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20:00 (목)
정운찬 서울대 총장의 대학 구조조정론
정운찬 서울대 총장의 대학 구조조정론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4.02.21 00:00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운찬 총장은 인터뷰 내내 “대학이 너무 많다”, “대학이 너무 크다”라며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정 총장의 대학구조조정에 대한 기준은 국가의 경제규모와 인구규모의 비교에 근거한 것이었다. “매스프로덕션시기에는 교육도 매스프로덕션하면 됐는데 지금처럼  창의성이 요구되는 시대에는 줄여야 된다”라는 것이다. 대학 구조조정의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가고자 하는 방향은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정 총장의 기준에 따른 미국, 일본과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와 인구수, 대학 수는 다음과 같다.

인구 경제규모(GDP)($) 대학수 대학생수
한국 4천8백만 941.5(billion) 173개** 194만명
일본 1억2천 7백만 3.651(trillion) 669개 276만명
미국 2억 9천만 10.45(trillion) 2,450개 779만명

※인구, 경제규모(GDP -구매력지수), CIA The World Factbook-2002년 기준
대학수, 대학생수, 2002년 OECD 주요국가 교육통계
** 한국의 4년제 고등교육기관은 200개, 2년제 대학은 160개이다.

그럼 얼마까지 줄여야 한다는 말일까. 이에 대해서도 비교 제시했다.

“언제까지, 얼마까지 줄이겠다고 한번도 말한 적은 없지만 이렇게 생각해봐라. 미국의 하버드 대학이 매년 1천6백명 뽑는다. 예일대학이 1천3백, 프린스턴 1천2백, 콜롬비아 1천2백, 칼택 3백, 시카고 8백, 이런 식으로 해서 미국의 가장 좋은 10개 사립대학에서 1년에 뽑는 학생이 1만명 조금 넘는다. 우리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만 1년에 1만5천명을 뽑는다. 일본을 말하면 동경대가 3천, 경도대 3천, 중국도 북경대 3천, 청화대 3천이다. 그런데 모두가 10%씩 줄이려고 하고 있다. 어떤 게 적정수준인지 알 수 없지만 인구 비례 상 한국은 대학이 너무 많이 뽑는다.”

그럼 대학원의 규모는 어디까지가 적정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여기에서는 좀더 세부적인 비교를 했다.

“세계에 서울대학(1만2천)처럼 대학원 학생수가 많은 대학이 별로 없다. 다만 하버드대 대학원이 1만2천, 콜롬비아대도 1만2천명 정도다. 그러나 하버드대학에서는 3~4천명만이 학술 학위 과정이다. 7~8천명은 비즈니스 스쿨, 메디컬 스쿨 같은 실용적인 과정들이다. 우리는 거의 다 학술학위과정이다. 보건, 행정, 환경 같은 프로페셔널 스쿨 학생들도 다 박사를 동경한다.”

정 총장은 대학구조조정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곧 가시화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규모와 방법에 따라 대학가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창진 2004-02-29 21:51:44
정 총장이 정확하게 본 것이다. 세계의 수재들을 뽑는 미국 초일류 대학들이 2천 명 이하 뽑는데, 좁은 우리나라에서 서울대, 연고대가 각각 5천 명씩 싹쓸이하여 제대로 교육 않는 것은 나라 망치는 짓이다.
그러니 서울대, 연고대는 각각 신입생 정원을 절반씩 줄여야 한다. 그렇게 적게 뽑아서 한 명씩 제대로 정성들여 가르쳐서 세계적 인재로 졸업시켜야 한다.
그런데 이 일은 학교 자율로 맡겨두면 기득권 노리는 세력 때문에 절대로 될 수 었으니, 이럴 때 교육부가 나서서 강력하게 리더십을 발휘하여야 한다. 그래야 대학도, 나라도, 학생도 산다.

이한주 2004-02-25 17:20:20
대학이 타 국가에 비해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고, 과도한 국가비용을 불러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각 대학에서 인원을 줄이지 못하는 이유를 먼저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정운찬 서울대총장 분의 말씀도 옳지만, 그러는 서울대의 법대는 90년대에 비해 정원을 2배가량 늘려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고려대, 연세대 모두 법대 인원을 90년대 말 2배가량 늘렸고, 비단 법대만 아니라 경영대, 공대, 문과대 인원 역시 70 80년대에 비해 크게 늘었다. 단지 수도권 인구억제정책에 의해 지금 늘어나지 않는 것 뿐이다.

강의환경, 교수의 수, 실험 기자재의 부족에도 학생수를 줄이지 못하는 까닭은 기득권을 잡으려는 머리싸움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한국사회를 좌지우지하는 가장 큰 영향단체인 서울대가 있고,

정운찬 서울대총장이 말한 구조조정에 앞서 기득권층의 배타적인 모습에 대한 반성 촉구가 먼저가 아닐까 생각한다.