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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고 싶은 책: 추사와 그의 시대
함께 읽고 싶은 책: 추사와 그의 시대
  • 김인환 고려대 국문학
  • 승인 2004.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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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삼 외 지음| 돌베개 刊 | 2002

▲ © yes24
한국 역사에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기가 가장 어려운 시대가 19세기다. 특히 정조가 죽은 후 대원군 시대가 개막되기 전까지 전개된 사상사는 짜임새 있게 정리된 적이 없었다.

순조대의 천주교 박해를 중심으로 볼 것인가, 철종조의 임술민란을 중심으로 볼 것인가, 수운 최제우의 동학 개창을 중심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노사 임성주와 녹문 기정진의 급진적 이기철학을 중심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도 아직 토론의 여지가 남아 있다.

가헌 최완수와 그의 제자들은 순조, 헌종, 철종의 시대를 추사 김정희를 통해 바라본다. 기술수준과 경작면적이 한정되어 있던 19세기에 조세체계의 혼란으로 인하여 중세사회의 생산능률은 급격하게 저하됐고, 왕조의 정치상황은 몇 가지 미봉책으로는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동요하게 됐다.

노론 내부의 분파투쟁에 말려들어 추사는 오랜 유배생활을 보내게 된다. 당대 최고의 국제적 지식인으로서 역학과 금석학의 일가를 이룬 추사는 고단한 유배생활 속에서 그의 서예와 사군자를 완성했다.

‘세한도’는 추사 자신의 내면의 추위를 담고 있으며 역경에 처해 절망하지 않고 학문과 예술을 지켜내려는 매서운 지조를 간직하고 있다. 추사는 동요하는 위기의 시대에 경을 날로 하고 사를 씨로 해 法古創新을 성취했다.

추사의 시대보다 여러 모로 편해진 우리 시대에 왜 추사와 같은 창조적 지식인이 나오지 않는 것일까. 우린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점에 대해 진정으로 반성하고 자책하는 바 있어야 할 것이다.

김인환/ 고려대 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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