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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줄이고 대학원·교수연구 전폭지원"
"학부줄이고 대학원·교수연구 전폭지원"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4.02.20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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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 정운찬 서울대 총장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경제학자답게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가며 제도변화의 필요성과 방향을 제시했다. 취임이후 공식적으로는 처음 이뤄진 이번 인터뷰에서 정 총장은 대학구조조정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서울대가 고쳐야할 대해서도 스스럼없이 밝힌 반면, 서울대 폐지론 등 비판에 대해서는 논리적으로 반박했다.  

대담 : 이영수 발행인
일시 : 2004년 2월 6일
장소 : 서울대 총장실
기록 : 손혁기 기자. 사진 : 허영수 기자

이영수 교수신문 발행인(이하 이) : 그간 재직하면서 가장 보람된 일이 있다면.

▲정운찬 서울대 총장 © 교수신문

약력 : 서울대 경제학과, 미프린스턴대 경제학 박사, 콜럼비아대 조교수, 서울대 교수, 한국금융학회회장, 금융발전심의회위원장. 저서 : 경제학원론/법문사, 금융개혁론/법문사, 화폐와 금융시장, 한국경제 아직도 멀었다 외 다수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하 정) : 구성원간에 갈등이 많았는데, 취임해서 갈등구조를 많이 완화시켰다고 자부한다. 구체적으로 평의원회를 만들어서 민주적 의사결정구조를 확립했다. 글쓰기, 말하기 등 기초강화 교육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이미 실행하고 있는 것도 있다. 학부대학 추진과 정원감축 등 학사구조 개편도 거의 준비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 앞으로 서울대를 다양하게 만들고 싶다. 지역균형선발제를 마련해서 이번 가을부터 수시입학에 적용한다.

: 글쓰기, 말하기교육은 기본적인 사안인데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입시제도가 바뀌어야 풀 수 있는 문제다.  

: 현재 방식의 논술시험은 안된다. 어떤 질문이 나와도 사회과학문제는 효율성, 형평성을 기준으로 쓴다. 학원에서 가르쳐 주는 대로 쓰는 거다. 80%는 똑같다. 그래서 고등학교 3년 과정에서 읽어야 할 책을 50권이나 100권 공표하고, 논술문제는 거기서 내도록 하자고 제안하려고 한다.

: 시카고 대학이 초창기에 그레이트북스를 만들어서 고전 1백권을 읽도록 했는데, 서울대도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각각 50권씩 지정해서 서울대 졸업생이면 양서 1백권은 읽도록 할 수 있겠다. 그럼 총장직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문제, 곤혹스러운 문제는 무엇인가.

: 김민수 교수문제다. 캠퍼스 일각에서는 재임명 받은 모든 사람들이 엄격한 평가를 받고 재임용 됐나, 그런데 왜 김민수 교수에게는 엄격하게 했냐는 반성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무리하게 문제를 풀려고 하면 오히려 미술대학 교수들의 자율성을 해칠 수도 있었다. 마침 교육공무원법이 바뀔 예정이니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다시 한번 평가를 할 것이다. 제일 곤혹스러웠던 것은 총장선거 때 김민수 교수 문제에 대해서 한번도 언급한 적이 없었는데도, 몇몇 교수들과 외부인사들이 복직시켜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찍어줬는데 당선되고 나서는 모른 척 한다고 말했을 때였다. 아니라고 일일이 말할 수도 없었다. 두 번째로는,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재정적 지원이 적다. 각종 정부에서 나오는 연구비는 서울대 제외, 수도권대 제외, 서울에 있는 대학제외가 많다. 서울대 총장의 입장으로 볼 때는 역차별이다.

: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있는 영역이 자녀교육이다. 한국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과거에는 대량생산위주의 공업화시대의 틀이었는데, 21세기가 요구하는 것은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과 도전적 지성의 육성이다. 이를 위해서는 내부의 다양성과 외부로부터의 자율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들이 부족하다. 다음으로는 이것이 문제라는 의식을 공유하지 못하는 데에 있다. 시대적 요구나 국가적 비전을 공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문제에 대해서 집단적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갈등을 빚고 있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지난 달 6일 취임이후 공식적으로 처음 인터뷰에 나섰다. © 교수신문

: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학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는데.

: 세계 수준의 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 경쟁력을 높이고 우수 인재 육성을 위해서 정원 규모를 줄여야 한다. 대학의 효율성을 높이고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창의적이고 다양한 사고를 지닌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통합을 위해서도 유수 대학의 정원 규모를 감축할 필요가 있다. 세계를 리드하는 국가들에 비해 인구도 적고 일자리도 제한되어 있는데 유수한 세 개 대학에서 배출하는 1년에 1만 5천명은 너무 많다.

: 서울대 폐지론에서 ‘전국 국립대 통합’과 같은 개혁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 서울대 출신들이 밀어주고 끌어주고 특혜를 누려온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서울대 출신도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고 음양으로 사회발전에 봉사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 앞으로는 사람을 평가할 때 다면적으로 하기 때문에 서울대학 나왔다는 것이 그렇게 유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서울대 폐지론이나 전국의 국립대학을 서울대화 하는 것은 우선 감정적으로 찬성 못하며, 대처방안은 생각 못했다. 서울대를 폐지할 것이 아니라 투자를 많이 해서 유수한 대학을 여럿 만들고 이 대학들이 경쟁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 대학원도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가.

: 서울대가 대학원생을 너무 많이 뽑으니까 지방대 대학원에는 학생이 없다. 지방대가 죽으니까 지방대에서 교수요원을 안 뽑고 결국 서울대 나와도 갈 데가 없다. 모든 교수들에게 일정수의 대학원생을 배정하고 학생들에게 등록금과 최소한의 생활비를 주려고 한다. 대학원생을 더 뽑고 싶으면 밖에서 연구비를 타다가 학생들의 등록금과 생활비를 주도록 제도화 할 것이다.

: 서울대는 그동안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 10년 동안 연구를 강조했고, 또 BK21사업의 지원등으로 연구량에서는 세계적인 대학이 됐다. 교수신문에서 SCI에 대해서 비판도 했지만, 세계 34등을 폄하해서는 안된다. 개선할 여지는 있지만 우선 양적으로 봐 달라. 경제성장도 양적 성장을 한 다음,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걱정인 것은 연구 활동에 커다란 도움을 줬던 BK21사업이 후속조치가 있을 것이냐는 것이다. 한편 지난 10년 동안에 교수들이 연구에 열심이다 보니까 강의를 덜 중요시하게 됐다. 그래서 최소한의 강의도 제대로 않으면 연구년을 주지 않는 방식 등으로 패널티도 주고, 잘하는 교수에게 포상도 하려고 한다.

: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결국 기업에서 일하게 되는 데 기업들이 기부에 인색한 듯 하다. 

: 미국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고 대학연구비의 80%정도는 정부의 돈이다. 20%정도만 기업에서 나온다. 서울대도 2천5백억원 중에서 2천억원 정도가 정부에서오고 5백억원 정도가 기업에서 나오는 것이다. 과거에는 재벌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객관적인 재벌정책 비판을 위해 비교적 기피했었는데 요즘은 내가 먼저 만나자고 해서 도움을 청한다.

: 외부인사들도 참여하는 평의원회를 만든 것은 처음인 것 같다.

: 평의원회는 학교가 가야 할 기본방향을 정하고,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 심의도 하는 기구이다. 스텝들의 이야기만 들으며 대학이 돌아가는 것을 잘 모른다. 그래서 스스로 나서서 내부 50명, 외부 10여명의 평의원회를 강화시켰다. 염려도 있지만 대학의 기본방향을 정하는 것은 평의원회가 해야 한다.

: 서울대 교수들의 처우가 문제되고 있다.   

: 과장된 측면도 있지만 서울대 교수들이 적게 받는 것은 사실이다. 무주택 교수들을 위해 총장공관을 재개발해 2백55가구의 교수아파트공사를 진행 중이다. 다음으로는 연구보조비를 대폭 올렸다. 학생들은 기성회비 거둬서 줬다고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총장이 좌우 할 수 있는 예비비가 많았는데 최소한으로 남겨놓고 전부 연구비로 돌렸다. 본부의 예산을 10% 깎고, 부속기관의 예산도 줄였다. 또 교수들에게 행정일이 너무 많다. BK21사업으로 돈도 많이 들어왔지만 연구보고서 내고 프로포잘 쓰고, 일이 많이 늘었다. 그래서 행정 지원체제를 개선하고 있다.

: 전임총장이 판공비가 문제됐었다. 학교의 총장이 예산을 절약한다고 하면 많이 절약할 수 있을 것 같다.

: 작년에 돈을 쓰면서 총장으로 쓰는 것인지, 총장이 아니어도 써야하는 것인지 늘 되물었다. 그랬더니 개인적인 지출이 굉장히 많이 늘었다. 총장이 아니어도 썼을 거야 하면서 쓴 게 많았던 것 같다. 공개된 액수가 큰 의미는 없을지 모르지만, 한 일간지에서 총장들의 판공비를 집요하게 추적을 해서 다 공개했는데 거기 순위에서도 아래였다. 양심적으로 하려고 한다.

: 요즘 한국경제에 대한 우려 섞인 지적들이 많은데, 간략하게 한국경제의 문제와 활로에 대해서 거시적인 관점에서 정부나 기업, 그리고 우리 교육계가 어떤 태도와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 거시적으로 성장률도 안 좋고 미시적으로는 기업의 수익률도 안 좋다. 오늘날처럼 성장률이 3%밖에 안되고 미시적으로도 나쁜 적은 없었다. 이럴 때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은 우선 거시부터 살려야 한다는 유혹을 느낀다. 김대중 정부에서 카드발급하고, 특소세 면제하고, 아파트 분양권 전매도 풀었는데, 그때 조금 덜 성장했으면 지금 더 성장 할 수 있는데 미리 당겨 쓴 거다. 지금 고통스럽더라도 투명성을 제고하고, 구조조정을 해서 미래의 성장잠재력을 키워야 한다. 경제규모가 커져서 대학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적지만, 90년대 미국경제는 물가상승을 수반하지 않고 고도성장을 했다. 경제학원론에서는 어려운 일인데, 이는 통신혁명, 아이티 혁명 때문이기도 하지만 잘 따져보면 70년대의 대학개혁 덕분이다. 장기적으로 대학이 개혁을 하면 경제성장을 북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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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대생 2004-02-23 14:28:50
정말 기가 막힙니다...

4장 밖에 없는 책의 5장을 평가했던 심사가 엄격한

심사였다니..

이재성 2004-02-23 14:19:43
공개토론회를 제안합니다.


김민수 교수 재임용심사는 '떨어뜨리기 위한 심사'였습니다.

엄격하게 심사해서 떨어진 게 아니라, 떨어뜨리기 위해

말도 안되는 트집을 잡는 엉터리 심사를 한 것입니다.



그것을 증명하는 데에는 별로 어려움이 없습니다.

심사내용이 법원에 증거자료로 제출되었고, 그 내용에 대해

서울대 국문과 권영민 교수와 인하대 성완경 교수는

감정서를 작성, 법원에 제출하였습니다.

그리고 김민수 교수의 학술적 능력에 대해서 수많은 교수님들이

감정서 및 소견서를 작성해 주셨습니다.


저는 서울대 박사과정에 있습니다.

곧 재임용심사가 어떻게 '추방'의 도구로 악용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서울대는 자신이 있으면 공개토론회를 열어 학교 입장의

정당성을 밝혀 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정 총장님께서 동료 선후배 교수님들이

사실과 다르게 정 총장님을 곤란하게 한다고 하시는데...

저도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겠습니다만...

제가 아는 한, 그 교수님들께서 김민수 교수님의 복직을

위해서 그런 부절적할 방법을 택하실 분들이 아니라고

믿고 있습니다.


정 총장님께서는 '나는 그런 약속 한 적이 없다'는 말씀만

반복하시지 마시고, '진실을 규명하고 제대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마음을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