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가 비에 젖으면 프레임과 체인 등이 부식되거나 녹이 슬어 오래 쓸 수 없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주기적으로 기름칠을 해줘야 한다. 전지(cell, 電池)는 이런 산화반응과 환원반응*1이 분리되어 일어나도록 고안한 장치로 전자를 이동시켜 전기에너지를 만든다. 하지만 이 역시 산소를 만나면 부식된다. 전지에도 녹이 슬지 않도록 기름칠을 할 수 있을까?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총장 김무환) 신소재 공학과 김용태 교수, 박사과정 정상문 씨 연구팀이 백금과 수소 텅스텐 브론즈를 결합시킨 촉매(Pt/HxWO3)를 사용해 수소차가 시동을 정지할 때 발생하는 연료전지의 부식 문제를 해결했다. 네이처의 자매지 '네이처 캐탈리시스(Nature Catalysis)‘에 최근 소개된 이 촉매는 수소 산화 반응은 촉진시키고, 산소 환원 반응은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 수소차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수소차의 심장인 연료전지 성능향상에 대한 연구개발 경쟁 또한 전 세계적으로 치열하다. 자동차용 연료전지는 잦은 시동 정지로 인해 한번 가동하면 멈추지 않는 발전용 연료전지와 비교하면 성능 열화가 심각하다. 시동을 정지할 때, 애노드*2에 일시적으로 공기가 유입되면서 산소 환원 반응이 일어나고, 캐소드*3의 전위가 순간적으로 높게 치솟으면서 캐소드 구성품의 부식이 가속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자동차용 연료전지에서 일어나는 내구성 저하 문제 해결을 위해 주위 환경에 따라 선택적으로 물질의 전도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금속 부도체 상전이(Metal Insulator Transition, MIT) 현상*4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를 진행했다.
특히 프로톤의 삽입 탈리*5에 의해 전도성을 크게 변화시켜 전기 변색 소재로 활용되어 오던 텅스텐 산화물(WO3)에 주목했다. WO3의 MIT 현상을 활용할 경우, 정상적으로 운행하면 프로톤의 삽입에 의해 H-WO3(도체) 상을 유지하면서 전극반응을 일으키는 반면, 시동 정지를 할 때는 공기가 섞여 흡입돼 산소의 분압이 높아질 경우 부도체(WO3)로 전이하여 전극반응을 정지시킴으로써 캐소드 부식 문제를 해결했다.
금속-절연체 전이 현상에 의한 Pt/HxWO3 선택적 수소 산화 반응 촉매는 자동차용 연료전지 MEA 평가*6에서 상용 Pt/C 촉매와 비교했을 때, 시동 정지 조건에서 기존 상용 촉매 소재 대비 2배 이상의 내구성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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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를 주도한 김용태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자동차용 연료전지의 장시간 내구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며, “수소차의 상용화 가능성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 수소에너지혁신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