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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도서관 소전서림 황보유미 관장] ‘집 밖의 내 서재’에서 행복한 고립을 즐기다
[유료 도서관 소전서림 황보유미 관장] ‘집 밖의 내 서재’에서 행복한 고립을 즐기다
  • 장혜승 기자
  • 승인 2020.07.09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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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유미 관장.
황보유미 관장.

 

누구나 행복한 고립을 원한다. 가족들과 부대끼는 집에서, 사람에 시달리는 직장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립된 공간을 갈구한다. 지난 2월 개관한 서울 청담동 소재 멤버십형 유료 문학도서관 소전서림은 '집 밖의 나만의 서재'를 추구하는 공간이다. 반일권은 3만원, 종일권은 5만원을 끊어야 입장 가능하다. '책의 공공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방문객들이 소전서림에서 책을 통해 스스로 지성을 기르고 자아가 단단해지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하는 황보유미 관장을 지난 8일 오후 소전서림에서 만났다.

-유료도서관이라는 발상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다들 많이 물으시는데 원래 1993년도에 도서관법이라는 조례가 생기기 전에는 모든 공공도서관도 유료였습니다. 공공도서관도 유료였다 무료가 됐고 강남, 그것도 청담동에 유료 도서관이 생기니까 강남의 상징성과 결부가 돼서 주목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첫 번째 이유는 소전서림이 공공도서관이 아니고 세금으로 운영되지 않기 때문에 인건비나 설비 비용 등이 드니까 어느 정도 수익을 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습니다. 2번째는 강북에 멋진 독립서점이 많은데 다들 책이 안 팔린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사진만 찍으러 와서 책이 구경거리로 전락하는 공간인 인스타그램 명소처럼 되는 것은 막자, 책을 읽고 싶어하는 사람이 와서 읽을 분위기를 조성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 유료화를 결정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낯설게 생각하는데 유럽이나 미국은 개인 라이브러리가 유료로 운영되고 있기도 하고요.”

-사진 때문에 한 번 들르고 만다 해도 충분히 방문객 입장에서는 그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인스타그램 명소를 경계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책을 안 보고 사진만 찍고 가는 게 우려됩니다. 사람들이 그냥 책 앞에서 셀카 찍고 책이 인테리어 소품처럼 비싼 가구 들여다 놓고 끝나는 게 아니라 책을 읽고 공부하는 교양인이 되는 게 소전서림의 목표입니다. 전문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책읽기가 생활화되었으면 좋겠어요.”

전 세계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출판한 도록들 중심으로 예술 인문학 서적들로 구성된 예담. 사진제공=소전서림
전 세계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출판한 도록들 중심으로 예술 인문학 서적들로 구성된 소전서림 예담. 사진제공=소전서림

-지난 2월 소전서림 개관 이후 5개월이 지났습니다. 개관 당시 책의 공공성을 훼손한다는 평가와 '책을 경험하는 기회를 확장하는 일'이라는 평가가 나뉘었는데 현 시점에서 중간평가를 해주신다면.

“중간평가는 제가 아니라 이용객들이 하는 평가라 조심스럽긴 하지만 애초 목표했던 것보단 사람들이 많이 오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죠. 도박같이 밀고 나간 건데 돈을 내면서까지 사람들이 이용하려는 심리는 공공도서관이 많아서 그 안에서 사람들이 자료를 이용하긴 하지만 현대인의 문화 수준이 높아졌는데 도서관은 그에 발맞추지 못해서가 아닐까 싶어요. ‘집 밖의 나만의 서재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책 읽는 환경 자체가 향상되면서 혼자만의 철저한 공간을 가질 수 있다 보니 이용객들이 거기서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꽤 많은 분들이 반일권을 1일권으로 바꾸시더군요. 지속하려면 꾸준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치 못했던 소비층은 뚫고 시작한 것 같습니다.“

소전서림 문학서가. 사진제공=소전서림
소전서림 문학서가. 사진제공=소전서림

-소전서림을 찾은 방문객의 반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으시다면요.
”신조어가 생겼는데요, ‘라캉스’라고 방문객이 만드신 신조어예요. 중년 여성 임원이신데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신 거 같더라고요. 여기서 와인도 드시면서 아이처럼 좋아하시더군요. 그 전에 호캉스를 자주 가셨다는데 그분이 이제 ‘라이브러리와 바캉스를 합쳐서 라캉스해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독서에서 앉는 행위를 중시하셔서 앉는 사람의 무게중심에 따라 앞뒤로 기울어지는 게 특징인 ‘다이스 체어’를 설계하셨습니다. 의자 말고도 특별히 신경을 쓰신 부분이 있다면.

”조명입니다. 책 읽는데 의자나 조명이 중요하잖아요. 여기가 지하인데도 굉장히 환하고 은은한 게 유명한 건축가이신 최욱 원오원 아키텍츠 소장님께서 인테리어를 다해주셨는데 주안점을 둔 부분이 적당한 조도예요. 재밌는 건 복도가 시멘트 바닥이고 아무것도 안 깔아서 구두 소리가 나는데 소장님 말씀이 공간 이용객들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사람들이 자기 움직임을 바꾸면서 도서관과 이용객들이 유기체적인 관계가 되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소전서림이 방문객들에게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시나요.

”이 공간에서 사람들이 책을 읽고 그 얘길 내재화시킨다면 좋겠습니다. 그 내재화라는 건 지식화가 될 수도 있고 감성화가 될 수도 있겠죠. 소전서림이 이용객에게 책을 통해 교양을 기르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처음 소전서림을 브랜딩할 때 ‘셀프 에듀케이션(Self-education)’이라는 모토를 세웠는데요, 이용객들이 책을 통해 스스로 지성을 기르고 자아가 단단해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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