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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형의 씨네로그] 현재 얼마나 열심히 사나
[정재형의 씨네로그] 현재 얼마나 열심히 사나
  • 교수신문
  • 승인 2020.07.0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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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삶을 얼마나 충실히 살아야 하는지 말해주는 영화
가장 가까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항상 기억하는 삶을 살아야

매일 똑같은 나날 속에 문득 던지는 질문 중 하나다. 현재 얼마나 열심히 살고 있나? 어려선, 경험 못 한 미래가 있어 열심히 살았다. 그러던 중 언제부턴가 그 목표도 희미해지고, 사는 게 그저 살아지는 거라고 느낄 때가 많다. 일도 하고, 가족도 있다. 더 이룰 게 뭔가. 살면서 혼자 되뇌게 된다. 삶의 진정한 의미는 뭔가? 

<지금 만나러 갑니다>(2017)는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못하는 사람에게 열심히 사는 의미를 주고 사라진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삶의 의미를 찾던 와중에 번쩍 정신이 들게 만든다. 영화의 주인공 수아(손예진)는 남편 우진(소지섭)과 아들 하나를 남기고 32살 젊은 나이에 죽는다. 4차원 시간의 뒤엉킴을 소재로 만든 이 판타지 영화에서 대학생 수아는 남자친구 우진이 불치병에 걸려 수아를 사랑할 수 없다는 절망 상태에 빠져 있음을 알고 자신이 그를 붙잡아주리라 마음먹는다. 그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달려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녀는 혼수상태에 빠진 6주간 정신적으로 신비한 체험을 한다. 아들 하나를 남기고 32살 죽기까지 10년 동안 미래의 삶을 미리 살아본 거다. 이후 깨어난 그녀는 실의에 빠진 남친 우진에게 달려가 “우린 다 잘 될 거야. 그렇게 정해져 있어”라는 야릇한 말을 던지며 품에 안긴다. 이후 10년을 살고 예정된 것처럼 그녀는 죽는다. 어쩌면 이 영화처럼 우리 삶도 그렇게 예정된 삶을 사는 건지 모른다. 영화 속 수아는 미리 다녀온 걸 알지만, 우린 모르는 그 차이만 있을 뿐. 그래서 수아는 의연하게 살고, 우린 한 치 앞도 모른 채 불안에 떨고.  

비가 많이 내리는 장마철, 수아는 사랑하는 아내를 보고 싶어 하는 남편과 젊은 엄마를 잃은 외로운 아들 앞에 다시 나타난다. 대신 기억상실증으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 과거가 궁금한 수아는 어떻게 부부가 되었는지 들어 알게 된다. 사랑에 빠진 순간부터 현재까지를 우진은 하나도 빠짐없이 설명해 주고, 그 감동적인 스토리에 감화된 수아는 조금씩 기억이 돌아온다. 하지만 장마 기간에만 나타났다가 비가 그치면 저승으로 돌아가야 하는 수아 때문에 우진, 아들 모두 다시 슬픔에 잠긴다. 

자신만을 바라보는 우진에게 수아는 아들을 부탁한다고 당부한다. 나를 사랑한다면 아들을 잘 키워줘. 수아의 분신이기도 한 아들은 자신의 기억을 남편과 공유하는 유일한 대상이다. 서로 나누는 사랑의 의미란 그렇게 자식을 통해 나타난다. 자식은 사랑하는 상대방의 또 다른 현시인 거다.  

인간은 누구나 정해진 시간을 산다. 영화에서 시한부 인생 혹은 정해진 시간을 살다 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보면 왜 번번이 감동할까?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모두 죽는다는 뻔한 사실보다도 사는 동안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더 분명히 깨닫기 때문이다. 

영화는 기억상실증자 수아가 과거의 기억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이 서사는 인생이란 어떤 면에서 기억의 의미를 각인시키는 일이라 정의한다. 어떤 것도 영원한 건 없다. 삶도, 사랑도 정해진 시간 속에만 존재한다. 영원하길 바라는 사람의 무한한 욕망과 유한한 삶, 사랑, 행복은 충돌한다. 하지만 슬퍼할 건 없다. 행복, 사랑을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삶의 무게나 깊이가 달라지니까. 오래오래 진심으로 느끼며 살아야 한다. 기억하고 기념하려는 마음을 가질 때 삶과 사랑은 영원해진다. 이 영화는 미래를 미리 살아봤던 특별한 사람 수아를 통해 현재 삶을 얼마나 충실히 살아야 할지를 말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항상 기억하는 삶 말이다. 

정재형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정재형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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