌다. 즉 시니피에에 결부되는 시니피앙은 필연적인 것이 아니고 관습에 의해서 결정되는 자의적인 것으로 본다. 가령, 우리말에서 ‘인간’이란 개념을 ‘사람’으로 표현하는 것은 우발적인 사회적 약속일 뿐이지,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둘째로 언어 기호는 분절적이다. 즉 시간 축에 따라서 한 줄로 연결되는 선형적인 특성을 지닌 요소이다. 위에 말한 ‘사람’은 [ㅅㅏ ㄹ ㅏ ㅁ] 이란 언어 기호의 연결 형태로만 나타난다. 기호의 세 번째 특성은 가변적인 동시에 불변적이라는 점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언어 기호는 자의성 때문에 관습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다. 관습의 굴레를 함부로 벗어난다면 언어 소통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세월의 흐름에 따라서 변화의 요인이 작용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언어기호가 영원 불변이라면 15세기 국어와 현대국어는 동일해야 할것이다.
‘일반언어학강의’는 오늘날도 가장 많이 인용되는 언어학의 고전일 뿐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여러 중요한 개념과 더불어 그의 언어관은 아직도 많은 언어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제자가 펴낸 한 권의 책을 통해 소쉬르는 ‘일반언어학강의’가 세상에 나온 지 8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살아서 숨쉬고 있다.

페르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 1857-1913)
소쉬르는 언어학자로서뿐 아니라 구조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 등의 단초를 마련한 것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857년 제네바에서 태어나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언어학을 공부하던 21세 때, ‘인도 유럽어 원시 모음체계에 관한 연구’발표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1880년 파리로 건너가면서 연구는 절정에 이르렀다. 소쉬르는 현대 언어학의 아버지, 구조주의의 원류, 기호학의 창시자로 불리며 비교역사문법에서도 특출한 재능을 보였다. 한 마디로 그의 연구는 20세기 인문학 전 분야에 걸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의 후에는 노트를 찢어버리는 등의 기인다운 성품으로 생전 학위논문 외의 저서를 내지 않은 탓에, 제자들이 편집해 낸 ‘일반 언어학 강의’(1907~1911)는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현대 언어학의 고전으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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